이 상황이 갈수록 계속 개선되기를 그저 바라는 것 외에, 엔비디아는 실질적인 다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 PC 게임을 맥으로 거의 지연 없이 스트리밍하는 방법이다. 지포스 나우(GeForce Now)라는 이 서비스는 현재 맥에서 무료 오픈 베타 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GTX 1080 GPU가 장착된 엔디비아 서버에서 고급 윈도우 게임을 원격으로 실행한다. 안정적이고 속도 빠른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면 맥으로 직접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몇 년 전 온라이브(OnLive)에서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지포스 나우는 사용 방법이 인상적으로 쉽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게임들이 지원되며 실행도 대부분 놀랄 정도로 잘 된다. 물론 일부 이런 상황에 맞지 않는 게임도 있기는 하다. 최근 이용해 본 베타 버전은 대체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맥 사용자라면 한번쯤 체험해 볼만한 이유를 소개한다.
시작하기
지난 1월 CES에서 발표된 지포스 나우는 맥으로 게임하는 사용자에게 몇 가지 큰 장점이 있다. 구형이나 저사양 맥으로도 화려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하드웨어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또한, 현재 맥에 없고 앞으로도 없을 수많은 훌륭한 PC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용 비용은 일부 사용자에게는 감당이 안되게 비싸게 될지 모르지만(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무료 베타 테스트 버전이 앞으로 계속 제공된다고 할 때, 지금이 체험해 볼 적기이다.
시작하려면 지포스 나우 웹사이트로 가서 베타 클라이언트를 맥에 다운로드하면 된다. 현재 북미 사용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 서버가 다수 미국 전역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사용자는 현재 EU 서버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초대 전용 테스트 접속을 요청해야 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료로 개설할 수 있는 엔비디아 계정이 필요하다.
일단 로그인하면 맥에서 실행이 지원되는 PC 게임 목록이 보인다. 유의할 점은 지포스 나우는 넷플릭스(Netflix)처럼 원하는 게임을 무제한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팀(Steam), 블리자드(Blizzard), 에픽 게임(Epic Games) 플랫폼을 통해 실제로 게임을 소유해야 하며 무료로 할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같은 게임의 경우 자체 계정이 필요하다. 즉, 엔디비아는 사용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접속할 수 있는 게임을 실행하도록 원격 하드웨어를 제공할 뿐, 실제 게임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엔비디아 덕분에 처음 시작 과정이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지원되는 게임들은 이미 원격 서버에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스팀의 PC 버전을 실행시키면 설치 버튼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뜨지만 설치는 금방 끝난다. 게다가 지원되는 게임 중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최고 품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미 최적화되어 있다. 즉, 아무런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도 곧장 게임을 할 수 있다.
패치와 드라이버 업데이트는 그 쪽에서 자동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보통 30초 이내에 게임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을 할 맥이 여러 대인 경우, 게임 내용을 저장해서 클라우드에 동기화한 후 여러 대의 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실행 방식
게임들을 실제로 해 보면 어떨까? 놀랍게도 아주 매끄럽게 잘 된다. 필자가 사용 중인 컴퓨터는 2014년도 중반형 13인치 맥북 프로(MacBook Pro)로서 맥OS 시에라(Sierra)를 실행 중이고 2.6Ghz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8GB RAM이 장착되어 있다. 저가형 인디 맥 게임 정도는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지만 크거나 새로운 게임을 감당하지는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용 컴퓨터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지포스 나우가 있으면 힘든 작업은 자신의 컴퓨터에서 할 필요가 없다. 안정적이고 속도 빠른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기만 하다면 모두 원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필자가 시험적으로 해본 게임은 시각적으로나 성능적으로 매우 훌륭했다. 사용된 가정용 와이파이는 50~100Mps 사이이고 게임 실행 시 라우터에서 3m 이내에 있었다. 거리가 더 멀어지면 게임이 뚝뚝 끊기곤 했다. 100명이서 하는 총격전인 플레이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PUBG))는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PC 게임이다. 올해만 유료 사용자가 2,000만 명을 넘었다. 맥용은 출시되지 않아서 이제서야 해 볼 수 있었는데 지포스 나우에서 멋지게 실행된다.
