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샐러드의 적정 가격은? 킥스타터에서는 4만 5000달러 수준이다. 이 가격은 잭 데인저 브라운이 감자 샐러드를 만들겠다며 시작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 모인 돈이다. 브라운이 목표로 한 모금액은 10달러에 불과했지만, 6000명에 가까운 후원자가 몰리며 모금액이 5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후원자는 즐거운 농담을 즐기는 사람일 수도, 정말로 감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금액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금액이 샐러드보다 더 의미있는 일에 사용되는 게 낫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솔직히 이런 지적은 거의 모든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감자 샐러드는 킥스타터 프로젝트 중에서 최악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과 상상력, 자금 낭비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후원자가 없지 않은 프로젝트 10개를 골라 봤다. editor@itworld.co.kr
고기 비누
상쾌한 느낌과 99.44%의 세균 제거 효과를 강조하는 일반 비누와는 달리, 고기 비누는 고기 냄새를 가져다 줄 것을 약속한다. 베이컨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냄새가 좋은 것 중 하나라는 것. 물론 샤워보다는 아침 식사에 더 어울릴 것 같은 뭔가로 비누 거품을 내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42명의 고기 비누 후원자들은 일반의 상식에 동의하지 않고 총 1905달러나 되는 자금을 투자해 캠페인을 성공시켰다.
화장실 카드 게임
킥스타터에는 수많은 카드 게임을 후원해 왔다. 업 프론트(Up Front), 안티도트(Antidote) 등이 모두 킥스타터에서 시작됐다. ‘풉(Poop : The Game)’은 우노 방식의 카드 게임으로 “큰 일은 치루되 변기는 막지 말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카드 중 몇 장은 플레이어에게 방귀 소리나 꿀꿀거리는 소리를 내는 벌칙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 게임은 확장판이 나오면서 10명까지 즐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놀랍게도 668명의 후원자가 ‘똥’ 놀이를 하기 위해 1만 1000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치폴레 치킨 부리토 음미하기
잭 데인저 브라운은 최소한 자신 만의 감자 샐러드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노보루 비토이는 이 마저도 다른 누군가에게 맡겼다. 비토이는 치폴레의 치킨 부리토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그래프로 표현해주는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모금액은 치킨 부리토를 사기 위한 8달러였다. 놀랍게도 이 캠페인은 1000달러 이상을 모금하며, 130배의 목표 달성 기록을 세웠다. 비토이는 이런 성과에 힘 입어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치폴레 부리토를 먹는 것으로 목표로 세웠다. 어쨌든 비토이는 24가지 종류의 치폴레 치킨 부리토를 먹고 맛있는 정도를 표현한 그래프를 258명의 후원자들에게 보냈다.
마일리 사이러스 트월킹 티셔츠
마일리 사이러스가 한 모든 괴짜 짓 중에서 트월킹만큼 우리의 문화를 절망적으로 만든 것은 없었다. 미국 샌디에고에 사는 다니엘 바나가는 마일리의 이 악명 높은 트월킹을 티셔츠에 새겨 재현하면 ‘끝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티셔츠를 제작하기 위한 비용 300달러를 킥스타터에서 모금했다. 20명의 후원자가 528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로써 세상 어딘가에서 20명이 마일리 사이러스의 트월킹 모습을 가슴에 새긴 채 다니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중에 빌리 레이 사이러스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섹시 스마트폰 충전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연결할 때, 제일 중요하지 않은 것은 충전기가 어떻게 생겼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최소한 11명은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폴이란 이름의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충전기”를 만드는데 총 2160달러를 기꺼이 투자했다.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폴이 세상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8000달러가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며칠 남지 않은 기간에 이 격차를 메우지 못한다면, 세상 누구도 폴의 그곳에 아이폰을 꽂아 충전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세계 최대의 작스트랩
기네스 세계 기록에 새로운 분야의 기록을 올리려고 해 본 적이 있는가? 기네스 기록에는 아직도 도전할만한 괜찮은 분야가 남아 있다.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술가 마이클 바렛은 세계 최대의 작스트랩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됐다. 바렛은 기네스로하여금 세계 최대의 작스트랩이란 분야를 만들도록 설득했으며, 기네스가 실제 조사를 하는 데 드는 비용 850달러를 모금하기 위해 킥스타터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렛은 11명의 마음을 움직여 854달러를 모금했고, 세계 최대의 작스트랩 기네스 기록은 현실이 됐다.
하늘에 쓴 농담
미국 LA에 사는 코메디언 커트 브로놀러는 LA 주민들을 웃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장난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바로 비행기와 조종사를 고용해 하늘에 난데없는 메시지를 쓰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4000달러. 그리고 257명의 후원자가 7000달러를 기꺼이 내놓았다. 2013년 3월 23일 LA 시민들은 하늘에서 “어떻게 착륙하지?”라는 글자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재미있는 장난이지만, 7000달러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타조 베개
점심 식사를 마치고 1시간. 모든 사람이 졸음에 겨워하는 최악의 시간이 된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맘 편하게 오수를 즐길만한 장소를 찾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스튜디오 바나나 씽즈(Studio Banana Things)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타조 베개를 제안했다. 이 베개는 머리에 쓰고는 타조처럼 머리를 책상에 처박고 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타조 베개는 거의 20만 달러를 모금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애초의 모금 목표액은 7만 달러였다. 고맙게도 스튜디오 바나나 씽즈는 잠 자면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코와 입 부분에 구멍도 뚫어 두었다.
불곰 코트
머리에 짐승의 머리를 쓰겠다는 생각을 드웨인 존슨만 한 것은 아니다. 2012년 버푸너리 팩토리(Buffoonery Factory)는 거대한 곰 모양의 자켓인 그리즈 코트(Griz Coat)를 위한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무려 180명이 그리즈 코트를 현실화하기 위해 2만 9000달러를 투자했으며, 버푸너리는 이런 성공에 힘 입어 북극곰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북극곰은 모두가 좋아하는 동물인데, 왜 그 코트를 항상 입고 다니지 않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릴드 치저스
사람들은 예수의 형상을 한 무언가에 대해서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롭 코르소와 멕 쉬한은 이런 관찰을 기반으로 그릴드 치저스(Grilled Cheesus)란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전기 샌드위치 압착기인 그릴드 치저스는 예수의 얼굴 형상을 샌드위치의 아래 위로 새겨 준다. 이 샌드위치로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286명이 2만 5604달러를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