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퍼블리싱 서비스 수익의 50%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퍼블리셔들이 아이튠즈 구독을 연장하면서 내는 1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CNBC 뉴스는 HBO가 애플의 과도한 사용료 떄문에 애플 서비스 진출을 망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새로운 비디오 서비스는 여러 가지 자체적인 콘텐츠와 프리미엄 채널을 포함할 예정이다. 비디오 서비스에 있어서도 애플은 구독료 파이의 30%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퍼블리셔들은 이 돈을 낸 대가로 무엇을 받게 되는 걸까? 사실상 애플의 사용자 층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위 보도들에 따르면 애플은 기존의 뉴스, TV 앱에 서비스를 포함시켜 자사가 판매하는 아이폰에서 ‘좋은 자리’를 내어주려 하고 있다. 아무리 애플 디바이스 판매량이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해도 이는 적지 않은 수일 것이다.
애플이 파티에 늦게 와 놓고도 모두의 주목과 박수갈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이 한 ‘혁신’ 이라고는 비디오 서비스의 모든 콘텐츠를 TV 앱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하나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30%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을 정당화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히나 이런 콘텐츠를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게다가 단지 ‘애플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이미 할인된 요율에서 50%를 더 떼 달라고 퍼블리셔들에게 요구하는 태도에서는 일종의 오만까지도 느껴진다.
애플은 애플 뮤직, 모바일 미(Me), 그리고 아이클라우드 때도 비슷한 실수를 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인 애플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고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파트너들과 장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여전히 혁신과 변화 없이 애플이라는 브랜드 밸류에만 기대어 과도하게 비싼 요금을 책정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실수의 반복
애플의 새로운 비디오 서비스에 대해 이것 만은 확실히 말 할 수 있다. 애플이 여기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3월 출시 행사를 앞두고 제니퍼 애니스톤, 지르 위더스푼, JJ 에이브람스 등 유명 인사를 잔뜩 초청했다.이처럼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있어 스타 파워에 기대려는 모습이지만, 유명인사를 초청한다고 해서 사업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넷플릭스는 A급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고 있고, 아마존은 에미상까지 수상했다. 이처럼 오늘날 비디오 스트리밍 산업은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모바일 기기에서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이 분야에서는 아직 피라미 수준일 뿐이다.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가 성공할 것인가는 결국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그러니까 사용자 경험에 달려 있다.
문제는 애플 서비스의 수준이 얼마나 처참한가는 애플 뮤직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애플 뮤직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를 사용해 왔고, 지금은 2만 2,000개가 넘는 뮤직 라이브러리가 아이튠즈에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를 켤 때마다 그 유려한 인터페이스와 편리한 사용 경험에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스포티파이의 무료 서비스 조차도 애플 뮤직보다는 훨씬 낫다.
아이클라우드는 또 어떠한가? 폰 용량은 128GB가 넘어 가는데, 아직도 계정당 무료 저장 공간은 5GB가 최대다. 아이폰에 아이패드, 맥북까지 쓰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반대로 구글 드라이브를 보라. 계정 당 무료 저장 공간만 15GB에 무제한 사진 저장 용량을 제공하고, 유료 ‘구글 원’ 사용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추가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조차 액세스할 수 없게 해 놨다. 애플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애플이 가진 이런 고집 때문이며, ‘비싸도 결국은 애플 제품을 쓸 것’이라는 특유의 오만함이 만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애플 서비스, 실망만 안겨주고 끝나게 될까
애플이 만약 HBO나 넷플릭스,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같은 메이저 파트너사 없이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실망을 안겨 주게 될 것이다. 애플 뮤직 때도 메이저 파트너사들과 협의에 도달하지 못해 그토록 늦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았고, 그 결과 경쟁사들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비디오 서비스 출시 때도 똑 같은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솔직히 퍼블리셔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재적 파트너들에 대한 애들의 완고한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애플의 오만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앞으로 남은 5주 이내에 애플이 극적으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애플이 내놓을 새로운 서비스들 역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편의 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 될 것이다. 애플의 서비스가 조금만 괜찮았더라도 얼마든지 돈을 내고 사용했을 수백 만 명의 사용자들을 두고서 말이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가히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식의 뮤직 서비스는 아이튠즈가 처음이었고, 이는 결국 경쟁사들이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우리가 음악을 소비하고 듣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가 성공했던 것은 순전히 그 가격 때문이었다. 어느 트랙이건 상관 없이 99센트면 들을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뮤직 서비스의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고 퍼블리셔들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했다. 새로운 서비스에서는 그런 결의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이제 비디오 서비스 산업도 변화와 혁신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이고, 팀 쿡 역시 이번 서비스는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소비자 우선 서비스가 될 것이며 하드웨어를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오랫동안 입이 아프도록 이야기 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주 나온 기사들을 보면, 애플은 그저 과거의 실수를 한번 더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 및 비디오 서비스에 대해 한 때 애플이 가졌을지도 모르는 비전은 이제 이윤 추구라는 명목 하에 사라지고 있다. 다음 달 새로운 서비스가 공개됐을 때, A급 헐리웃 스타일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있던 사용자들이 다시 한 번 실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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