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0

'박살 난' 블리자드의 전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Jake Tucker | PC Advisor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Warcraft 3 Reforged)의 가장 치열한 전투는 오크(Orc), 휴먼(Human), 언데드(Undead), 나이트 엘프(Night Elf) 종족 간이 아니다. 바로 2002년과 2020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실시간 전략(RTS) 게임 워크래프트 3의 전설이 리마스터라지만 거의 리마스터 되지 않은 리포지드 판의 출시로 '완전히 박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최애' 게임 중 하나를 재해석한 이번 리마스터는 쉽게 넣을 수 있는 골이나 마찬가지였다. 블리자드는 작년 10월 블리츠청(Blitzchung) 사건을 비롯해 여러 건의 소소한 PR 참사를 겪은 후 제대로 된 홍보 기회를 모색해 왔다. 따라서 이번 건은 필요한 자원을 모조리 동원해 이번 공을 골문에 넣었어야 했고 열광하는 워크래프트 3 팬의 등에 업혀 승리를 만끽하며 경기장을 내달려야 했다. 그런데 블리자드가 마무리 단계에서 뻥 차버린 공은 경기장 바깥으로 날아가 근처 주차장에 떨어지고 말았다.
 

블리자드 명예의 거리

필자는 오랫동안 워크래프트 3의 팬이었다. 18년이나 게임을 하다 보니 이제는 당연히 약간 힘들어질 시점이었다. 그동안 비디오 게임 전반에 이 게임이 미친 영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MORPG 대히트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등장했고 영웅 중심의 게임 방식이 커스텀 게임 (나중에는 밸브의 엄청나게 인기 있는 독립형 게임) 도타(DotA)로 변신했다. 도타는 MOBA 장르를 탄생시켰고 워크래프트 3가 대표적이었던 실시간 전략 장르를 몰아내는 데 큰 몫을 했다.

2020년 현재 워크래프트 3의 게임 방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필자의 마음을 주로 끈 것은 디지털 유람이었다. 게임 속 여러 작전과 많은 전투 속을 누비다 보면 유명해지기 전의 비디오 게임을 보는 듯했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장인물의 초기 버전과 하스스톤(Hearthstone) 카드는 물론 심지어 몇몇 도타 2 영웅도 볼 수 있었다(물론 밸브는 이들이 법적으로 구별된다고 주장할 것이 틀림없다).

2020년 출시 예정인 최고의 리메이크 게임들을 살펴보라. 이들과 비교해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Warcraft 3 Reforged)는 플레이 방식과 외관이 어느 정도 똑같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원래의 목소리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진행 방식도 거의 같다고 해도 정확히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30파운드라는 가격, 그리고 더는 커스텀 작전은 펼칠 수 없고 모드(mod)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만 되며 이제부터 만들어진 모든 커스텀 게임의 소유권은 블리자드에 귀속된다고 명시한 서비스 변경 조항이 생겼다는 사실(블리자드는 이 도타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음이 분명하다)을 고려하면, 사상 최초로 원작 게임을 악화시킨 리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가짜

안타까운 일이다. 작금의 시대에 리메이크는 원작을 충실히 재탕할 필요가 없고 그 대신 원작의 정신을 따르기만 해도 된다. 예컨대, 파이널 판타지 7은 완전 새로운 실시간 전투 시스템을 갖추어 출시될 예정이며 레지던트 이블 2는 고전 공포 게임을 경이적으로 재해석해 작년에 출시됐다.

