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6

글로벌 칼럼 | 포켓몬 고, 그리고 악령이 출몰하는 혼합 현실의 세계

Mike Elgan | Computerworld
포켓몬 몬스터들이 정말 "디지털 악령"일까?

칼 세이건은 1995년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계: 어둠속의 등불과도 같은 과학(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에서 과학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불가능하게 해준다고 설파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은 이제 화산 폭발의 원인이 인간의 희생을 원하는 화산 신의 분노 때문이 아니라 판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임을 안다.

이것이 과학의 힘이다!

그러나 과거 과학이 타파했던 것을 기술이 새롭게 만들고 있다.


'악령'으로서의 포켓몬 몬스터
일부 종교 지도자 및 관련 전문가들은 포켓몬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유가 뭘까? 젊은이들이 '해로운' 영혼과 악령에 접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최고 성직자 위원회는 15년 전,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 카드 게임을 금지하는 율법 명령 파트와(fatwa)를 내렸다. 최근 포켓몬 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위원회는 명령의 내용을 다시 보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위원회가 포켓몬을 반대하는 이유 중에는 이 게임이 다신론을 퍼뜨린다는 믿음도 포함된다. 위원회의 시각에서 피카추, 지글리퍼프, 사이덕은 가짜 신이다.

아이오와 주 더뷰크에 소재한 합심목사회(With One Accord Ministries)의 윌리엄 J. 슈노벨린은 몇 년 전에 포켓몬이 "악령물"이며 이 게임이 어린이들에게 "악령을 길들이고 조종할 수 있다"는 위험한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트루뉴스(Trunews)" 팟캐스트에서는 최근 트루뉴스 사무실 근처에서 포켓몬 고에 열중한 한 게이머를 본 이후 포켓몬 현상에 대해 방송했다("트루뉴스"는 자칭 "보수적인 정통 기독교적 세계관을 통해 전세계 사건을 보도, 분석, 해석하는 세계 최고의 뉴스 소스"임). 트루뉴스 팟캐스트는 포켓몬 캐릭터들을 "짐승과 영혼", "가상 사이버 악령", "디지털 악령"으로 묘사했다. 앱을 직접 다운로드한 한 트루뉴스 직원은 "트루뉴스 건물 내에서 가상 사이버 악령을 찾았다"고 말했으며, 진행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몹시 분개했다.

물론 이 종교 단체 팟캐스트 진행자들은 포켓몬 캐릭터가 실제 영혼이나 악령 또는 신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다만 이들이 가짜 영혼, 악령, 신이라고 생각하는 이것들에 어린이와 신자들이 몰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신학적 관점에서 포켓몬은 악령이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포켓몬이 출몰하는 세계
분명히 해두자. 포켓몬 고는 모바일 위치 기반 혼합 현실 상품이 대중 시장으로 확산된 첫 사례일 뿐이다. 앞으로 이러한 상품은 수없이 쏟아질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가상 세계는 상시 우리 주변에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미래가 인간의 심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과거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는 유령, 악령, 신, 영혼 등이 존재하는 평행 우주를 믿으라는 교육을 받았다. 현재의 어린이들은 그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가상 평행 우주에서 다른 존재들을 직접 보고 듣고, 이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시작일 뿐이다. 어린이용 콘텐츠 시장에는 혼합 현실 게임과 이야기, 그리고 온갖 종류의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 관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 중 상당수는 위치 기반 상품일 것이다.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혼합 현실 고글을 쓴 어린이들은 걸어 다니면서 곳곳에서 애니메이션화되어 움직이는 캐릭터와 가상 존재를 보게 된다(맥도날드 햄버거의 광대 캐릭터도 물론 등장한다).

조금 더 크면 눈앞에 바로 나타나는 친구들의 3D 비디오 아바타와 대화하게 된다.
어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한 가상 비서를 두게 되는데, 오직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 비서는 하루 종일 유령처럼 따라다니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모든 음식점, 공원, 건물, 유명 장소와 관광지 등에서는 보거나 듣기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가상 장면과 정보가 제공된다.

혼합 현실은 마케터들의 미래다. 이미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남김없이 다 사용한 광고인들은 비물리적인 세계를 광고 콘텐츠로 채우기 위해 맹렬히 달려들 것이다. 영화 백투더퓨쳐 2에 나오는 "죠스 19" 광고가 현실이 된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기에 오싹한 것들도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길가에 만들어진 임시 위령소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령소도 머지 않아 가상 세계에서 볼 수 있게 된다.

