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얇고 가볍다’고 큰소리치는 최신 노트북마저 비대해 보이게 하는 데스크톱이 있다. 오래 전부터 컴퓨터의 크기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그 속도가 빨라졌다. 칩 제조업체들이 성능을 희생하지 않고 전력 소비를 낮춘 프로세서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CPU의 발열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최근의 초소형 PC들은 과거 마이크로컴퓨터의 조잡함, 불편함과는 차원이 다른, HD 비디오를 재생하고 오피스 프로그램을 구동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제공할 만큼 발전했다.
스틱 형태의 PC부터 카드 한 다발 크기에 불과한 박스형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다양한 컴퓨터를 소개한다. 우선 초소형 PC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킨 제품부터 시작해 보자. editor@itworld.co.kr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라즈베리 파이는 제작자(maker)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지만 초소형 컴퓨터라는 개념을 창시한 주역이기도 하다. 파이는 전통적인 PC와는 모양새가 다르다. 보드는 개방되어 있으며, 보통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에 전원을 공급하는 부품을 통해 전원을 공급한다. 심지어 모바일 기기처럼 마이크로 USB 연결을 통해 전원을 끌어 쓰기도 한다.
그러나 모양새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라즈베리 파이는 실제 컴퓨팅용 부품이 들어간 진짜 컴퓨터다. 다양한 리눅스 버전을 실행할 수 있으며, 브로드콤 바디오코어 IV GPU는 무려 1080p 비디오를 원활하게 출력하는 성능을 발휘한다. 35달러짜리 미니 PC지만 홈 씨어터용 PC로도 손색이 없는 셈이다. (팁: OpenELEC을 사용할 것). 게다가 더 반가운 소식은 최근 출시된 라즈베리 파이 2는 가격을 35달러로 유지하면서도 이전 세대를 훨씬 능가하는 성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인텔 NUC
또 다른 초소형 PC인 인텔의 NUC(Next Unit of Computing)는 정밀하게 마감된 고급형 제품으로, 일반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제공한다. 단, 라즈베리 파이보다 가격은 10배 이상 비싼 경우가 많다.
이 작은 NUC 케이스 안에 고성능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되므로 컴퓨팅 성능에 있어서는 당연히 발군이다. 다만 부품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실제 성능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인텔 NUC, 그리고 사촌격인 기가바이트 브릭스(Brix)는 베어본 PC로 스토리지와 메모리, 운영체제를 사용자가 직접 추가해야 한다. 인텔 NUC의 가격은 이름값을 하느라 분명 비싸지만, 끌릴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아수스 크롬박스(Asus Chromebox)
값비싼 윈도우 컴퓨터에는 관심이 없다면? 크롬북의 데스크톱 버전인 아수스 크롬박스가 있다. 12.4x12.4x4.2cm의 크기로, NUC와 브릭스보다는 약간 더 크지만 여전히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다.
크롬 OS도 얕볼 수 없다. 크롬 OS는 윈도우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은 없지만 기대 이상으로 강력한 기능을 자랑한다. 또한 기본 모델 가격은 160달러로 저렴한 편이다.
HP 스트림 미니 PC
크롬박스의 소프트웨어 지원 부족이 문제가 된다면 HP 스트림 미니 PC가 있다. 180달러의 경제적인 가격에 빙(Bing)이 포함된 윈도우 8.1을 구동한다. 빙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된 윈도우 8.1이다.
작은 크기의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인텔 셀러론 2957U 프로세서와 2GB 메모리, 32GB M.2 SSD 사양은 무거운 프로그램을 돌리기엔 다소 부족하다. 또한 14.5x14.5x5.2cm의 크기는 여기 소개하는 초소형 컴퓨터 중에서는 가장 크다.
