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보통 4월 중순쯤 WWDC 개최 소식을 발표한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를 지켜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얼마 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국제 여행이나 대규모의 관중이 밀집한 장소 등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단계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으며 이 현상이 수 개월만에 진정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애플이 수 천 명의 개발자, 그리고 많은 애플 핵심 직원이 모이는 행사의 대안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WWDC가 취소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행사 취소가 문제되는 이유
확실한 사실부터 시작하자. 필자는 의사나 전염병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은 명확하다. 스트래티처리(Stratechery)의 애널리스트 벤 톰슨은 이번주, 처음 두려워한 것만큼 사상률이 높지는 않다고 지적했지만, 전염률이 높아 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은 환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결과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는 가장 큰 의의는 바이러스 확산을 ‘멈춘다’기 보다는 ‘늦춘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현재의 보건 인프라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며 어떤 이유로 많은 환자가 한꺼번에 발생하게 되면 의료 시설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미 바이러스에 전염된 사람도 많지만,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보건 인프라의 대처 방법이나 환자 치료도 나아질 것이다.
애플에 주어진 선택지
매년 WWDC에 참가했던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난 수 년간 애플은 닫힌 회의장 안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생중계되는 형식으로 행사를 바꾸어 왔다. 대부분의 발표 세션이 생중계되거나 추후 WWDC 앱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WWDC 세션 발표나 강연은 애플 파크의 일부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기도 하며, 이 경우 많은 참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문제는 기조연설이다. 애플은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주로 열리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체온 등 건강 상태 확인을 거친 소수의 인원을 모아 두고 매년 아이폰을 공개하던 것처럼 같은 내용의 기조연설을 발표하면 된다. 장내를 꽉 메운 참석자 없이 진행되는 기조연설이라니 상상하기 어렵지만, 만일 공개 진행일 경우에도 입장객 규모를 애플 직원만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필요할 때 열렬한 박수를 보낼 것이 분명한 관중들이다.
그러나 WWDC에 필요한 것은 ‘교류’다. 모든 세션을 인터넷 생중계로 볼 수 있지만, 미국 산 호세에 도착해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이유는 바로 다른 개발자와의 교류일 것이다. 애플은 특히 개발자가 애플의 핵심 엔지니어와 만날 수 있는 랩 세션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랩 세션은 아마도 WWDC에서 가장 중요하고 빛나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한 해 내내 버그 보고서나 작성하고, 애플리케이션에 생긴 문제와 씨름하던 개발자들이 WWDC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앱을 괴롭히던 바로 그 문제의 원인에 대해 애플 엔지니어와 직접 마주앉아 토론할 수 있는 기회글 락ㅈ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소프트웨어의 명줄을 손에 쥔 애플 내부 엔지니어와 직접 이야기하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는 개발자를 수도 없이 만나보았다.
랩 세션은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지만, 필자는 애플이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애플 직원들과 이야기할 온라인 방문 시간을 정해서 페이스타임 전화를 진행한다거나, 중요한 애플 엔지니어들이 개발자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온라인 Q&A 세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긴장이나 우려 없이 애플 엔지니어와 일반 개발자들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생각해내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지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또, 상황에 맞춘 이러한 시도가 애플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애플이 별도의 행사 없이도 개발자와 애플 엔지니어가 교류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의 배포를 앞당기고 값비싼 정기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개발자들도 개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의 변화들
WWDC는 애플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행사로, 생방송 팟캐스트, 관련 컨퍼런스 등 부대 행사도 많다.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아쉬워할 사용자가 많을 것이다. 또한 이들 행사를 대체할 것도 없으리라고 본다. 이것들이 사라진 WWDC는 여느 애플 행사와 다를 바 없다. 팟캐스트 정도야 계속되겠지만 한 주 동안 계속되는 신나는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 애플 커뮤니티의 대다수 사용자는 WWDC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물론 대리 체험의 기회는 사라지지만, 애플은 여전히 새로운 운영체제를 발표할 것이고, 몇몇 새 하드웨어를 내놓을 것이며, 언론은 앞다투어 신제품을 자세히 소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궁금한 점은, 3월 말 애플이 몇몇 신제품을 발표하는 언론 대상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소문이다. 애플이 아직도 애플 파크에서 대규모의 미디어 행사를 진행하고 싶어할까? 바이러스가 이렇게 퍼져가고 있는데 말이다. 중국 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중지한 지금 신제품이 제때 출시된다고 쳐도, 지금은 행사를 보류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또는 작년 16인치 맥북 프로 때처럼 일부 언론에 조용히 관련 정보를 보내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사실 애플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파견 기자 없이도 애플 파크 깊숙한 곳에서 생방송을 통해 발표할 수도 있고, 언론사 기자를 선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발표 방식을 정돈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애플의 신제품 발표는 아직도 꽤나 큰 뉴스거리다.
WWDC의 대면 행사가 취소될 경우, 물론 필자는 산 호세에서 업계 동료들을 만나는 기회를 놓쳐 아쉬워할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언론 인프라의 긴장을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큰 희생이 아니다. 애플 역시 다른 메시지 전달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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