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규 유입 고객을 진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객 여정이 다변화되면서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증가했지만, 결국 이것은 기존 고객들이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설치해두고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수많은 앱을 생각해보자. 앱스플라이어(AppsFlyer)의 2018년 앱 리텐션 벤치마크(2018 App Retention Benchmarks) 보고서에 따르면, 앱을 설치한 지 1개월이 지났을 때 앱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비율은 단 7%에 불과하다.
쇼핑몰에서 장바구니에 물품을 담아둔 채 실제 구입은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2018년 SA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 이용자 중 51%가 장바구니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북미나 유럽 지역 사용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은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고객의 LTV(Lifetime Value, 생애 가치)가 감소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LTV는 한 고객이 기업의 고객으로 존재하는 전체 기간 동안 기업에 제공할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수익의 합을 의미하며, 고객 유지를 잘 할수록 LTV가 증가하게 된다.
LTV 향상은 마케팅 ROI와도 직결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신규 고객 확보에 소모되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보다 5배~25배 정도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고객 유지를 위해 보다 체계적,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LTV 향상을 원한다면, ‘온드 미디어’에 주목해야
리텐션 마케팅(retention marketing)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리텐션 마케팅은 사이트에는 방문했으나 실제 구매로 전환되지 않은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해 LTV 향상에 목적을 둔 마케팅 방법이다. 특정 상품을 본 후에 페이스북이든 포털 사이트든 어디를 가도 해당 상품의 배너 광고가 나타나는 것이 리텐션 마케팅의 한 종류다. 리타겟팅(retargeting) 혹은 리인게이지먼트(re-engagement) 광고라고도 하는 이런 마케팅 방법은 검색 광고, 배너 광고처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를 활용한다는 면에서 전통적인 광고 방식이지만, 광고가 노출되는 사람을 세그먼트해서 관련이 높은 광고를 노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페이드 미디어와 달리, 모바일 앱의 이벤트 푸시(push) 메시지, 광고 문자 메시지, 광고 이메일 등 기업이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직접 운용 가능한 채널을 ‘온드 미디어(owned media)’라고 통칭한다.
페이드 미디어와 온드 미디어는 모두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이탈을 방지하는 데 중요하지만, 비용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 메시지의 개인화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지 않고 균형을 맞춰 활용해야 리텐션 마케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페이드 미디어를 활용한 리타겟팅 광고는 애피어의 크로스 엑스(CrossX) 프로그래매틱 플랫폼 등 리타겟팅을 전문으로 하는 광고 플랫폼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되어 있어 많은 마케터가 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CPC 기반의 유료 광고이기 때문에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다른 매체에 여러 광고들과 함께 노출되는 만큼 주목도가 떨어지고, 마케터가 잠재 고객에 맞춤 메시지를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온드 미디어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단독으로 집중도 높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데다 단순 광고보다 더 정보성이 짙은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다. 게다가 광고성 메시지 수신에 동의한 고객, 즉 이미 옵트인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고객의 행동 데이터나 CRM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세밀한 개인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온드 미디어의 활용 수준은 페이드 미디어에 비해 초기 단계다. 하루에 몇통씩 들어오는 광고 문자와 이메일, 공해로만 느껴지는 앱 푸시 등을 떠올려보자. 온드 미디어에서 전달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발송되는 광고가 다반사다. 따라서 LTV를 높이고자 하는 마케터들은 리타겟팅 광고와 함께 온드 미디어를 보다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고객 행동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
앱 푸시와 알림, 이메일, 문자 메시지를 스팸으로 여기지 않고 더 활발히 반응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나만을 위한 메시지’로 느끼게 만드는 개인화다.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모바일 앱 푸시를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광고) 일본 호텔 특가 오픈!”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광고) XXX님, 일본 호텔을 00000원에 이용해보세요”라는 것 중 고객은 어떤 것에 더 반응하게 될까? 또, 일본 호텔을 여러 개 조회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XXX님, 최근에 보신 A, B, C 호텔의 특가 혜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라거나, 일본행 항공권을 예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XXX님, (항공권 날짜 기간)에 3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하실 수 있는 일본 호텔을 살펴보세요!”라는 메시지도 고객의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메시지다.
핵심은 고객 행동 데이터에 기반해 메시지를 받을 대상을 나누고, 이름, 과거 구매 내역, 최근 조회 상품 등, 고객이 사이트에 남기는 모든 흔적들을 조합해 “나만을 위한 혜택”이라는 느낌을 주는 메시지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메시지를 전달할 시기도 개인화할 수 있다. 고객이 사이트에 자주 방문했던 시간대나 구매한 연관 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일 경우 예약한 항공 시간의 2개월 전에 숙박 관련 광고를 보내면 전환율이 더 높다.
실제로 애피어(Appier)가 한 이커머스 업체와 진행한 두 가지 테스트에서 개인화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구매를 하지 않은 경우 1시간 뒤에 “XXX님, 장바구니에 넣었던 상품을 잊으신 건 아닌가요?’라고 푸시를 보냈다. 또 다른 테스트에서는 3개 이상의 상품을 조회한 사용자에게 마지막으로 봤던 상품 3개를 카드 뉴스 방식으로 푸시를 보냈다.
두 가지 모두 사용자 이름을 포함하고, 개인화된 메시지로 보냈는데, CTR이 15%~36% 수준으로 나왔다. 일반적인 앱 푸시의 CTR이 5%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게는 3배, 많게는 7배까지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인 것이다.
복잡한 데이터 분석과 캠페인 집행 과정이 장애물
개인화는 온드 미디어의 분명한 장점이지만, 마케터가 생각한대로 고객을 세그먼트하고 메시지를 맞춤화해서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고객을 제대로 알아야 낮은 수준의 개인화라도 시도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일반적으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고객 행동 데이터는 마케터가 직접 액세스할 수 없다. 권한도 문제지만 데이터베이스 기술 자체도 마케터에게는 너무 복잡해 IT 담당자에게 요청해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마케터들은 직접 쿼리를 배워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하기도 하지만, 두 방법 모두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데이터를 추출했다 하더라도 이 데이터에서 상관 관계나 의미를 찾아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어려움은 또 있다. 자체 데이터만 사용할 경우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의 한계가 뚜렷하다. 검색하고, 조회하고, 관심 상품으로 담고, 장바구니에 담는 수준의 행동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데, 이들은 어디까지나 사이트 내에서만 남는 고객의 흔적일 뿐이다. 이 고객의 전체 여정이나 디지털 족적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고객의 정확한 관심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힘든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친 후에도 마케터의 고난은 끝나지 않는다. 모바일 앱 푸시, 웹 푸시,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온드 미디어의 플랫폼은 모두 파편화되어 있다. 채널 각각에 조건을 넣고 포맷에 맞는 메시지를 넣고, 크리에이티브를 생성해 어떤 것이 최고의 효과를 내는지 테스트를 거치면서 복잡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온드 미디어를 활용해 고도로 개인화된 리텐션 마케팅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나, 현실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케터가 직접 이 과정을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다. 현재 수많은 기업들이 스팸성 앱 푸시와 광고 문자, 이메일로만 온드 미디어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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