반면,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원작에서 2GB였던 설치 용량을 30GB로 부풀렸고, 30파운드짜리 노스탤지어 팩을 만들어서 원작 게임으로 충분히 만족하던 사용자의 심기를 건드렸다. 살짝 덧칠한 것 이상을 기대하며 돌아온 팬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RTS 장르가 이제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스스로의 강점을 살린 경험을 제공한다. 기지에서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가차 없이 생산을 지속하는 한편, 세상을 끝낼 듯한 적과의 싸움에 대비해 지도 주위를 전력 질주하면서 영웅의 레벨 높이기에 주력하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며 독보적인 초기 게임을 선사한다. 새로워진 이번 판이 어설픈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사려 깊은 변화와 방식으로 완벽한 제품만 내놓곤 하던 회사가 만든 것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이 게임의 장점은 게임이 제공하는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워크래프트 3의 각 작전은 오래된 방식처럼 느껴지기는 해도 매력적이다. 한 인간 전사가 순수성에 집착한 나머지 암흑으로 빠져든다는 기본 줄거리는 상투적이지만 양측에서 (그리고 몇몇 보조 각도에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등장인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심하게 상투적인데도 블리자드는 줄거리를 고칠 계획을 철회했다. 원작의 목소리를 유지하고 싶다는 팬들의 주장이 제기된 후의 일이다(그러니까 사실, 이번 참사는 어느 정도는 팬들의 잘못이다).

영웅 중심의 게임 방식은 멀티플레이어 전투에 진정한 열정을 더해 준다. 멀티플레이어 전투에서는 영웅 한 사람의 강력한 능력으로 싸움의 판도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즉, 불가능해 보이는 전투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으며 압도적인 부대를 보유하고 있어도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할 수 있다. 언데드의 퍼져나가는 암흑에서부터 나이트 엘프의 “우리는 그 어떤 천연자원도 실제로 태우지 않는다”는 플레이 방식에 이르기까지 각 종족은 게임에 임하는 방식이 모두 딴판이다.

이 게임에서는 여전히 창의적인 의사결정 대신 구축 명령을 가차 없이 암기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이 요소는 그동안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의 핵심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성공적인 것은 2002년 게임과 느낌이 똑같기 때문이다. 게임이 성공적인 것은 거의 달라진 것이 없이 똑같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2002년도 판 게임을 가진 사람과도 즐길 수 있다. 반면, 게임의 단점 역시 여전히 존재하며, 블리자드가 좀 더 신나는 것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블리자드 '최애' 자산의 이번 리마스터가 망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


2020.02.10

'박살 난' 블리자드의 전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Jake Tucker | PC Advisor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Warcraft 3 Reforged)의 가장 치열한 전투는 오크(Orc), 휴먼(Human), 언데드(Undead), 나이트 엘프(Night Elf) 종족 간이 아니다. 바로 2002년과 2020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실시간 전략(RTS) 게임 워크래프트 3의 전설이 리마스터라지만 거의 리마스터 되지 않은 리포지드 판의 출시로 '완전히 박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최애' 게임 중 하나를 재해석한 이번 리마스터는 쉽게 넣을 수 있는 골이나 마찬가지였다. 블리자드는 작년 10월 블리츠청(Blitzchung) 사건을 비롯해 여러 건의 소소한 PR 참사를 겪은 후 제대로 된 홍보 기회를 모색해 왔다. 따라서 이번 건은 필요한 자원을 모조리 동원해 이번 공을 골문에 넣었어야 했고 열광하는 워크래프트 3 팬의 등에 업혀 승리를 만끽하며 경기장을 내달려야 했다. 그런데 블리자드가 마무리 단계에서 뻥 차버린 공은 경기장 바깥으로 날아가 근처 주차장에 떨어지고 말았다.
 

블리자드 명예의 거리

필자는 오랫동안 워크래프트 3의 팬이었다. 18년이나 게임을 하다 보니 이제는 당연히 약간 힘들어질 시점이었다. 그동안 비디오 게임 전반에 이 게임이 미친 영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MORPG 대히트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등장했고 영웅 중심의 게임 방식이 커스텀 게임 (나중에는 밸브의 엄청나게 인기 있는 독립형 게임) 도타(DotA)로 변신했다. 도타는 MOBA 장르를 탄생시켰고 워크래프트 3가 대표적이었던 실시간 전략 장르를 몰아내는 데 큰 몫을 했다.

