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즐겨도 재미있는 고전 PC 게임 14선

발더스 게이트 II/플레인스케이프: 토멘트 필라스 어브 이터니티가 나오기 전에는 인피니티 엔진 게임들의 시대였다. 인피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한 방대한 아이소메트릭 RPG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두 가지가 발더스 게이트 II와 플레인스케이프: 토멘트다. 발더스 게이트 II는 판타지 게임으로서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지만 무엇보다 그 방대한 규모가 특징이다. 플레인스케이프: 토멘트는 대화와 스토리의 아이콘이 된 게임이다. 잘 풀어나간다면 전투를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즐기려면 : 약간 더 현대적인 느낌을 원한다면 발더스 게이트 II: 인핸스드 에디션도 괜찮다(버그는 조금 있음). 와이드스크린에 몇 가지 소소한 메커니즘이 조정됐다. 이 두 게임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접근성이 높다.

히어로스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히어로스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Heroes of Might and Magic 3)는 턴제 전략 게임과 RPG 요소를 반씩 갖고 있으며 두 요소 모두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한다. 최고의 만족도를 제공하는 턴제 전투와 탐험을 결합한 형태로, 게이머는 히어로들이 이끄는 신비로운 생명체들로 구성된 군단을 조작하게 된다. 히어로스 오브 마이트 앤 매직 게임들은 몇 년 동안 많이 나왔지만 오래된 그래픽만 참을 수 있다면 이 세 번째 작품이 단연 최고다. 지금 즐기려면 : 유비소프트(Ubisoft)가 올해 초 출시한 HD 버전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물론 그래픽이 더 개선됐고 와이드스크린도 좋다. 그러나 소스 코드 소실로 인해 내용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다. 원작과 확장판을 즐기는 편이 훨씬 낫다.

데우스 엑스(Deus Ex) 에우스 엑스는 시스템 쇼크(System Shock) 2와 함께 90년대 말에 등장한 FPS/RPG 하이브리드의 토대가 된 작품이다. 게임 업계에는 매년 한 번씩 데우스 엑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그만큼 잘 만든 게임이란 뜻이다. 데우스 엑스의 핵심은 스토리와 메커니즘 측면의 선택에 있다. 각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각 레벨은 거의 무한하게 반복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 게임의 레벨 디자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보여주며, 이 정도의 자유도를 주는 게임은 그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없다. 이 게임의 두 후속작들조차 원작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금 즐기려면 : 데우스 엑스를 즐기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첫 레벨이다. 리버티 섬 레벨은 게임 전체에서 최악의 레벨로 평가되는데, 이 레벨을 가장 먼저 플레이해야 한다. 꾹 참고 진행해 보자.

스타 워즈: 엑스-윙/타이 파이터 우주 시뮬레이션은 재미있다. 그리고 우주 시뮬레이션에 스타워즈 브랜드가 더해지면 더 재미있다. 끝없이 계속된 기다림 끝에 고전 스타워즈 게임들이 마침내 다시 출시됐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임은 스타워즈: 타이 파이터와 스타 워즈: X-윙이다. 조이스틱이 없다고? 전혀 문제 없다. 지금 즐기려면 : 가장 아쉬운 점은 두 게임의 최종 CD 버전을 지금은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CD 버전은 해상도를 높이고 해설을 추가했으며 중간 중간 나오는 컷씬을 더 다듬었다. 따라서 출시판에 최종 CD 버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몹시 아쉽다.

리븐(Riven) 아마 포인트 앤 클릭 퍼즐 게임인 미스트(Myst)를 기억할 것이다. 미스트는 거의 10년 동안이나 가장 많이 팔린 PC 게임 기록을 보유했던 게임이다. 그러나 그 후속편인 리븐은? 더 크고 더 대담한 리븐은 그 전작만큼이나 훌륭한 고전이며 전체적으로 전작과 하나로 잘 융합된다. 게다가 5~6개의 CD를 설치할 필요 없이 지금은 그냥 다운로드만으로 구할 수 있다. 지금 즐기려면 : 벽에 머리를 찧을 각오도 해야 한다. 가끔 지나치게 어려운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이머의 아둔함을 마음껏 비웃는다. 결국 공략집을 참고하게 될 가능성이 99%다.

시스템 쇼크(System Shock) 2 몇 년 동안 이어진 청원 끝에 GOG.com에 시스템 쇼크 2가 추가되었을 때 사람들은 말 그대로 거리로 뛰어나와 환호했다. 음, 솔직히 말해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은 한 사람, 바로 필자다. 좋아서 길거리에서 춤을 췄다. 바이오쇼크(BioShock)의 정신적 후계자인 시스템 쇼크 2는 익숙한 1인칭 게임으로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으스스한 “우주에서의 생존 공포” 요소를 가미했다. 그 자체로도 명작 게임이지만 그 이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슈팅 게임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 즐기려면 : 그래픽 모드를 설치하면 훨씬 더 화려하게 즐길 수 있다. 시스템 쇼크 2는 워낙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서 최신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옵션도 몇 가지 나와 있다. 참고로 난이도가 높은데, 가끔은 가혹할 정도로 어려우니 각오를 하도록.

