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들이 쏟아진 전설적인 한 해’…2015년 최고의 PC 게임 10선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는 2014년 올해의 게임 목록에도 들어 있었으나 가작을 수상했다. 리듬 게임에 기반한 이 게임은 올해 초부터 수직 상승해 2015년 공식 게임 후보작에도 들어갔다. 젤다 시리즈 같은 던전 게임을 떠올리게 하지만, 배경 음악의 박자에 맞춰 사물이 움직이고, 공격도 음악에 맞춰 이뤄진다.

카발 스페이스 프로그램 부품을 모아 로켓을 조립해 발사대로 가져간다. 침대에 누워 10까지 카운트 다운 후 발사한다. 공들인 로켓이 우주로 떠올라 카발 행성의 하늘을 가로질러 출발하는 것을 지켜본다. 연료가 떨어질 때마다 로켓 일부가 분리되고 작은 캡슐만 남은 로켓이 결연히 궤도에 오른다. 이제 남은 연료가 얼마 없다. 작은 로켓이 영원히 우주를 떠다닌다. 연초의 유망 게임이었던 카발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실제로 3년간 플레이 했다.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우주 탐사 프로그램 시뮬레이터 게임이다. 필자뿐 아니라 필자의 어린 딸이 실제로 카발의 엄청난 팬이 되었다. 딸은 복잡한 물리 공식을 찾아 보고, 위키피디아를 뒤져 가며 우주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부품을 만들어 로켓에 달고는 로켓이 폭발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과학이란!

필라 오브 이터니티 옵시디언이 개발한 심각한 스토리에, 세세한 전투 설정을 특징으로 하는 등측 CRPG 게임으로 마니아를 모으는 필라 오브 이터니티도 꼽혔다. 발더스 게이트 II나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만큼의 완성도는 아니지만 그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도 이런 고전 게임을 그리워하던 사용자들은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그 대신 이 게임이 그려내고 있는 것은 일종의 오마주다. 발더스 게이트 II 이후 15년만에 전통적인 스타일 안에 새로운 것이 창조돼 플레이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 리그 자동차. 축구. 로켓 리그는 단순한 개념을 스포츠 게임 최대 미덕으로 탈바꿈했다. 로켓 자동차가 점프하고 뒤집히고 미끄러져 나가면서 커다란 축구공과 커다란 골대와 씨름하는 것이다. 로켓 리그는 공 잡기와 질주하기 정도로 조작이 간편하지만, 동시에 매든, FIFA, NHL, NBA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단체 운동 경기의 장점도 갖추고 있다. 동료와 협력해 노력한 결과에 승복하면서 스포츠맨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재미도 좋지만, 4명이 모여 로컬 연결로 팀이 될 수 있는 화면 분할 기능을 지원한다는 장점도 있다. 엑스박스 원의 헤일로 5조차 로컬 모드를 버리고 온라인 플레이만 지원하는 이런 시대지만, 로컬 연결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로켓 리그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다. 밸브가 스팀 머신 선주문에서 이 게임을 패키지로 포함한 이유이기도 하다.

폴아웃 4 인벤토리 시스템도 개선된 것이 없고, 변경된 대화 시스템도 여전히 별로다. 루트 시스템은 일종의 후퇴이며, 정착지 건물도 대단할 것이 없다. 그러나 폴아웃 4을 이루는 2가지 요소인 탐험 모드와 총격전은 이번에도 중독성 있어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다. 진정한 폴아웃 팬들이 기다려왔던 모습은 아니다. RPG라기엔 너무 어렵고, 징징거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에는 좀처럼 익숙해지기 힘들다. 그러나 폴아웃 4는 여전히 며칠 동안이나 기꺼이 푹 빠져있을 수 있는 재미있고 광활한 스케일의 게임임이 틀림 없다.

오리와 눈먼 숲 ‘오리와 눈먼 숲’은 중간중간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나 대부분은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리며, 끊임없이 감탄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수채화 느낌의 풍광과 장엄한 음악,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동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일드 오브 라이트나 네버 얼론 등의 게임을 생각나게 하지만 훨씬 더 효과가 뛰어나고 확신에 가득찬 작품이다. 감동과 경외감,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게임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깜짝 놀랄 만한 장면도 있다. 고르지 않은 면이나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는 동시에 이 게임의 힘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리와 눈 먼 숲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게임이다.