포켓몬 고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기술을 통해 모바일 위치 기반 혼합 현실에 성지가 만들어진다. 미래에 등장할 수많은 추모 앱을 다운로드하면 누구나 어디서나 이러한 가상 위령소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상 위령소에서는 아마 사망한 사람이 홀로그램 비디오를 통해 유령 같은 모습으로 손을 흔든다.

즉, 2006년 영화 일루셔니스트(The The Illusionist)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불러낸 유령들, 또는 2012년 코첼라 라이브의 투팍 홀로그램과 비슷할 것들을 길가 위령소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이든 죽은 자들이 우리 주변을 배회하게 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유령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이원론 세계관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이원론에 동의한다. 이원론은 사람이 물리적인 육체와 비물리적인 영혼,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 개념에서 "유령"은 물리적인 육체가 사망하고 영혼이 남을 때 형성된다.

이원론을 믿으려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분리가 가능한 "영혼" 또는 "유령"이 있다고 믿어야 하는데, 이는 혼합 및 증강 현실의 미래인 포켓몬이 출몰하는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 엄마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아이에게 오후에 태권도 도장에 가야 하고 4시에 아빠가 데리러 갈 것이라고 알려준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엄마의 혼합 현실 홀로그램과 엄마의 "영혼"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길가에 나타나는 죽은 사람의 홀로그램과 유령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심리적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증강 현실과 혼합 현실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물리적인 세계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수천 개의 평행 우주를 일상에 생성할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지도를 그리고,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가상 생명체와 사물, 정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지금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이 포켓몬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과 똑같다.

현재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이러한 평행 세계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면서, 수많은 가상 존재와 함께 성장하게 된다.

미래의 세계는 과거의 세계와 같다. 온갖 종류의 영혼, 악령, 천사, 유령, 신들이 존재하는 세계다. 더불어 풍부하고 유용한 정보도 있다.

과학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계를 몰아냈지만, 이제 기술이 그 세계를 다시 되살리고 있다. editor@itworld.co.kr


2016.07.26

글로벌 칼럼 | 포켓몬 고, 그리고 악령이 출몰하는 혼합 현실의 세계

Mike Elgan | Computerworld
포켓몬 몬스터들이 정말 "디지털 악령"일까?

칼 세이건은 1995년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계: 어둠속의 등불과도 같은 과학(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에서 과학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불가능하게 해준다고 설파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은 이제 화산 폭발의 원인이 인간의 희생을 원하는 화산 신의 분노 때문이 아니라 판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임을 안다.

이것이 과학의 힘이다!

그러나 과거 과학이 타파했던 것을 기술이 새롭게 만들고 있다.


'악령'으로서의 포켓몬 몬스터
일부 종교 지도자 및 관련 전문가들은 포켓몬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유가 뭘까? 젊은이들이 '해로운' 영혼과 악령에 접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최고 성직자 위원회는 15년 전,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 카드 게임을 금지하는 율법 명령 파트와(fatwa)를 내렸다. 최근 포켓몬 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위원회는 명령의 내용을 다시 보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위원회가 포켓몬을 반대하는 이유 중에는 이 게임이 다신론을 퍼뜨린다는 믿음도 포함된다. 위원회의 시각에서 피카추, 지글리퍼프, 사이덕은 가짜 신이다.

아이오와 주 더뷰크에 소재한 합심목사회(With One Accord Ministries)의 윌리엄 J. 슈노벨린은 몇 년 전에 포켓몬이 "악령물"이며 이 게임이 어린이들에게 "악령을 길들이고 조종할 수 있다"는 위험한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트루뉴스(Trunews)" 팟캐스트에서는 최근 트루뉴스 사무실 근처에서 포켓몬 고에 열중한 한 게이머를 본 이후 포켓몬 현상에 대해 방송했다("트루뉴스"는 자칭 "보수적인 정통 기독교적 세계관을 통해 전세계 사건을 보도, 분석, 해석하는 세계 최고의 뉴스 소스"임). 트루뉴스 팟캐스트는 포켓몬 캐릭터들을 "짐승과 영혼", "가상 사이버 악령", "디지털 악령"으로 묘사했다. 앱을 직접 다운로드한 한 트루뉴스 직원은 "트루뉴스 건물 내에서 가상 사이버 악령을 찾았다"고 말했으며, 진행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몹시 분개했다.

