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으로 보는 2013 IT 업계 이모저모

1월 : 팀쿡의 연봉 하락 지난 1월 SEC에 애플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팀 쿡의 전체 연봉은 2011년보다 99% 하락했다. 하지만 2011년의 경우 CEO로 임명되면서 받은 100만 주 때문에 상승이 있었던 것이며, 이 주식은 2016년~2021년까지 매각이 불가능하다. 1월 14일자 카툰에는 이러한 팀 쿡의 급여 관련 소식과 몇 달 전 공개되어 많은 비판을 받은 애플 지도를 풍자한 내용이 담겼다.

1월 : 블랙베리의 신제품 공개와 계속되는 어려움 블랙베리는 1월 말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반 디바이스들이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RIM라는 이름을 버리고 블랙베리 브랜드를 회사명으로 바꾸었으며, 터치스크린 기반의 Z10과 기존의 QWERTY 키보드를 탑재한 Q10을 공개했다. 그러나 2월 11일자 카툰에서 알 수 있듯, 신제품은 그저 심폐소생기 역할밖에 되지 못했다. 8월 기준으로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블랙베리는 윈도우 폰 보다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 블랙베리는 회사 매각을 포함한 여러 옵션들을 고민하고 있다.

3월 : 샌드버그의 신간, IT 업계의 여성 부족 현상을 조명하다 지난 3월 IT 업계의 대표적인 여성인사인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가 린인(Lean In)이라는 책을 내면서, IT 업계의 여성 부족 현상이 주목을 받았다. 일부 비평가들은 최소한 IT 업계는 여전히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샌드버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3월 25일자 카툰에서는 미국의 많은 데이터 센터의 남성 위주의 사고방식이 여성들이 IT 업계를 선호하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4월 : 코볼 프로그래머 부족 현상 4월에는 코볼(Cobol) 프로그래머의 감소 현상을 밝힌 새로운 조사 결과가 화제가 됐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 포커스(Micro Focus)가 진행한 이 설문조사에서는 코볼을 가르치는 대학 강좌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코볼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조만간 인력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4월 22일자 카툰에는 코볼 과목을 컴퓨터 공학이 아니라 고전 분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4월 : 무인자동차 = 무인 R&D? 구글 CEO 래리 페이지가 애널리스트들에게 4월 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구글이 R&D에 크게 투자하고 있으며, 무인 자동차, 구글 글래스, 구글 나우 등 “모험적인 프로젝트(speculative projects)”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페이지는 “기업이 항상 해왔던 것에 대해서 작은 변화만을 주면서 익숙해지면 문제가 된다. 모험적인 접근이 지메일이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같은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어낸다”라고 말했다. 5월 6일자 카툰은 “모험적인 것”이 “무인”을 의미하는 또 다른 말인지 의문을 품는 내용이다.

5월 : 무엇의 1%? 구글 CEO 래리 페이지는 올 봄 내내 IT 연구에 있어서 자유 분방한 접근을 강조했다.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비관론자가 되면 진전할 수가 없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업계의 비관론에 대해 비판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구글에서는 어떤 것이 진전을 이끌까? 미친 것 같은 아이디어이다. 그는 “우리가 미친짓을 할 때마다 우리는 진전을 한다”라면서, “우리는 잠재력의 1%만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IT 업계가 기술의 잠재력 중 1%만을 깨달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6월 3일자 카툰에서는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의 데이터 중 1%만을 공개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꼬고 있다.

6월: 서프, 디지털 시대 데이터 유실을 경고하다 지난 6월 컴퓨터월드 오너스 어워드 시상식에서 인터넷의 창시자인 빈튼 서프는 디지털 시대에 만들어진 데이터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그는 현재의 맥 컴퓨터에서 파워포인트 97 파일을 읽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개인 파일의 범위를 넘어 과학부문의 거대한 데이터 자산 유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이 매우 시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7월 17일 카툰에서는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전 문명이 남긴 기록을 해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6월: 엘리슨과 베니오프, ‘휴전’을 외치다 지난 6월, 오라클의 CEO인 래리 엘리슨과 세일즈포스닷컴의 CEO인 마크 베니오프는 오랜 기간 때로는 격렬하게 진행해 온 비방전을 공식적으로 끝냈다. 앞으로 9년간 두 회사의 기술을 통합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엘리슨은 기자들에게 “양사가 경쟁하는 대신 협업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광경은 사실 매우 낯설다. 엘리슨은 세일즈포스닷컴 플랫폼을 ‘체크인은 할 수 있지만, 체크 아웃을 할 수 없는 싸구려 모텔’이라고 깎아내린 적이 있고, 이에 맞서 베니오프는 오라클이 ‘가짜 클라우드’ 기술을 팔고 있다고 맹비난했었다. 7월 15일 카툰에는 이제 이러한 비방전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의도를 담았다.