원격으로 게임을 한다면 약간의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미국 전역에 30밀리초 미만의 서비스 핑 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자의 위치는 시카고 바로 외부의 서버와 매우 가깝지만 버튼을 누르거나 마우스를 클릭하면 본인 컴퓨터에서 직접 게임을 할 때에 비해 약간 느린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배틀 그라운드는 결국 치열한 총격전이 일어나기는 해도 대부분 사냥감을 찾아 개활지를 조용히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다. 어쨌든 로컬 PC에서와 거의 비슷한 화면과 성능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필자는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가 작년에 출시한 둠(Doom) 리부트 게임도 해 봤다. 역시 스트리밍 지연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었다. 1인 작전에서 배경이나 악마 등의 적은 모두 인상적으로 생생하게 보였고 원활하게 실행되었다. 게임 패드에서 트리거를 클릭할 때와 산탄이 괴물에게 발사되는 시간의 차이는 거의 지연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짧았다. 이러한 원격 설정으로 게임 전체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자동차로 축구를 하는 멋진 로켓 리그(Rocket League) 게임이라면 이야기가 약간 다르다. 이 게임에 수백 시간을 쏟아 부은 열성 팬으로서 하는 말이다. 단, 필자의 맥은 낮은 설정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서 플레이스테이션 4로 거의 게임을 했었다는 점을 밝혀 둔다. 지포스 나우로는 화질이 환상적이고 매끈하게 실행되기는 했지만, 공을 막고 완벽한 슛을 하기 위해 재빠른 반응이 필요한 이런 게임에서는 온라인 대결에 스트리밍 지연 때문에 지장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게임은 매우 즐거웠다. 실책이 있었어도 여전히 꽤 잘 했다. 만일 성능은 낮지만 반응성이 좋은 맥에서 직접 하는 것과 시각적으로는 많이 향상되었지만 약간의 지연이 있는 스트리밍을 통해 하는 것 중 선택해야 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로켓 리그의 경우 맥에서는 어차피 끊기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해도 완벽하지는 않다. 지포스 나우는 가볍게 즐기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정밀성을 요하는 고급 게임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체험해 보기
지포스 나우가 가장 공략하기 쉬운 것은 바로 게임을 가볍게 즐기지만 고급 PC나 게임 콘솔을 살 정도로 하지는 않는 맥 사용자들을 겨냥한 시장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엔비디아의 서비스로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게다가 아직 초기 상태다. 올 가을 오픈 베타 버전 출시 이후 지포스 나우는 여러 측면에서 개선되었다. 서버가 증설되었고 마우스 반응성이 개선되었다. 이제 마이크가 지원되고 울트라 스트리밍 모드(Ultra Streaming Mode)를 통한 고속 프레임 속도도 지원된다. 앞으로 계속 더 좋아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해 초 엔비디아가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서비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완벽하지 않으며 제대로 즐기려면 더 많은 서버와 신판, 더 빠른 인터넷 속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게다가 비용 문제도 있다. 지포스 나우가 정식 출시되면 20시간에 25달러, 즉, 시간 당 1.25 달러를 내야 한다. 게임을 가끔씩 하는 사람이라면 게임용 PC나 콘솔을 사는 것보다 낫겠지만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초기 베타 상태에서는 비용 부담이나 접속에 제한이 없으므로 지금이 지포스 나우를 체험해 보고 익숙해질 적기이다. 컴퓨터를 새로 사지 않고도 오버워치(Overwatch), 배틀그라운드, 더 위처(The Witcher) III, 데스티니(Destiny) 2,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WWII) 같은 대형 게임을 맥에서도 즐길 수 있다. 이미 맥용으로 나와 있는 게임 역시 일반 맥에서 직접 구동하는 것보다 훨씬 잘 실행된다. 외부의 힘을 조금 빌렸을 때 맥에서 어떤 게임이 가능한지 알게 된다면 멍해질 정도로 감동을 받을지 모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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