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가정용 컴퓨터 내부 모습은?” TI-99/4A 전격 해부

자세히 보기 필자는 20년 이상 컴퓨터를 수집하면서 수많은 컴퓨터를 봤지만 검정색/은색의 오리지널 TI-99/4A는 여전히 필자가 최고로 꼽는 가정용 PC 산업 디자인 사례 중 하나다. 작은 크기에 단단한 느낌을 주고 키보드는 편안하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속 트림 덕분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콘솔 본체 오른쪽, 검정색으로 된 부분은 가로 방향으로 장착되는 슬라이딩 방식의 ROM 카트리지를 위한 공간이다. TI-99/4A는 카트리지 중심의 시스템으로, 게임부터 유틸리티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 프로그램이 플러그인 형태로 제공됐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고급 사용자는 값비싼 카세트 테이프나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로드할 수도 있었지만 카트리지만 사용해도 충분히 좋았다. 이미지 : Benj Edwards

케이스 내부 본체 하단의 나사 5개를 풀고 플라스틱 전원 스위치를 뽑아내면 TI-99/4A의 하부를 손쉽게 분리할 수 있다. 내부 부품은 대부분 컴퓨터 상판에 거꾸로 나사로 고정되어 있다. 이미지 : Benj Edwards

부품 구성 내부에서 가장 먼저 분해되는 부품은 사진 왼쪽 하단에 보이는 녹색 회로 보드, 바로 전원 공급 장치다. 사진에서 육중한 판금 RF 차폐로 둘러싸인 채 분리되어 있는 부품은 마더보드이고, 아직 케이스에 남아 있는 녹색 보드는 키보드 어셈블리의 하부다. 전체적으로 탱크처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어린이가 주먹으로 내리치는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지 : Benj Edwards

거의 다 분해한 모습 전원 공급 장치, 마더보드, 키보드의 3가지 부품 뭉치를 본체에서 모두 분리했다. 이제 제대로 보이는 키보드 어셈블리가 정말 작고 귀엽다. 잠시 후에 키보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이미지 : Benj Edwards

차폐 금속판 제거 두꺼운 RF 차폐 금속판으로 빈틈없이 감싼 모습을 보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마더보드의 강력한 RF 방사를 차단하기 위해 꽤 노력했음이 엿보인다. 라디오 또는 TV 수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가전제품은 FCC 규정에 따라 모든 작동 회로에서 발생하는 표류 RF 방사를 차단하는 차폐를 의무적으로 구현해야 했다. 이 차폐 금속판을 모두 분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두 개의 큰 금속 클립과 압축 고정 너트를 사용한 3개의 나사가 단단히 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 분리하자, 마침내 IC가 빼곡히 들어찬 웅장한 녹색의 마더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지 : Benj Edwards

키보드 자세히 보기 TI-99/4A에 내장된 키보드는 상당히 작아서 약 22cm(가로) x 10cm(세로)에 불과하다. 작은 크기와 적은 키 수는 물론 비용 절감의 흔적이다. 전용 백스페이스 키의 부재는 항상 아쉬웠다. 백스페이스 키가 따로 있었다면 입력하기가 훨씬 더 편했을 것이다. 요즘은 백스페이스를 당연시하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는 백스페이스 키 없이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 이미지 : Benj Edwards

마더보드 사진은 마더보드의 오른쪽을 확대한 모습이다. 커다란 IC 칩(CPU)과 커넥터(카트리지 포트), 그리고 이곳저곳 연결된 파란색 전선이 보인다. 보통 이런 전선들은 출시를 코앞에 둔 시점의 설계 수정으로 인해 공장에서 수작업 납땜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완성품에서 보이면 마음이 편치 않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보드 오른쪽에는 주변기기 확장 버스 커넥터가 있는데 사진에서는 구리 차폐 부분만 보인다. TI는 99/4A용으로 다양한 주변기기를 만들었는데 이 주변기기들을 컴퓨터 오른쪽에 연결해서 사용하기란 성가시고 불편했다. 이후 TI는 연결을 간소화하기 위해 통합 확장 박스를 출시했지만 확장 박스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지 : Benj Edwards

독보적인 16비트 CPU TI-99/4와 4A가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출시된 최초의 가정용 컴퓨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3MHz TMS9900 칩은 TI의 고성능 TI-990 미니컴퓨터 라인에 사용된 칩의 보급형 집적 회로 버전이었다. 문서상의 사양만 보면 대단할 것 같지만 CPU의 엉성한 아키텍처와 99/4A의 싸구려 보조 칩들이 맞물려 전체적인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고 동시대의 다른 가정용 컴퓨터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게다가 99/4A의 베이직 언어는 그 자체가 인터프리트 언어인 GPL로 작성된 탓에 굼벵이처럼 느렸다. 이미지 : Benj Edwards

알파이너(Alpiner) 게임 이런 부품들로 구성된 TI-99/4A는 독특하면서도 다소 굼뜬 컴퓨터였음에도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TI는 코모도어와의 치열한 가격 경쟁 끝에 1983년 가격을 더 낮춘 회색 플라스틱 99/4A 모델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큰 손해를 본 뒤 1984년 모델을 완전히 단종시켰다. TI-99/4A는 필자가 수집한 첫 빈티지 컴퓨터 중 하나라서 그런지 유난히 정이 가는 모델이다. 몇 년에 걸쳐 십여 개의 카트리지를 수집했고 지금도 간단히 끼워서 게임을 즐기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그 편리함이 좋다. 카트리지를 통해 다른 홈 컴퓨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재미와 즉각적인 반응을 즐길 수 있다. 99/4A의 가장 큰 유산은 아마도 그 친근함, 그리고 99/4A를 발판으로 프로그래머가 된 그 세대의 어린이들일 것이다. 이미지 : Benj Edw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