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IDG 블로그 | 보안 산업의 진짜 문제

Fahmida Y. Rashid  | InfoWorld 2017.02.24
보안 전문가에게 오늘날의 정보 보안의 과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면 기다렸다는 듯 온갖 불평이 쏟아져나온다. 악성 링크와 첨부 파일을 아무 생각없이 열어버리는 사용자들부터 버그가 있는 코드를 배포 해버리는 개발자, 소프트웨어 패치 적용에 관심도 없는 IT, 보안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임원들까지, 그들은 온갖 골치거리 속에서 오늘도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IT는 개발자들과의 공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업들 역시 좀더 진지하게 사용자 교육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협업에 실패한 보안 전문가들에게 있다. 다른 이들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그들과의 대등한 소통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주 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치러진 RSA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행사장 인근에서는 디벨로퍼위크(DeveloperWeek) 컨퍼런스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덕분에 필자는 이 행사에도 방문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컨퍼런스에서 보안과 관련한 연설은 보안 역량 개발이 개발자들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 지에 대해 설명하는 베라코드(Veracode)의 개발자 참여 디렉터인 피트 체스트나의 발표만이 배정돼 있었다. 물론 베라코드 측은 이 연설 외에 자사의 데브세콥(devsecops, devops과 security의 합성어다) 접근법을 소개하는 두 건의 워크숍 역시 진행했다.

매일 소프트웨어 취약점, 애플리케이션 보안을 비판하면서도 디벨로퍼위크 정도 규모의 행사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생각을 한 전문가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필자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개발자와의 대화 노력도 없이, 도대체 누구에게 자신들의 보안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보안은 아직까지 비즈니스 부문은 물론 여타 IT 영역들과도 동떨어진 자신만의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이런 고립을 '원한다'는데 있다. 벽을 허물고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 보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타 영역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며 변화를 이끄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다. 이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존감을 북돋아주는 환경에 머무는 것이 그들에겐 더 편안한 방식일 것이다.

이런 자세는 두 번째 문제로도 이어진다. 바로 보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를 설정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론과 개발을 주도할 리더가 부재하게 되는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디에?
이번 RSA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이아몬드' 스폰서로 참가해 '사이버 전쟁에 대응할 제네바 협정'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하지만 2014년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Trustworthy Computing, TwC) 그룹'을 폐기한 이후, 이들 기업은 보안에 대한 논의에서 거의 발을 빼고 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TwC 폐기 이유를 "보안은 독립적인 영역으로 남아있기보단 각 제품 팀의 일부로 융합돼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02년 해당 프로젝트를 개시할 당시 빌 게이츠 당시 회장이 직접 전사 메시지를 전달하며 "컴퓨팅의 신뢰도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역설한 것과 비교하면 많은 온도차가 느껴지는 표현이다.

TwC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보안 중심 기조를 구성하고 가용성 및 보안 모델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보안이 어떻게 소프트웨어 개발 라이프사이클에 통합될 수 있는지를 실증했고, 기업 보안의 베스트 프래틱스를 확립했으며, 보편적 보안의 향상을 위해 내부 연구를 넘어 파트너들과의 협업에 역시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노력 가운데 어떤 것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IT 기업들은 여전히 각자의 위치에서 보안 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그들의 TwC처럼 시장 전반을 아우르고 이끌어나갈 주자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보안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오긴 했지만, 그 초점은 철저히 자신들의 맥 OS와 iOS에 국한되어 있으며,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로 인해 그 성과는 외부에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즉 다른 기업들이 애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사용자 신원 문제에는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지만 이외의 보안 영역들에 대해서는 산업의 트렌드를 그저 따르는, 개척자라기보단 얼리 어댑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보안 이슈들을 다루는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분명 존재함에도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산업 전반에 시각을 공유하는 사례가 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라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특정 이슈만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보안 문제에 집중해 온 모질라마저도 최근 한동안은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당신들 모두는 틀렸어"라 외치는 구글 
이런 상황 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이름은 구글이다.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력과 크롬 웹 브라우저의 점유율을 고려해볼 때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러했듯 산업 전체에 보안 강화를 촉구할 수 있는 존재다.

실제로 구글은 자신들의 브라우저가 불안전한 SHA-1 인증서를 사용하는 웹사이트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임을 공표하거나, 자신들의 영역에서 불거진 허위 디지털 인증서를 문제삼아 인증 기관들에 인증 투명성(Certificate Transparency) 채택을 요구하고, 크롬의 FIDO 인증 표준 지원에 관심을 가진 개발자들에게 라이브러리를 개방하는 등의 행보를 전개해왔다.

이들 기업은 또한 자사 직원들이 제조사의 인증을 취급하는데 활용하는 하드웨어 보안 키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간하는 등, 자사의 내부 보안 활동을 공유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 NSA가 데이터센터 연결에 접근해 인터넷 트래픽을 확보해왔다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내부 고발이 있은 후에는 데이터센터를 오가는 자신들의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암호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RSA 컨퍼런스에서 구글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용자와 기기에 대한 기업의 이해 수준에 기반해 네트워크의 신뢰도를 판단한다는, 비욘드코프(BeyondCorp) 프레임워크를 공개한다는 7개년 계획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비욘드코프는 직원들이 다수의 기기를 이용하며 그것들이 지속적으로 네트워크 안팎을 오가는 상황이 포착될 경우 방화벽 등 주변 보안 및 여타 신용 네트워크 보안 장비들을 무효화하는 조치를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취하는 독자적인 노선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들 기업은 보안 문제를 산업 전체가 함께 공유할 파트너 생태계를 구현한다기 보다는 자사의 시장 지위를 이용해 보안 기준을 공표하고, 다른 기업들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쪽에 가깝다.

각종 백서를 통해 구글이 자랑하고 있는 자신들의 성공 사례는 일견 "당신들 모두는 틀렸어. 우리만이 제대로 된 방법을 알고 있어"라는 목소리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현대 무한경쟁 시장에서 모두가 힘을 모아 더 나은 보안 기준을 꾸려나간다는 생각이 순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만이 진리다'라는 구글의 방식이 정말 오늘날 보안 시장의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 끝은 모호하기만 하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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