스페이스쳄을 좋아했던 게이머라면 인피니팩토리도 분명 즐길 것이다. 개발사가 같은 이유도 있지만, 인피니팩토리는 기본적으로 3D 버전의 스페이스쳄 같다. 주인공은 외계인에 의해 납치돼 외계인들을 위한 공장을 설계하는 운명에 처했다. 컨베이어 벨트, 플랫폼, 용접공, 커다란 금속 조각 등을 이어 올바른 위치에 정확한 상자를 운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사명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안 그래도 어려웠던 스페이스쳄보다 훨씬 더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미리 경고 해 둔다. 동시에 인피니팩토리는 2015년 필자가 해 본 퍼즐 게임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물론 여기에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어처구니없는 외계인 납치 줄거리도 게이머를 단념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소마 소마의 괴기스럽고 무서운 수준이 좀 더 전통적인 의미였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호러 게임으로서의 소마를 몇 년이나 고대해 왔다. 물론 실망스러운 부분도 약간 있었다. 그러나 완벽한 SF 줄거리로 호러 팬들을 만족시켰다. 개발사인 프릭셔널은 소마를 통해 다시 한 번, 단순한 괴물의 난입보다 설정과 주제의 단단한 일관성이 훨씬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시티즈: 스카이라인 거대한 대도시에서 즐거운 소동이 벌어지는 시뮬레이션 게임인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훌륭한 평판을 얻고 있다. 동시에 개발사가 하드코어 게이머를 염두에 둔 점도 잘 드러난다. 심시티를 무릎 꿇게 만든 심층적인 건물 설계는 며칠 동안이나 사용자의 혼을 쏙 빼놓을 것이고, 스팀 워크샵에서 살 수 있고 리눅스 지원도 가능하다. 30달러라는 가격까지 모든 것이 훌륭하다.

올해의 게임: 더 위처 3: 와일드 헌트 2015년 올해의 게임은 무척 큰 타이틀이다.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결과지만 승자는 더 위처 3: 와일드 헌트였다. 지금까지 발매된 게임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며, 심지어 일부는 가장 훌륭한 오픈월드 RPG 게임이라고도 칭한다. 주인공 게랄트의 세계는 놀라울 만큼 상세하게 꾸며졌고, 주인공이 겪는 모험과 퀘스트는 정말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 어떤 게임에서도 본 적 없는 정교한 인물과 인물 설정도 장점이다. 이 중 ‘피의 남작’의 이야기만 따로 떼어놓고도 오픈월드 줄거리에서는 역대급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오픈월드 게임이 잔뜩 발매된 해임을 감안해도 여전히 위처 3는 한 장르를 규정하고 새 시대의 기준을 제시한 위대한 게임이다.

입상 외 가작: 홈월드 리마스터, 그림 판당고 리마스터 그림 판당고는 1998년, 홈월드는 1999년에 각각 처음 발매됐다. 이 두 작품은 당시에도 엄청난 갈채를 받았으며 굳이 올해의 게임 목록에 새로 올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새로운 리마스터 버전들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기색이 역력해 주목을 받을 만 하다. 그림 판당고 리마스터는 기존 버전에서 문제가 됐던 탱크 콘트롤을 개선했고, 홈월드 리마스터는 추억 속의 게임 그대로이면서도 동시에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그림 판당고의 예쁘지 않은 텍스처나 논란이 일던 몇몇 기능 변경을 알리는 홈월드의 캠페인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게임이며, 2015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에도 충분히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

입선 외 가작: GTA V(with mods) GTA V가 마침내 PC에 등장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그러나 기다릴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바로 모드(Mods, Modifications) 지원 때문이다. 그대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원래의 오리지널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고 싶지 않은 사용자가 많았을 것이다. 엑스박스 360으로 플레이했던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각종 모드가 제공되면서 GTA 텔레토비 버전, 풀 하우스, 자동차 총격전, 하늘에서 떨어지는 고래, 모든 등장인물이 화염룡으로 변하는 등 수백만 가지의 새로운 재미가 등장했다. 게이머들이 참여한 이런 다양한 모드는 GTA V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플레이 스테이션과 엑스박스에서는 겪을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하다. 모드야말로 PC 게임을 강력하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입선 외 가작: 다잉 라이트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좀비를 난타하는 게임인 다잉 라이트는 다른 올해의 게임 상위 10개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줄거리 미션은 지루한데다 너무 길고 단순한 퀘스트로 연결되며, 주인공 목소리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다잉 라이트는 필자의 2015년 가장 즐겁게 플레이한 게임이기도 했다. 플레이 자체가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좀비 떼를 쫓고 쫓기며 광활한 오픈 시티에서 뛰어다니는 경험은 무척 자유롭게 느껴지고, 둔탁한 무기로 좀비를 후려치는 타격감도 좋았다. 지도의 각 구석마다 최상급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숨겨진 청사진과 다양한 이스터 에그로 가득차 있다. 게다가 4인 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거리를 달릴 수도 있다. 게임 초반 기본 스킬을 익히고 피난처 몇 곳을 얻었다면 게임 줄거리는 잊어버리고 게임의 재미 속에 몰입하는 것이 좋다. 다잉 라이트는 모든 걱정을 잊고 단순한 재미를 느끼기에 최고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