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이 다양하다는 특성은 거꾸로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과잉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인터페이스가 효율적이긴 하지만 익힐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며, 특히 생소한 전문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가격, 디자인, 기능
컴퓨터 1대용 레트로스펙트 17 가격은 49달러(솔로), 5대용은 119달러(데스크톱)이다. 구독 가격은 월 4달러부터다. 여기까지는 개인 사용자와 소기업이 주 대상이다. 그 외에 서버나 기업용 솔루션 다수와 IT 담당자용 관리 콘솔, 가상머신 지원 서비스도 있다. 사실 레트로스펙트는 주로 기업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지만 필자가 사용해 본 경험에 따르면, 사용법만 익히면 일반적인 사용자가 쓰기에도 좋다.필자가 레트로스펙트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후 10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인터페이스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놀라웠다. 그러나 백업 분야에서 꾸준함은 곧 안정성을 의미하므로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인터페이스는 매우 효율적이다.
왼쪽의 펼치고 접을 수 있는 기능 트리, 마법사와 비슷한 스크립트 작업 생성, 논리적이지만 전문 용어가 난무하고 직관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워크플로우 모두 그대로다. 예를 들어 소스(Source)는 무슨 의미인지가 명확하지만, 대상(Destination)을 클릭하면 ‘백업 세트(Backup Set)’를 선택하는 옵션이 표시된다. 백업 세트의 의미는 대상과 같은데도 처음에는 잠깐 멈칫하게 된다. 또, 대부분의 백업 프로그램은 백업되는 파일을 ‘필터링’하는 기능을 제공하는데(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 등), 레트로스펙트는 이 기능을 ‘선택(Select)’ 항목에 배치했다. 작업(Jobs) 대신 스크립트(Scripts)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등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다.
대다수 사용자에게 익숙한 여타 프로그램과는 다르므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에 앞서 도움말 가이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가이드는 충실하게 잘 작성돼 있다. 참고로 테이프 백업을 비롯한 일부 백업 유형에서는 카탈로그 파일이 데이터와 함께 저장되지 않고 백업을 실행한 시스템에 저장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알아둬야 할 많은 내용이 설명서에 적혀 있다.
레트로스펙트에는 온갖 다양한 기능이 내장돼 있다. 백업을 모니터링, 예약, 자동화하고 백업 전후에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증분 백업과 차등 백업의 혼합 등 점진적 백업, 전체 백업 중 일부 압축 또는 암호화를 선택하고 재해 복구 미디어를 만들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많다. 테이프, 광학, 하드 드라이브, 스토리지 그룹을 비롯해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만들어진 대상이라면 거의 모두 다 사용할 수 있다. 아래 스크린샷에서 기본 사항을 정의한 후 사용 가능한 옵션 범주를 볼 수 있다.
이 스크린샷을 보면 레트로스펙트가 전 세계 컴퓨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윈도우, 맥OS, 리눅스를 지원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크롬북은 지원하지 않지만 어차피 크롬북은 대부분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도록 만들어졌다.
다른 백업 프로그램에는 있는데 레트로스펙트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백업에 관한 모든 기능이 든 소프트웨어를 찾는다면 레트로스펙트를 선택하면 된다. 프로액티브AI(ProactivAI) 같이 소수만 이해할 만한 기능도 있다. 프로액티브AI라는 이름은 상당히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AI라는 용어의 많은 오용 사례 중 하나에 속한다. 사실 프로그램이 소스와 대상을 추적해 필요에 따라 백업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기능일 뿐이다. 여러 대의 PC를 백업할 때 유용한 기능으로, 레트로스펙트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솔로에 없는 기능이라면 재해 복구 미디어용으로 쓰이는 “다른 하드웨어로 복원하기”다. 이제 윈도우에 거의 모든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표준 드라이버가 포함되므로 예전만큼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꼭 이 기능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99달러짜리 부가 기능을 구매해야 한다. 또, 복구 미디어를 만들 때는 마이크로소프트 평가 및 개발 키트(Assessment and Deployment Kit)를 다운로드해야 한다. 온라인 스토리지를 사용할 때도 스토리지 업체의 연결 토큰을 수동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면에서 불편하다. 굳이 지적할 만한 부분은 이 정도가 전부다.
오픈 파일 백업, 관리 콘솔과 같은 다른 기업용 추가 기능도 많지만 일반적인 사용자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제품
레트로스펙트와 PCWorld, 필자의 인연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PCWorld는 오랫동안 레트로스펙트와 8mm 테이프로 백업을 진행했다. 백업은 극히 안정적이어서, 저장 매체 외의 다른 문제는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 주로 맥에서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애플의 타임 머신이 나오자 일반 사용자 사이에서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고, 결코 실망을 안긴 적이 없음에도 인지도는 낮아졌다이번 테스트에는 레트로스펙트를 외장 하드 드라이브와 SSD 등 로컬 미디어와 주 NAS 박스에서 250GB의 데이터 집합을 사용했다. 백업과 복원 중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속도도 경쟁 제품과 대등하거나 더 나았다. 요즘엔 컴퓨터의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고비율 압축을 적용해도 성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복구 디스크를 만들 때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운로드가 필요하지만, 기능 자체는 잘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