2020년 현재 워크래프트 3의 게임 방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필자의 마음을 주로 끈 것은 디지털 유람이었다. 게임 속 여러 작전과 많은 전투 속을 누비다 보면 유명해지기 전의 비디오 게임을 보는 듯했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장인물의 초기 버전과 하스스톤(Hearthstone) 카드는 물론 심지어 몇몇 도타 2 영웅도 볼 수 있었다(물론 밸브는 이들이 법적으로 구별된다고 주장할 것이 틀림없다).

2020년 출시 예정인 최고의 리메이크 게임들을 살펴보라. 이들과 비교해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Warcraft 3 Reforged)는 플레이 방식과 외관이 어느 정도 똑같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원래의 목소리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진행 방식도 거의 같다고 해도 정확히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30파운드라는 가격, 그리고 더는 커스텀 작전은 펼칠 수 없고 모드(mod)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만 되며 이제부터 만들어진 모든 커스텀 게임의 소유권은 블리자드에 귀속된다고 명시한 서비스 변경 조항이 생겼다는 사실(블리자드는 이 도타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음이 분명하다)을 고려하면, 사상 최초로 원작 게임을 악화시킨 리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가짜

안타까운 일이다. 작금의 시대에 리메이크는 원작을 충실히 재탕할 필요가 없고 그 대신 원작의 정신을 따르기만 해도 된다. 예컨대, 파이널 판타지 7은 완전 새로운 실시간 전투 시스템을 갖추어 출시될 예정이며 레지던트 이블 2는 고전 공포 게임을 경이적으로 재해석해 작년에 출시됐다.

반면,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원작에서 2GB였던 설치 용량을 30GB로 부풀렸고, 30파운드짜리 노스탤지어 팩을 만들어서 원작 게임으로 충분히 만족하던 사용자의 심기를 건드렸다. 살짝 덧칠한 것 이상을 기대하며 돌아온 팬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RTS 장르가 이제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스스로의 강점을 살린 경험을 제공한다. 기지에서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가차 없이 생산을 지속하는 한편, 세상을 끝낼 듯한 적과의 싸움에 대비해 지도 주위를 전력 질주하면서 영웅의 레벨 높이기에 주력하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며 독보적인 초기 게임을 선사한다. 새로워진 이번 판이 어설픈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사려 깊은 변화와 방식으로 완벽한 제품만 내놓곤 하던 회사가 만든 것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이 게임의 장점은 게임이 제공하는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워크래프트 3의 각 작전은 오래된 방식처럼 느껴지기는 해도 매력적이다. 한 인간 전사가 순수성에 집착한 나머지 암흑으로 빠져든다는 기본 줄거리는 상투적이지만 양측에서 (그리고 몇몇 보조 각도에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등장인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심하게 상투적인데도 블리자드는 줄거리를 고칠 계획을 철회했다. 원작의 목소리를 유지하고 싶다는 팬들의 주장이 제기된 후의 일이다(그러니까 사실, 이번 참사는 어느 정도는 팬들의 잘못이다).

영웅 중심의 게임 방식은 멀티플레이어 전투에 진정한 열정을 더해 준다. 멀티플레이어 전투에서는 영웅 한 사람의 강력한 능력으로 싸움의 판도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즉, 불가능해 보이는 전투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으며 압도적인 부대를 보유하고 있어도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할 수 있다. 언데드의 퍼져나가는 암흑에서부터 나이트 엘프의 “우리는 그 어떤 천연자원도 실제로 태우지 않는다”는 플레이 방식에 이르기까지 각 종족은 게임에 임하는 방식이 모두 딴판이다.

이 게임에서는 여전히 창의적인 의사결정 대신 구축 명령을 가차 없이 암기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이 요소는 그동안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의 핵심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성공적인 것은 2002년 게임과 느낌이 똑같기 때문이다. 게임이 성공적인 것은 거의 달라진 것이 없이 똑같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2002년도 판 게임을 가진 사람과도 즐길 수 있다. 반면, 게임의 단점 역시 여전히 존재하며, 블리자드가 좀 더 신나는 것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블리자드 '최애' 자산의 이번 리마스터가 망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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