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구상 중인 인터페이스 재창조 “허공 제스처 기반의 프로젝트 솔리”
현재 구글은 이 손 제스처로 모든 전자 제품을 조작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구글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솔리(Project Soli)는 레이더를 사용해서 허공의 손 제스처로 전자 제품을 조작한다.
실제로도 상당히 놀라운 솔리
2015년 봄에 처음 발표된 솔리는 허공의 제스처를 사용해서 스마트폰, 컴퓨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리고 자동차까지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프로젝트가 이번 주 뉴스에 등장한 이유는 현재 미국에서 허용된 수치보다 더 높은 전력으로 솔리 레이더 센서를 가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구글의 요청을 FCC가 승인했기 때문이다. FCC는 이와 함께 비행기에서의 솔리 디바이스 사용도 허가했다.솔리는 구글 첨단 기술 및 프로젝트 그룹(ATAP)에서 나온 기술이다. ATAP 자체는 모토로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 내에서 전 DARPA 이사인 레지나 듀건에 의해 조직됐다. 구글은 2012년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ATAP를 입수했고, 1년 후 모토로라를 다시 레노버에 팔 때도 ATAP는 남겨뒀다.
사실 연구소 조직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 업계와 대학,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다. 훌륭한 기술을 곧잘 고안해 내지만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ATAP의 차이점은 모든 프로젝트가 개념 단계에서 2년 내에 실제 제품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2년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요한 점은 적극적으로 상품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업계 평론가들은 이 기술을 17년 전에 개봉된 수작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또는 현재 상영 중인 재미없는 영화 레플리카스(Replicas)에 비유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면 눈에 잘 띄도록 팔과 손을 크게 움직이고 휘젓는 동작이 사용되지만, 솔리에서는 작은 손가락 동작으로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엄지와 검지를 서로 비비는 동작(국제적으로 “돈”을 의미하는 손 제스처)으로 스마트워치의 화면을 회전하거나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전환할 수 있다.
솔리에는 8mmx10mm 크기의 소형 특수 칩이 사용된다. 이 칩은 레이더를 사용해서 3D 모션을 캡처한 다음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이 모션을 처리한다. 레이더는 섬유를 통과하므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사용할 수 있고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스마트워치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
ATAP 연구 사업부에서 탄생한 기술로는 탱고(Tango), 아라(Ara), 스포트라이트 스토리(Spotlight Stories), 재커드(Jacquard), 아바쿠스(Abacus), 볼트(Vault)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프로젝트는 취소되거나, 상품화된 이후 실패했다.
실패하거나 취소된 이전의 모든 ATAP 프로젝트가 솔리와 다른 점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제품 또는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플랫폼을 목표로 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섬유 UI인 재커드는 이름도 거추장스러운 ‘구글 재커드가 적용된 리바이스 커뮤터 트러커 재킷(Levi’s Commuter Trucker Jacket with Jacquard by Google)’이라는 상품용으로 개발됐다. 재커드가 실패한 이유는 이름이 이상해서도, 기술이 부실해서도 아니고 옷 소매를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사용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적어도 소매에 달린 스마트폰 컨트롤을 위해 260달러라는 웃돈을 기꺼이 지불할 소비자는 없었다.
그러나 솔리는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이 이미 많이 사용되는 플랫폼 상에서 큰 가격 상승 없이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즉 사용자들이 솔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솔리를 지원하는 제품은 이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르게 말하자면 만일 재커드가 350달러짜리 특별 버전에만 적용되지 않고 원래의 90달러짜리 재킷에 그냥 추가됐다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솔리는 온갖 종류의 사물, 특히 사물 인터넷 장치에 내장할 수 있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있다.
허공 제스처를 지원한다는 것은 어플라이언스나 센서에 화면 또는 버튼이 필요 없고,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손 제스처 컨트롤이 구현된 제품을 설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알람이 울릴 때 사용자가 몇 개의 손가락을 치켜드는지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대기한 후 다시 울리는 알람 시계, 또는 자연스럽게 물건을 옆으로 “치우는” 손 제스처를 사용한 스마트폰 알림 삭제를 상상해 보라.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증강 현실 사물과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가정용 온도조절기가 허공에 가상의 다이얼을 표시하고, 사용자가 이 다이얼을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돌리면 이를 탐지해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이 가능하다.
이미 버튼, 다이얼, 슬라이더 등의 솔리 버추얼 툴 제스처가 개발됐다. 증강 현실 보안경을 착용한 공장 근로자가 다양한 가상 컨트롤을 불러낸 다음 솔리 기술을 사용해 허공에서 이 컨트롤을 조작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필자는 솔리가 조만간 실제 제품에 구현될 것으로 본다. 구글은 솔리를 상품에 내장하기 위해 LG, 퀄컴, JBL 등과 협력 중이다. 솔리 SDK는 안드로이드, 크롬 또는 구글의 차세대 OS인 푸크시아(Fuchsia)를 기반으로 하는 어느 디바이스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연구원들이 이미 사용 중인 솔리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연구원들은 지난 12월 솔리 하드웨어의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레이터캣(RadarCat)” 프로젝트에서 솔리가 덱의 카드 수를 정확히 계산하고, 나침반 방향을 읽고, 레고 블록을 정확히 설계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하다는 점을 입증했다.솔리는 사물 또는 소재를 식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솔리가 사과, 오렌지, 하드 드라이브를 식별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솔리는 사물의 소재가 유리인지 구리인지 강철인지, 그리고 유리에 따른 음료의 종류가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 (바에서 솔리 기반의 컵받침을 볼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그 외에 솔리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쥐고 있는지, 신체의 어느 부분이 스마트폰에 닿아 있는지도 감지할 수 있다.
촉각 피드백의 엄청난 가능성
솔리스피어(Solisphere)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묻힌 감이 있지만, 지난 주 구글은 촉각 기술 분야의 선두 기업인 이머전(Immersion Corp)과의 다년간에 걸친 계약을 발표했다. 이머전은 게임 컨트롤러와 스마트폰에서 진동과 흔들림으로 사용자에게 촉각 피드백을 제공하는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업체이다.이 거래로 구글은 이머전의 약 3,000개 특허를 사용하고 특허권으로부터 보호되는 권리를 확보했다. 모토로라/구글은 7년 전 이머전과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고, 이 소송의 주 내용은 단순한 진동에 불과한 “기본적인 촉각”이었다는 면에서 이번 거래는 구글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머전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소니, 핏비트를 비롯한 다른 기업과의 특허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모토로라/구글 소송은 모토로라 브랜드의 폰만 대상으로 했으며, 픽셀이나 안드로이드 폰, 또는 현재 구글이 만드는 하드웨어 제품은 포함되지 않았다. 필자는 모든 이머전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해 구글이 엄청난 돈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 거래는 솔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촉각 피드백은 솔리에 꼭 필요한 기능이다. 촉각 피드백이 없으면 허공 제스처는 디바이스에서 어떤 작업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심리적 “피드백”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공에서 가상의 다이얼을 돌릴 때 스마트워치에서 다이얼의 딸각거림이 느껴져야 실제로 다이얼이 돌아갔음을 체감하게 된다.
솔리 소식과 이머전 소식은 “터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터치”를 빼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는 구글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대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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