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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코타나" 알렉사·구글에 패배를 인정한 MS의 결단

Preston Gralla  | Computerworld 2020.03.10
마이크로소프트가 좋게 포장하고는 있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올 봄으로 예정된 다음 윈도우 업그레이드에서 코타나가 활동을 중지하게 된다. 디지털 비서인 코타나는 더 이상 윈도우 10에서 액세스할 수 없게 되고, 스마트 홈이나 음악 재생 등 다른 예정된 작업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에도 완전한 결합은 어려웠지만, 아마존 알렉사나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연동도 이제 불가능하다. 많은 기기에 통합된 적도 없지만, 앞으로는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되지도 않는다.

코타나의 사망 선고는 직접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실패한 제품들이 맞고 마는 종말의 시작점에 있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코타나는 매우 제한적인 형태로 살아 있다. 차차 설명하겠지만 우선 코타나의 굴곡 많은 역사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타나의 활동 반경을 과감하게 축소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살펴보자.
 
ⓒMicrosoft

코타나는 2014년 윈도우 폰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2017년 사업부 문을 닫은 그 윈도우 폰이다. 이후 2015년 윈도우 10에 탑재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가 시리와 알렉사의 경쟁 상대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때 아직 구글 어시스턴트는 출시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코타나는 열심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2018년 초 첫 번째로 코타나를 탑재한(그리고 지금도 유일한 제품인) 스마트 스피커가 출시됐고, 당시 필자는 코타나가 다른 경쟁 상대보다 먼저 몰락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썼다. 2017년 후반에도 코타나의 스킬은 고작 230개(음성 애플리케이션 위주)밖에 없었지만 알렉사는 2만 5,000개 스킬을 내세우고 있었다. 코타나가 탑재된 스피커는 아무도 사지 않았지만, 알렉사와 구글 탑재 스피커는 수백, 수천만 개가 팔려나갔다. 당시 필자는 “결국 윈도우 폰의 전철을 밟을 코타나, MS에 어떤 영향 미칠까"라고 관찰한 바 있다.

그해 후반 다시 한번 필자는 고철 더미가 될 것은 코타나 스마트 스피커가 아니라 코타나 그 자체라는 기사를 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조직 사업부를 개편했는데, 코타나 개발 책임자가 이직하고 코타나는 AI와 리서치 사업부에서 경험 및 사용자 부서 관할로 이동하면서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오랫동안 마이크로소프트를 지켜보던 사용자에게 있어 이것은 코타나가 더 이상 독립적인 개별 브랜드로 개발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혔다. 당시 필자는 “최신 기술과 독자적 디지털 비서로서의 코타나는 종말을 맞는다는 신호다. 이제 코타나는 제품 전면에 나서 눈에 띄는 제품이 아니라 백그라운드에서 다른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보조하는 비가시적인 제품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2월 말 이루어진 마이크로소프트 발표 내용도 동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앤드루 슈먼은 블로그를 통해 다소 애매하게 상황을 서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개인 생산성 비서로서의 진화의 일환으로, 윈도우 10에서의 코타나의 역할은 다소 변화를 맞게 된다. 코타나 액세스를 엄격하게 조정해 학교나 직장,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안전한 로그인을 해야 코타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음악 재생, 커넥티드 홈, 서드파티 스킬 등은 윈도우 10에서 업데이트되는 향후 코타나에서 경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은 매우 큰 변화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이나 학교, 직장 계정이 아닌 로컬 윈도우 계정을 계속 쓰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은 코타나에 더 이상 액세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 비서나 보조자로서의 코타나의 역할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윈도우 검색창과 코타나를 분리해 코타나의 접근성과 유용성을 제한했다. 여기에 더해 이 최근 업데이트로 윈도우와 개인 사용자의 삶에 코타나가 통합되어 활용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제부터 “진화한” 코타나는 다소 애매하게 정의된 “마이크로소프트 365”라는 제품 전반의 백그라운드에서 검색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정식 제품명이 아니다. 아마도 오피스 365, 윈도우 10 엔터프라이즈, EMS(Enterprise Mobility and Security) 같은 제품을 총칭한 표현인 것 같다. 코타나가 이들 제품과 어떻게 통합될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슈먼이 블로그 게시물에서 든 예시인 일정을 확인하고 할 일 목록에 작업을 추가하고, 미리 알림을 생성하는 등의 기능은 전혀 인상적이지 않다. 이들 작업은 이미 코타나가 수행하던 것이며, 최신 기술이라고도 말하기 어렵다. 진화란 과연 무엇일까?

그러니 윈도우 10에서의 다른 음성 비서가 더욱 많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해도 놀랄 것은 없다. 이미 윈도우 10 스토어에 알렉사 앱이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예전부터 코타나와 알렉사의 소통이나 협업을 위해 손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는 구형 엣지 브라우저를 포기하고 크로미움 아키텍처로 재설계하면서 오랜 숙적인 구글과도 협력할 의지를 비쳤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 전략을 파악하기는 이르지만, 알렉사를 스마트 홈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하나의 분명한 목표를 의미한다.

가상 비서로서의 코타나가 역할을 다한 것도 실패라고 보기 어렵다. 과거 노키아를 높은 값에 인수해 구성했던 윈도우 폰 사업을 중단한 것처럼, 코타나에 더 큰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과거 실책을 반복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대신, 나델라가 경쟁사의 제품이 자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파악하고 물러설 때를 결정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결국 윈도우 폰 사업을 중단한 것도 나델라였으며,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은 훌륭했다. 코타나의 사망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에는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며, 코타나에 배정됐던 자원을 다른 더 중요한 기술에 쏟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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