물론 이 종교 단체 팟캐스트 진행자들은 포켓몬 캐릭터가 실제 영혼이나 악령 또는 신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다만 이들이 가짜 영혼, 악령, 신이라고 생각하는 이것들에 어린이와 신자들이 몰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신학적 관점에서 포켓몬은 악령이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포켓몬이 출몰하는 세계
분명히 해두자. 포켓몬 고는 모바일 위치 기반 혼합 현실 상품이 대중 시장으로 확산된 첫 사례일 뿐이다. 앞으로 이러한 상품은 수없이 쏟아질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가상 세계는 상시 우리 주변에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미래가 인간의 심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과거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는 유령, 악령, 신, 영혼 등이 존재하는 평행 우주를 믿으라는 교육을 받았다. 현재의 어린이들은 그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가상 평행 우주에서 다른 존재들을 직접 보고 듣고, 이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시작일 뿐이다. 어린이용 콘텐츠 시장에는 혼합 현실 게임과 이야기, 그리고 온갖 종류의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 관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 중 상당수는 위치 기반 상품일 것이다.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혼합 현실 고글을 쓴 어린이들은 걸어 다니면서 곳곳에서 애니메이션화되어 움직이는 캐릭터와 가상 존재를 보게 된다(맥도날드 햄버거의 광대 캐릭터도 물론 등장한다).

조금 더 크면 눈앞에 바로 나타나는 친구들의 3D 비디오 아바타와 대화하게 된다.
어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한 가상 비서를 두게 되는데, 오직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 비서는 하루 종일 유령처럼 따라다니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모든 음식점, 공원, 건물, 유명 장소와 관광지 등에서는 보거나 듣기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가상 장면과 정보가 제공된다.

혼합 현실은 마케터들의 미래다. 이미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남김없이 다 사용한 광고인들은 비물리적인 세계를 광고 콘텐츠로 채우기 위해 맹렬히 달려들 것이다. 영화 백투더퓨쳐 2에 나오는 "죠스 19" 광고가 현실이 된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기에 오싹한 것들도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길가에 만들어진 임시 위령소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령소도 머지 않아 가상 세계에서 볼 수 있게 된다.

포켓몬 고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기술을 통해 모바일 위치 기반 혼합 현실에 성지가 만들어진다. 미래에 등장할 수많은 추모 앱을 다운로드하면 누구나 어디서나 이러한 가상 위령소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상 위령소에서는 아마 사망한 사람이 홀로그램 비디오를 통해 유령 같은 모습으로 손을 흔든다.

즉, 2006년 영화 일루셔니스트(The The Illusionist)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불러낸 유령들, 또는 2012년 코첼라 라이브의 투팍 홀로그램과 비슷할 것들을 길가 위령소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이든 죽은 자들이 우리 주변을 배회하게 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유령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이원론 세계관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이원론에 동의한다. 이원론은 사람이 물리적인 육체와 비물리적인 영혼,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 개념에서 "유령"은 물리적인 육체가 사망하고 영혼이 남을 때 형성된다.

이원론을 믿으려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분리가 가능한 "영혼" 또는 "유령"이 있다고 믿어야 하는데, 이는 혼합 및 증강 현실의 미래인 포켓몬이 출몰하는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 엄마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아이에게 오후에 태권도 도장에 가야 하고 4시에 아빠가 데리러 갈 것이라고 알려준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엄마의 혼합 현실 홀로그램과 엄마의 "영혼"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길가에 나타나는 죽은 사람의 홀로그램과 유령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심리적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증강 현실과 혼합 현실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물리적인 세계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수천 개의 평행 우주를 일상에 생성할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지도를 그리고,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가상 생명체와 사물, 정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지금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이 포켓몬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과 똑같다.

현재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이러한 평행 세계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면서, 수많은 가상 존재와 함께 성장하게 된다.

미래의 세계는 과거의 세계와 같다. 온갖 종류의 영혼, 악령, 천사, 유령, 신들이 존재하는 세계다. 더불어 풍부하고 유용한 정보도 있다.

과학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계를 몰아냈지만, 이제 기술이 그 세계를 다시 되살리고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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