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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 블로그 | 지메일이 6년 만에 '보내기 취소'를 선보인 이유

John Brandon | Computerworld 2015.06.26
구글이 '보내기 취소' 기능을 정식으로 도입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09년, 필자는 컴퓨터월드(Computerworld)에 특집 기사와 블로그를 쓰고 IT 제품을 리뷰하고 실리콘밸리의 신생 스타트업을 취재해 글을 쓰느라 분주했다.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아마 경제적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지금도 거의 여전하다는 사실이 슬프기까지 한다. 여전히 지메일을 사용하며, 경제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당시 구글 지메일 환경 설정의 '실험실'탭을 자세히 읽어본 적이 있는데, 보낸 이메일을 취소하는 기능을 눈여겨봤다. 항상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이 같은 기능을 접해왔는데, '보내기 취소'는 수차례 위기를 모면하도록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기능은 정말로 간단하다.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갑자기 물밀 듯이 흘러들어오는 후회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을 것이다. 상사를 두고 양복만 걸칠 줄이나 아는 멍청이라고 쓰지 말았어야 하는데! 혹은 경쟁업체에 회사의 재정 정보를 보내버리는 일 말이다. 대다수의 경우 이메일은 A에서 B로 즉시 보내지며, 중간에 어디에선가 머물지도 않는다. 아웃룩에는 '보내기 취소'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부끄럽기 이를 때가 없었다. 수신인이 내 이메일을 보기라도 하면 내가 이메일을 취소하려고 한 정황을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막 새신랑이 되려고 결혼식장에 들어서려는 찰나, 이혼 전문 변호사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신부가 알아차리는 것과 똑같다. 정말 좋지 않다. 또한, 똑똑하지도 못하다.

“보내기 취소” 기능은 나를 몇 번이고 위기에서 구해줬다. 자신이 멍청한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5, 10, 20, 30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지정된 시간 내로 '보내기 취소' 버튼을 클릭하면 이메일 전송이 취소된다. 그리고 다시 이메일 작성 화면이 뜨고 보내기를 취소한 이메일을 수정하거나 이어서 재작성할 수 있다.

철자를 잘못하거나 수신인을 잘못 설정했을 때, 혹은 누군가를 빠뜨렸을 때, 문법적인 오류를 수정해야 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 '보내기 취소'를 유용하게 사용했다. 현대인들은 이메일을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적어도 내게는 '보내기 취소'는 정말 중요했다.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에는 '취소' 기능이 있어야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취소' 기능이 있었으면 했고, 인생에도 '취소' 기능이 있으면 바라기까지 했다.

이번 주 구글은 갑자기 '보내기 취소' 기능을 실험실 밖으로 빼내고 정식 기능으로 탑재했다. 왜 더는 베타 서비스를 하지 않는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아마도 구글은 이 실험실 기능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이것을 기억해냈는지에 대해 유추해보겠다.

회사원 시절 IT팀을 관리한 적이 있다. 변경 관리 그룹과 자주 미팅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그룹은 모든 변경 내역을 관리했다. 코드 변화에 관해 자세하게 기록을 남기고 다른 소프트웨어 유지 보수 문제로 추적했다. 매우 흥미로운 그룹이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작업은 고도로 자동화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해야만 하는 일도 있었다. 누군가를 코드를 작성하고, 누군가는 코드를 점검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코드의 변경 내역을 추적했다.

구글이 '보내기 취소' 기능을 구글 인박스(Google Inbox)에 적용했을 때야 비로소 이 기능이 여전히 실험실 기능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6년이라는 테스트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 많은 사용자들이 사전에 설정한 시간 안에 이메일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기능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면 이 기능은 배포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즉, 베타 테스트를 6년 동안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것이다. 자동주행 자동차나 그 어떤 엔터프라이즈 협력 도구도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동안 베타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

여기에 교훈이 있을까? 물론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기능을 상시 모니터링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베타 테스트 기간을 설정하고 모든 변화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구글은 비슷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를테면 구글 킵(Google Keep)인데,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베타 서비스도 아니다. 그러나 구글은 구글 킵의 기능이 형편없다는 것과 에버노트라는 대적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듯 하다. 최근에는 몇몇 기능이 업데이트되었다고는 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휴 상태에 놓인 프로젝트를 버려야 한다. 그렇지만 테스트 단계에 놓인 소프트웨어라면 지속해서 성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능이나 전체 앱에 관해 업데이트하는 걸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지 않아야 한다. 필자는 '보내기 취소'가 드디어 실험실 기능에서 졸업했다는 사실을 기뻐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새로운 아이디어를 베타 테스트를 하고 싶지 않은 회사의 마지막으로 남은 흔적 중 하나처럼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완전히 기능을 견고하게 만들 때까지 실험실에 남겨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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