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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World 용어풀이 | 다크 웹(Dark Web)

박상훈 기자 | ITWorld 2016.10.20
얼마 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이용해 해외에서 마약을 구매해 국내에 반입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잡혔습니다. 이 사건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트코인을 추적해 범죄자를 적발한 국내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들이 마약을 구매한 웹사이트가 운영된 네트워크 즉 '딥웹(DeepWeb)'이라는 용어도 눈길을 끕니다. 오늘은 이처럼 익명성을 특성으로 하는 인터넷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Image Credit: Getty Images Bank


우리는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구글과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해 검색합니다. 그러나 인터넷 속에는 이런 검색 엔진에 잡히지 않는 정보도 상당히 많습니다.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등의 이유로 검색엔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정보를 '딥웹'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우리가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정보는 '서피스 웹(Surface Web)' 혹은 '클리어넷(ClearNet)'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딥웹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을까요? 딥웹의 특성상 정확한 규모를 산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만, 2001년의 연구 결과를 보면 500배 정도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표면(surface)과 심연(deep)이라는 이름은 꽤 적절해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국내 마약 사범 사건에서 딥웹은 '인터넷 암시장'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반만 맞은 것입니다. 검색엔진에 걸리지 않는다고 다 불법 콘텐츠는 아니니까요.

실제로 기업 방화벽 내에 저장된 정보 상당수는 검색엔진에 걸리지 않습니다. 많은 공공기관도 검색엔진에 걸리지 않고, 네이버의 비공개 카페, 개인정보가 기록된 데이터베이스 같은 것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 암시장' 같은 불법 사이트의 경우 인터넷의 더 깊은 영역, 익명성이 더 강화된 네트워크로 분류됩니다. 이를 '다크 넷(Dark Net)'이라고 하고, 그 속에 있는 콘텐츠를 '다크 웹(Dark Web)'이라고 합니다.

다크 웹이란 용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09년 미국 FBI가 온라인 마약 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Silk Road)'를 적발해 폐쇄한 사건입니다. 당시 보도에서 '다크 웹'이란 용어와 '딥 웹'이란 용어가 혼용됐는데, 이후 두 용어가 마치 같은 것처럼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인터넷은 서피스 웹과 딥 웹으로 구분되고 딥 웹 속에 다크 웹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범죄에 사용되는 사이트 대부분은 이 다크 웹에 속합니다.

서피스 웹과 딥 웹, 다크 웹의 관계 (출처 : The Dark Side of the Web)


다크 웹은 강력한 익명성을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 혹은 인증을 받아야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종종 비표준 통신 프로토콜과 포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형태는 크게 2가지로, F2F(Friend-to-Friend) 방식과 사설 네트워크 방식이 있습니다. 전자는 주로 파일 공유에 사용되고 후자는 익명 커뮤니케이션에 널리 사용됩니다. 접속자와 운영자의 신원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암호화되지 않은 일반 인터넷 대신 별도 네트워크로 트래픽을 처리합니다.

가장 유명한 다크 웹은 양파 모양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진 '토르(Tor)'입니다. 토르는 사설 네트워크이자 전용 웹 브라우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일부 웹사이트는 토르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내용을 볼 수 있고 다른 브라우저로 접속하면 오류 화면이 출력됩니다. 토르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웹사이트도 접속할 수 있는데, 여러 국가의 네트워크를 거쳐 접속하므로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사용자를 추적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다크 웹은 범죄에 악용되기도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네트워크 감시나 트래픽 추적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암호화돼 있지 않아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내부 고발이나 독재자에 대한 비판 등에 사용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죠(트럼프의 납세기록을 '우편'으로 제보한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르겠네요).

흥미로운 것은 정부도 이런 익명성이 필요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토르라는 사실입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정부는 익명 인터넷 활동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어니언 라우팅(onion routing)'입니다. 문제는 이걸 미국 정부만 사용하면 정체가 금방 들통난다는 것입니다(이 기술로 접속하는 사용자는 미국 정부 뿐이니까요). 그래서 미국 정부는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그것이 바로 토르입니다. 토르(Tor)는 'The onion router'의 약자입니다.

토르 브라우저로 네이버에 접속한 화면. 여러 나라를 거쳐 접속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토르 사용자는 수백만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덕분에 정보 기관을 포함해 미국 정부는 익명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그 강력한 익명성 기술을 범죄자도 악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크 웹에는 불법 약물 거래는 물론 아동 포르노와 청부 살인 등 반사회적 사이트가 다수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 초 나온 자료를 보면 전체 사이트 중 2/3 가량이 불법적인 콘텐츠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토르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이를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데는 매년 수백만 달러가 듭니다. 이 비용은 누가 내고 있을까요? 토르 측의 자료를 보면,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미국 정부가 전체의 80~95%를 낸다고 합니다. 결국 대다수 사용자는 추적당하기 쉬운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운데, 정부 기관이 익명성을 갖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토르 같은 (범죄자가 사용할 가능성이 큰) 다크 웹을 지원하는 아이러니. 다크 웹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editor@itworld.co.kr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The Dark Side of the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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