더 롱기스트 저니(The Longest Journey) 1999년에 출시된 더 롱기스트 저니는 최후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으로 불린다.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심층적인 어드벤처 게임 중 하나이며, 이 게임의 세계는 모든 게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멋진 세계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포인트 앤 클릭 장르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 출시됐다. 지금 즐기려면 : 몇 가지 퍼즐은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공략집을 참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스토리를 위해 어려움을 감수할 가치는 충분하다. 게다가 좋은 소식은 이제 전편을 끝내도 후속편이 나오기까지 8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울티마 7/울티마 언더월드 2 최근 킥스타터에는 울티마 언더월드 시리즈를 되살리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지금이 모든 CRPG의 시초인 게임을 다시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점인 듯하다. 다만 모든 울티마 게임을 즐기려면 아마 평생이 걸릴 테니, 최고 수작부터 시작해 보자. 울티마 7이나 울티마 언더월드 2, 둘 중 하나면 된다. 두 가지 게임은 상당히 다르지만(울티마 7은 톱다운 뷰이며, 언더월드 2는 1인칭), 한 가지 공통점은 둘 다 흥미진진한 RPG란 사실이다. 지금 즐기려면 : 언더월드 2의 컨트롤/인터페이스는 상당히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울티마 7의 톱다운 뷰는 지금 봐도 비교적 잘 구분되는 편이다(그래픽이 좀 떨어지지만). 여유 시간에 느긋하게 울티마 세계에서 모험을 즐겨보자.

시드 마이어스 알파 센타우리 지난 해 문명 : 비욘드 어스(Civilization: Beyond Earth)에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4X가 만든 게임 중 최고 중 하나로 평가되는 알파 센터우리(Alpha Centauri)의 정신적 계승작이 될만한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지금 즐기려면 : 기본적으로 문명과 같은 턴제 전략 게임이지만, 우주가 배경이다. 정확하게는 문명 2의 방식이다. 문명 V를 몰아낼 만큼 멋지지는 않지만, 문제를 푸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참고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략 게임을 좋아한다면, 마스터 오브 오리온 2(Master of Orion 2)도 플레이해 보기 바란다.

라스트 익스프레스 라스트 익스프레스(The Last Express)는 살인 미스터리 게임으로, 영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 스타일부터 1차 대전의 공포 아래 있던 1914년 열차에 타는 독특한 설정, 플롯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는 사실 등 놀라운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게임이 페르시아 왕자를 만든 조단 메크너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 지금 즐기려면 : 포인트 앤 클릭 방식으로 진행하면 쉽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애니메이션이 느리고 올바른 엔딩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폴아웃 2 아이소메트릭 CRPG를 좋아하지만 판타지 설정은 별로라면, 폴아웃 2를 플레이해 보기 바란다. 이 게임은 베데스다가 폴아웃을 이른바 “총 든 엘더스크롤”로 바꿔 버리기 전의 폴아웃이다. 물론 폴아웃 3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폴아웃 2는 게임의 완성도도 높고 유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베데스다가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 영리함이 있다. 정말로 뛰어난 CRPG이다. 지금 즐기려면 : 만약 폴아웃 3을 플레이해 봤다면, 익숙한 것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아이소메트릭 CRPG를 조금이라도 경험해 봤다면, 뛰어난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디케이트(Syndicate) 2012년 출시된 슈팅 게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게임의 기반이 된 불프로그(Bullfrog)의 1993년작 아이소메트릭 전략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글로벌 복합기업의 지도자이며, 유일한 목표는 더 커지는 것이다. 즉 지구에서 최고의 복합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일군의 용병을 고용해야 하는데, 2096년의 세계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게임은 주로 이들 용병을 다양한 레벨을 통해 지휘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지금 즐기려면 : 지금 신디케이트를 즐기려면 UI와 그래픽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하지만 복고풍 사이버펑크 방식의 매력도 있다. 또한 EA의 무료 게임 프로그램 덕분에 현재는 완전히 무료이다.

텍스 머피 : 판도라 디렉티브 1990년에 CD가 한창 인기를 모으던 시절에 ‘FMV(Full Motion Video) 게임’이라는 기괴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실제 배우의 연기를 촬영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전형적인 90년대 게임 장르로, 그 정점을 찍은 게임이 바로 텍스 머피(Tex Murphy: The Pandora Directive)이다. 플레이어는 텍스라는 종말 이후의 필름 누아르 탐정 역할을 맡는다. 지금 즐기려면 : 게임에는 상당히 바보 같은 퍼즐이 등장하는데, 꽤 분명한 힌트 시스템이 있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별도의 공략법을 보지 않아도 게임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듀크뉴켐 3D 1990년의 FPS 게임이 어땠는지 이해하기 위해 슈팅 게임을 해보겠다면, 듀크뉴켐 3D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시끄럽고 거칠고 온통 폭발하는 것들 투성이다. 지금 즐기려면 : 일부 대중문화의 장면을 이용한 것은 그다지 큰 느낌을 주지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또한 90년대 슈팅 게임이기 때문에 상당히 빠를 것이다. 지금 현재 어떤 게임을 하고 있건 이 게임이 더 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