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블릿에서 빅데이터까지” IT 유행어, 누가 만들었나?

클라우드 컴퓨팅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용어인 클라우드 컴퓨팅은 당시 구글 CEO 에릭 슈미츠가 검색엔진 전략 컨퍼런스 연설에서 자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당시 슈미츠는 “우리는 이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구름 속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용어의 기원은 더 오래 됐다. 1996년 컴팩의 마케팅 임원 조지 파발로로과 기술가 션 오설리번이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클라우드 비전과 유사한 일련의 개념을 내놓았다. 이들은 구성도에서 네트워크를 나타내는 구름 모양의 그림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설리반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본격화하려고 했지만, 컴팩이 몰락하면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Credit: Young Sean O'Sullivan, dreaming of clouds. AndrewDressel/Wikipedia

크라우드소싱 이번 목록의 다른 용어와는 달리 크라우드소싱은 공들여 만들어진 것으로, 2006년 와이어드 지의객원 편집자 제프 하위가 선언서의 제목으로 선택하면서 등장했다. 이 이름은 당시 IT 업계에서 뜨거운 주제였던 아웃소싱과 대비시킨 것으로, 아이스톡포토나 이노센티브 등 한창 떠오르는 사이트를 설명하는 데 사용됐다. 마케팅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표현이 됐으며, 현재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의 언어적 뿌리라고 할 수도 있다. Credit: Jeff Howe talks crowdsourcing. Erno Hannick/Flickr

사물 인터넷 케빈 애쉬톤은 영국의 기술자로 1990년대 말 P&G에서 일하면서 RFID를 이용해 회사의 공급망을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이 감각적인 개념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쉬톤은 관련 주제의 프리젠테이션 제목으로 ‘사물 인터넷’이란 말을 사용했다. 당시는 인터넷 자체도 새롭고 생소한 것일 때였다. 애쉬톤은 자신이 그 말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어할 어떤 권한도 주지 말라”고 관대하게 말했다. 하지만 사물 인터넷이 주로 냉장고에 우유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술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블리딩 에지(Bleeding Edge) 많은 유행어들이 다른 유행어보다 한 단계 앞선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최첨단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리딩 에지(Leading Edge) 또는 커팅 에지(cutting Edge) 같은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더 첨단인지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블리딩 에지는 모호하면서 공격적인 울림으로 이를 해결했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이 용어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 1983년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면, 한 은행 임원이 재난에 가까운 하드드라이브 장애를 설명하며 “우리는 리딩 에지가 아니라 블리딩 에지로 끝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Credit: Damien Thorne/Twitter

패블릿(Phablet) 우리는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폰과 태블릿의 어중간한 단어인 패블릿은 발음도 좋지 않고 솔직히 좀 멍청해 보인다. 이 용어는 실제로 2009년 델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스트리크 제품을 출시했을 때 완전히 거대한 스마트폰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현재 GSM 협회의 기술 디렉터 댄 워렌이 처음으로 이 이름을 붙여준 제품이 델 스트리크였다. 오늘날에는 삼성의 대형 스마트폰이 잘 팔리고 있으며, 이 용어 역시 수년 간 사용되지 않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Credit: The Dell Streak, aka Phablet: Origins. Jung-nam Nam/Flickr

빅데이터 빅데이터는 2000년 전반기를 정의하는 유행어 중의 하나였지만,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리지고 말았다. 한 경제학자가 2000년에 제출한 자신의 논문 제목에 이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용어의 진정한 창시자는 1990년대 실리콘 그래픽스의 최고 과학자였던 존 마시인 것으로 드러났다. 90년대 말 마시는 임박한 데이터 폭증에 대한 여러 차례의 발표에서 ‘빅데이터’란 용어를 자신의 발표 슬라이드 첫 번째 장에 사용했다. 이 슬라이드에는 빅 메모리, 빅 네트워크, 휴지 데이터 등의 용어도 등장했지만, 뜨지는 못했다. Credit: Mashey's origina slide deck, from Usenix.org

개밥 먹기 전설적인 배우이자 개 사료 광고 출연자였던 론 그린은 개 사료를 직접 먹겠다고 한 적이 결코 없다. 하지만 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광고의 사료를 자신의 개에게 먹이고 있다고 맹세했다. 이 광고가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매니저였던 폴 매리츠에게 어떤 영감을 불어넣었는지, 매리츠는 1988년 ”개밥 먹기”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마이크로소프트 LAN 매니저 제품의 테스트 관리자에게 보냈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말은 이미 자사 제품을 열심히 사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 내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1999년에는 전 산업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HP는 자사 제품의 내부 사용을 촉진하는 구상의 이름을 개 사료 이름을 따서 ‘프로젝트 알포’라고 지었다. Credit: CUNY

핵티비즘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사를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이름을 가진 단체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해킹 단체 CDC(Cult of the Dead Cow)는 1980년대 미국 텍사스주 한 도살장에서 시작되었는데, 분명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단체의 초기 구성원 중 한 명이었던 오메가(Omega)가 1996년 CDC에 보낸 메일에 ‘핵티비스트(Hacktivist)’란 말을 사용했다. 이후 1999년 하위 단체인 핵티비스모(Hacktivismo)가 파생되어 나왔다. CDC는 확고한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있었지만, 네트워크 사보타지나 DDoS 공격 등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거나 자유로운 언론의 권리를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Credit: Scott Beale/Laughing Squid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 그로스 해커는 IT 전문가들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않은 또 하나의 용어로, 션 엘리스가 2010년 자신의 소프트웨어 마케팅 블로그에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이 용어는 약간 이단적인 방법으로 열심히 일을 해서 고객의 수나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를 늘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인 마케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보통 스스로 해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케팅을 싫어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에게 마케팅을 시키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기법이 필요하다. 이 용어는 2013년부터 이미 최악의 유행어로 자리를 잡았다. Credit: Federik Hermann/Flickr

파괴적인 혁신 1995년 기사와 1997년 책에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혁신가의 딜레마”에 대해 설명하며 이른바 파괴적인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IT 업계는 이 용어에 완전히 열광했으며, 종국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용어를 “경쟁에서 이기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생각해보자. 구글 지메일이 야후 메일 사업을 붕괴시킬 정도인가? 당연히 아니다. 크리스텐슨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무엇이든지 붕괴시키는 것에 관한 책과 세미나라는 온전히 산업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Credit: Clayton Christensen speaks at Davos. World Economic Forum/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