8월: 마이크로소프트, 발머에게 사임을 명하다 8월에는 스티브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 CEO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발머가 조직개편안을 내놓은 지 불과 몇 주 만에 나온 것이어서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가 임기 동안 저지른 실수들을 떠올려보면 너무 늦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발머가 사실상 사임 압력을 받았다고 추정한다. 한 달 전인 7월에는 시장에서 참패한 서피스 RT 태블릿의 재고 9억 달러 치를 손실처리 했기 때문이다. 9월 9일 카툰에서는 발머가 IT 트렌드를 판단하는 데 젬병이었다는 사실을 익살맞게 표현했다.

9월: DEC의 몰락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배워야 할 것 스티브 발머의 사임 발표로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마이크로소프트의 잘못한 점들’에 쏠리면서, 한때 잘 나갔다가 이제는 흔적없이 사라진 ‘디지털 이큅먼트’(DEC)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니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를 보면 발머의 사임 관련 글에 DEC의 몰락 관련 글을 인용한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여기서 인용된 원문은 지난 1998년에 전 DEC 직원인 피터 데리시가 쓴 ‘현대의 비극: 디지털 이큅먼트 스토리’다. 데리시는 이후 이와 관련된 책인 ‘DEC is Dead, Long Live DEC’를 공동 저작하기도 했다. 9월 23일 카툰에는 만약 마이크로소프트 임원들이 디지털 이큅먼트 스토리를 읽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암시를 담았다.

10월: 시작부터 삐걱거린 healthcare.gov 대부분의 대형 IT 프로젝트는 정해진 기한을 맞추지 못한다. 예산을 초과하는 것도 다반사고 사용자들의 기대치에도 물론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지난 10월 1일 Healthcare.gov 사이트가 운영 첫날 장애를 일으킨 것도 사실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스탠디쉬 그룹(Standish Group)의 애널리스트인 짐 존슨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백만 달러 이상이 투입된 IT 프로젝트 3,555건을 분석한 결과 6.4%만이 기한과 예산, 성능 측면에서 성공했다고 한다. 이 사이트는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 법안인 ACA(Affordable Care Act)에 따라 사람들이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그러나 존슨은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처음부터 잘 될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11월 4일자 카툰에서는 이번 사이트 장애의 원인이 사이트가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일시에 몰린 것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11월: 악명 높은 인사제도 ‘스택 랭킹’ 퇴출당하다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명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 불리는 직원 평가 방식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널리 사용하는 이 방식은, 먼저 관리자가 각 직원별로 5개 카테고리에 따라 성과 순위를 1등부터 꼴찌까지 매기면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이들은 퇴출당하거나 자발적으로 떠나야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이 제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성을 해치고 잔인한 기업 문화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택 랭킹 제도를 없앤 이유 중 하나로 팀워크 강화를 꼽았다. 12월 2일 카툰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택 랭킹을 퇴출한 배경에 이것이 ‘널리 욕먹는 제도였다’는 사실도 일부 반영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12월: 길을 잃은 미국 R&D 12월에는 미국이 첨단 R&D에서 다른 나라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달 탐사를 시작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톱500 리스트는 미국이 엑사스케일 시스템 개발 경쟁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톱500 리스트에는 여전히 미국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이나 중국, 일본과 달리 미국은 엑사스케일 개발을 위한 예산도 일정도 갖고 있지 않다. 연방 연구 예산이 고갈된 가운데 구글과 아마존 같은 민간기업이 무인 자동차와 드론 같은 겉보기에는 무리한 연구를 비롯해 직접 R&D 역할을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12월 6일 카툰에서는 아직은 비현실적이고 암울한 미국 R&D 투자의 미래를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