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4에서 엿본 PC의 이상하고도 멋진 미래

레이저 프로젝트 크리스틴(Razer Project Christine) 레이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크리스틴은 ‘소비자가 구입하는 최후의 컴퓨터’를 목표로 한다. 손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모듈형 PC로, 이 개념이 상용화된다면 기술적인 지식이 거의 없어도 누구나 원하는 대로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게 된다. CPU, GPU, 하드 드라이브 등 각 부품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어 중앙 백본의 PCI-익스프레스 슬롯 중 하나에 꼽기만 하면 된다.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려면? 선을 붙잡고 씨름하거나 덜덜 떨며 마더보드에 손을 댈 필요가 없다. 슬롯에서 기존 카드를 끄집어낸 다음 새 카드를 넣으면 끝이다. 황홀한 꿈같은 이야기다. 다만 이 하드웨어의 폐쇄성, 그리고 사용자를 플랫폼에 종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오리진 크로노스(Origin Chronos) 오리진의 스팀 머신(Steam Machine) 크로노스는 밸브(Valve)가 CES에서 선보인 14개의 스팀 머신 중에서도 가장 강력해 보인다. 최고 사양의 엔비디아 지포스 GTX 타이탄 그래픽 카드를 한 개도 아닌 두 개를 설치할 수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미친 듯한 성능이며 가격도 그에 상응한다. 크로노스가 출시되기 전에(올해 가을 정도로 예상) 크로노스의 성능을 100% 활용하는 리눅스용 게임들이 나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도시바의 변신 PC 개념 아직 그저 개념일 뿐이지만 도시바의 변신 PC는 CES에 딱 어울리는 ‘상식을 벗어난 무엇’이다. 화면, 키보드, 킥스탠드의 3개 부품으로 구성되며 이 부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다. 랩톱, 태블릿, 키보드를 접어넣은 태블릿, 프레젠테이션 모드(킥스탠드 사용), 그리고 키보드가 화면을 기준으로 270도 회전된 “캔버스” 모드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나 초기 개념이라 도시바 스스로도 도대체 무슨 운영 체제를 넣어야 할지 모른다. 도시바 측은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명확한 계획은 없는 상태다.

아이바이파워 스팀 머신(iBuyPower Steam Machine) 대부분의 게임 마니아들이 PC에 대해 가진 부정적인 고정관념, 즉 ‘비싸다’는 생각에 부합하지 않는 스팀 머신이 최소한 하나는 나왔다. 아이바이파워가 공개한 단촐한 기기는 콘솔과 비슷하게 생겼고 가격도 엑스박스 원과 같은 500달러다. 스팀용 게임이 보통 콘솔 게임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원씩 들이지 않고도 PC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기기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

AMD 엔벨로프(Envelope) PC 프로토타입일 뿐이므로 실제 판매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름 없는 AMD의 “엔벨로프 PC”는 올해 CES에서 소개된 가장 흥미로운 개념 증명 사례 중 하나다. 엔벨로프라는 별명도 아주 잘 아울린다. 자그마한 케이스의 크기는 편지봉투 정도에 불과하며 두께는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AMD는 향후 출시할 “멀린스”(초저전력, 고성능 칩으로 AMD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크기에서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함)가 낼 수 있는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이 기기를 제작했다.

에일리언웨어 스팀 머신(Alienware Steam Machine) ‘잘 빠졌고 검정색이며 번쩍거린다’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출시 날짜, 가격, 사양, 심지어 이름조차 아직 비공개다. 다만 밸브의 상무이사인 케이브 뉴웰은 이를 가리켜 스팀 머신의 “모든 잠재력을 보여주는 기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기기는 밸브와 에일리언웨어의 4년에 걸친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다. 분명히 물건은 물건일 것이다.

삼성 아티브 원(ATIV One) 7 인기 높은 갤럭시 시리즈로 안드로이드 폰 시장을 독주하는 데 만족하지 못한 삼성이 갤럭시 S4를 옆으로 돌려 스탠드에 올려놓은 듯한 모양의 컴퓨터를 만들었다. 이 컴퓨터가 가진 본연의 능력은 사용자가 갤럭시 폰 또는 태블릿을 소유한 경우에만 발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디자인이다. 갤럭시 기기와 연결되어 음악, 영화를 위한 클라우드 스토리지 역할을 하며, 데스크톱에서 기본적인 조작(예를 들어 문자 메시지에 답하는 등) 기능도 제공한다.

에이서 TA272 HUL 확실히 별난 제품이다. 안드로이드가 설치된 1100달러짜리 27형 전문가급 디스플레이다. 에이서는 이 모니터/올인원으로 컴퓨터를 대체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가벼운 운영 체제와 브라우저만 필요할 때 몇 가지 안드로이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에이서만이 아니다. 레노보의 28형 씽크비저(ThinkVision) 4K 모니터 역시 안드로이드 올인원이다. 그런데 데스크톱에서 안드로이드가 필요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논하도록 하겠다.

레노버 N308 태블릿 PC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마음 한구석에 안드로이드 기반 컴퓨터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레노버 N308 올인원 PC는 신형 엔비디아 쿼드코어 테그라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안드로이드 젤리빈 4.2를 실행한다. 기본적으로 거대하고(너비 약 50cm) 무거운(약 4.7kg) 태블릿에 스탠드와 무선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한 디자인이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 2월부터 450달러에 판매된다. 필자가 보기에 PC 업체들은 이렇게 결심한 것 같다. “태블릿이 그렇게 좋아? 자, 이 PC도 태블릿같이 생겼지?”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북 듀엣(Transformer Book Duet) 듀엣은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를 모두 탑재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두 운영 체제 모드를 번갈아 오갈 수 있다. 듀얼 부팅이 아니다. 바로 전환된다. 사용하지 않는 운영 체제는 대기 상태로 유지되므로 다시 해당 운영 체제로 돌아가면 전에 하던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또는 윈도우 태블릿으로 사용하거나 안드로이드 또는 윈도우 랩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양도 준수하다. i7 프로세서, 4GB RAM, 1920 x 108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가격이나 출시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Carbon) 마침내 특이하지 않은 정상적인 물건이 등장했다. 업데이트된 레노보의 초경량 씽크패드 X1 카본(1월부터 1300달러에 판매)은 평범한 노트북처럼 보인다.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이전의 씽크패드 X1 카본과 마찬가지로 케이스가 탄소 섬유 재질이며 무게는 1.27kg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신형 모델은 “어댑티브” 키보드를 탑재했다. 열려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상단 기능 키 열의 기능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또한 배터리 지속 시간이 9시간으로 늘었으므로 1세대 씽크패드 X1 카본과 달리 하루 종일 충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