민트박스 미니(Mintbox Mini)
조금 더 작은 PC로 가보자! 민트박스 미니는 높이가 2.4cm에 불과하며, 첫 번째 민트박스 PC에 비해 무려 5배나 더 작다. 이 컴퓨터의 독특한 점은 작은 크기도 크기지만 기본적으로 리눅스 민트를 실행한다는 데 있다. AMD A4 6400T 프로세서와 라데온 R3 그래픽, 4GB RAM, 64GB SSD를 탑재한 민트박스 미니는 기본적인 웹 탐색과 비디오 재생, 업무용 프로그램을 처리하기에는 충분하다. 더 마음에 드는 점은 SSD와 프로세서의 자연 냉각 방식이 결합된 만큼 완벽한 무소음 PC라는 사실이다.
벤스마일 iPC002 윈텔 미니 PC
벤스마일(Vensmile)이라는 이름은 생소하겠지만(중국의 보급형 PC 제조업체임) iPC002 윈텔 미니 PC는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14.8x7.9x0.9cm로 DVD 케이스보다도 작은 크기지만 윈도우 8.1 빙 버전이 포함된 강력한 PC다.
벤스마일 컴퓨터는 쿼드코어 인텔 아톰 베이 트레일 CRZ3735F 프로세서와 2GB RAM, 32GB eMMC 디스크를 탑재했다. 놀라울 정도의 성능까진 아니지만, iPC002 윈텔 미니 PC가 기본적인 컴퓨팅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원은 라즈베리 파이와 마찬가지로 마이크로 USB를 통해 공급받으며 블루투스와 802.11n 와이파이를 지원하므로 여행 시 휴대하기에도 아주 좋다.
조택 지박스 피코(Zotac Zbox Pico)
더 작은 컴퓨터도 있다. 169달러에 판매되는 조택 지박스 피코는 벤스마일 컴퓨터와 동급의 충실한 부품으로 구성되지만, 크기는 11.7x6.6x2.0cm에 불과하다. 200달러 미만의 팬리스 윈도우 PC로서 무소음을 자랑하며 주머니에도 넣고 다닐 수 있다.
인텔 컴퓨트 스틱(Intel Compute Stick)
라즈베리 파이나 조택 지박스보다 훨씬 더 작은 데스크톱 PC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통적인 데스크톱은 일단 잊어라! 기술 발전으로 컴퓨터 크기가 날이 갈수록 작아지다가 이제는 크롬캐스트와 비슷한 스틱 모양의 PC까지 나왔다. 이 스틱에 TV나 모니터만 갖추면 바로 PC로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는 따로 필요하다(가급적 블루투스 지원 모델 권장).
CES 2015에서 공개된 인텔 컴퓨트 스틱은 스틱 모양의 PC로 엄청난 관심을 끌어 모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컴퓨트 스틱은 조택, 벤스마일과 내부 사양은 비슷하면서도 휴대성은 한층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윈도우 버전은 150달러지만 1GB RAM과 8GB 스토리지를 탑재한 리눅스 버전을 선택하면 11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참고로 리눅스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40달러를 더 들여 사양이 높은 모델을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안드로이드 스틱
스틱형 컴퓨터는 사실 안드로이드 세계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필자는 무려 2년 전에 리코매직(Rikomagic)의 안드로이드 4.0 기반 MK802 II 마이크로 PC를 리뷰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시장이 더 커졌을 뿐이다. 지금은 스틱 형태의 안드로이드 PC가 상당히 많이 출시되어 있다. 인텔 컴퓨터 스틱과 기본적인 디자인 원리는 동일하며, 모두 100달러를 훨씬 밑도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이러한 기기들의 HDMI 중심 설계, 플레이 스토어의 방대한 엔터테인먼트 앱 라이브러리를 감안하면 안드로이드 스틱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텔레비전에 스트리밍 기능을 추가해주는 기본적인 홈 씨어터 PC로서 적합하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아이폰을 포함한 요즘 스마트폰은 전화기지만 과거의 일반 전화기보다는 울트라 포터블 컴퓨터와 공통점이 더 많다. 앱 스토어와 플레이 스토어의 방대한 앱 생태계는 업무부터 엔터테인먼트, 웹 탐색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컴퓨팅 작업을 처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크와 외부 주변기기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을 기본적인 데스크톱 PC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터치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해 조작하려면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