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의 경우는 다르다. 차라리 고가 없는 것이 가상현실과 오큘러스 모두에 더 낫다.
기어 VR 시대
기어 VR(Gear VR)에 대해 필자의 호평을 기대하긴 어렵다. 오큘러스 고는 대중 보급용 헤드셋이지만 대중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다. 600달러짜리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거대한 외관을 보면, 목표는 가능한 저렴하게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제 한계를 넘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때가 됐다. 기어 VR의 역사는 삼성 기어 VR부터 시작했다. 2015년, 기어 VR이 첫 출시됐을 때는 기존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해 VR 경험을 살린 것이 참신해 보였다. 당시 일반용 VR 헤드셋은 없었다. 리프트(Rift)와 바이브(Vive)는 아직 출시 후 1년도 지나지 않았고, 이미 삼성폰이 있다면 실제 제품을 손에 넣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100달러에 VR을 즐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당시에는 기어 VR이 그다지 제한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수동 추적 기능은 없었지만, 그때는 오큐러스 리프트도 마찬가지였다. 타이탄즈 오브 스페이스(Titans of Space), 에스퍼 2, 킵 토킹 앤 노우바디 익스플로즈(Keep Talking and Nobody Explodes) 등 모든 최고의 초기 리프트 게임은 어떤 형태로든 기어 VR에도 출시됐다. 기본적으로 플랫폼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후 룸 스케일(Room-Scale) VR이 등장했다. 5년 후에는 이미 고대 유물처럼 보였지만, 오큘러스가 룸 스케일 VR을 예측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모든 오큘러스 데모는 손에 엑스박스(Xbox) 컨트롤러를 손에 들고 앉아서 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오큘러스가 밸브(Valve)와 HTC 바이브를 따라잡기 위해 추적 시스템을 개조하면서, 이제 필수적인 오큘러스 터치(Oculus Touch)는 리프트 출시 이후 9개월만에 출시됐다.
가상현실은 바뀌었다. 하룻밤 사이는 아닐지라도 변화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들고 앉아 게임을 했던 주요 VR 출시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어 VR과 이후의 오큘러스 고에서의 첫 경험은 여전히 기억한다.
성장의 여지가 없다!
2018년에 출시된 고는 기본적으로 기어 VR 개념과 같지만 별도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형편없는 아이디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큘러스 고는 200달러로 2018년형 리프스와 바이브 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360도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 고가 적합했다. 앞서 말했듯이, 고는 대중 시장을 겨냥한 헤드셋이다. 아마도 페이스북에 올릴 ‘소셜 VR’용으로 적합할 것이다. 다만, 10억 대의 VR 헤드셋 판매가 목표라면 비디오 게임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매력이 없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다. 베스트셀러 콘솔조차도 약 1억 대 정도다. 분명한 해결책은 다른 사용자층이 원할 만한 저렴한 헤드셋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현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을 모두 제거한다면, 사용자에게 가상현실을 판매하기가 어렵다. 2018년 기준에서도 오큘러스 고는 형편없는 경험을 제공했다. 여전히 앉아서 해야했고, 선명하지 않은 디스플레이에 배터리는 평범했다. 고의 유일한 장점은 케이블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기어 VR처럼 처음 시연하기에는 좋아졌다. 고를 어디든 갖고 다닐 수 있고, 리프트를 친구 집에 힘겹게 가져가는 것보다는 훨씬 쉬워졌다.
그럼에도 구매를 추천하기는 어려웠다. 리프트 게임은 더 이상 오큘러스 고에서 할 수 없었다. 고에는 론 에코(Lone Echo)가 없고 생길 가능성도 없었다. 플랫폼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판매 상위의 오큘러스 고 게임을 보면, 대부분이 여전히 2015년형 기어 VR용이었다. 리프트는 수년 동안 열성적인 개발자들과 함께 견고한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만들려고 애썼지만, 오큘러스 고는 기회조차 없었다.
게다가 오큘러스 고는 게임기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프트와 바이브와 같은 사용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앵그리버드나 섬퍼(Thumper)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 고는 기본적으로 미디어용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랜드 캐년이나 백악관 등의 360도 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성인용 영상 시청에 사용됐다고 추측한다.
불건전한 사용은 제쳐두고라도, 오큘러스 고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성장의 여지나 진정한 잠재력이 없었다. 여전히 2015년에 머무른 수준이다.
사용자를 혼란에 빠지게 만들기도 했다. 잠재적 구매자에게 오큘러스 고의 경험은 완전한 리프트/바이브 경험과 다르다고 전달하려 하지 않았을까? 과장 광고가 고에 적용되지 않은 점을 알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부인할 수도 없다. 사용자는 페이스북과 오큘러스의 의도대로 마침내 VR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고를 샀지만, 고의 플랫폼에서는 탐험하거나 흥미를 느낄만한 이유가 거의 없었다.
그저 멈출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길이었다.
정당한 후계자, 오큘러스 퀘스트
2018년형 고 이후 불과 1년만에 오큘러스 퀘스트(Quest)가 출시됐다. 고의 판매 종료는 불가피했다. 퀘스트는 400달러로 고와 같은 ‘보급형’이 아니었지만 룸 스케일의 데스크톱 경험을 온전히 재현했다. 수동 추적이 지원됐고, 비트 세이버(Beat Saber)와 틸트브러시(Tilt Brush), 베이케이션 시뮬레이터(Vacation Simulator) 등 가장 인기있는 리프트 게임이 지원됐다. 오큘러스는 2019년형 퀘스트로 대중 시장을 석권했다. VR의 잠재력을 가장 희미하게 표현한 값싼 헤드셋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폼 팩터로 매니아의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퀘스트는 여전히 생산 부족으로 구매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퀘스트는 지난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매진되면서, 오큘러스 고의 존재는 더욱 골칫거리가 됐다. 지난해 말, 필자는 고의 구매를 지속적으로 만류했다. 단지 저렴한 버전의 퀘스트라고 할 수 없다.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고로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없다고 몇 번이든 확언할 수 있다.
오큘러스 고가 이제는 사라질 때가 됐다. 2015년에는 훌륭한 헤드웨어였지만, 2018년 기준으로는 평범했고, 2020년에는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졌다. 고의 판매 종료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 사망 선고는 오래 전이었다.
지난해 퀘스트의 출시와 함께 고는 공식 판매 종료됐어야 했다. 그랬다면 고의 마지막이 기어 VR과 퀘스트 사이의 자연스러운 중간 단계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찾는 사용자가 거의 없는 값싼 유사 제품의 흔적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큘러스 측은 “오큘러스 고는 전 세계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했고 퀘스트의 토태를 만들었다"라고 말하며 2018년형 고처럼 자리매김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VR의 미래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를 가진 한 시대의 종말, 초기 오큘러스의 종말과 같은 느낌이다. 고우, 퀘스트, 리프트 3가지 선택 가운데 단 2가지 만이 지속할 가치가 있다.
오큘러스 고는 가상현실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측면만 본다면, 가치있는 실험이었다. 다만 품질은 보장하지 못했다. 여전히 매진을 기록하는 퀘스트를 보며, 적어도 오큘러스는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위안을 삼을 수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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