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블랙베리부터 노키아까지, PC에서 안티바이러스 도구에 이르기까지 이제 끝장이라는 말을 들은 기술들이 많다. 이 네 가지는 사실 죽지 않았지만, 그 외의 많은 것들이 실제로 종말을 맞이했다.
이제부터 숙연한 마음으로 2013 기술 업계의 묘지를 거닐어보자. editor@itworld.co.kr
구글 리더
구글은 수없이 많은 제품들을 거느린 만큼 정기적인 대청소를 통해 버리는 프로그램들도 많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폐기처분은 구글이 지난 7월 잘라낸 RSS 리더인 구글 리더였다. 그 결과 대안을 표방하는 RSS 리더들이 떼지어 등장했다.
상장 기업으로서의 블랙베리, 델, BMC
BBRY, DELL, BMC를 이제는 나스닥에서 볼 수 없다. 올해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한 이 기업들이 언젠가 다시 상장될 가능성도 있지만 모두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게다가 블랙베리는 리서치 인 모션이라는 이름도 올해 버렸다.)
그록로(Groklaw)
2003년 준법률가인 파멜라 존스가 설립한 분석 기술/법률 웹 사이트로, 지난 8월 문을 닫았다. 존스는 정부의 감시 행위가 밝혀진 만큼 민감한 주제에 대한 취재원과의 대화를 대부분 인터넷에 의존하는 사이트는 계속 운영하기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록로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쟁점에 초점을 두고 SCO-IBM, 애플-삼성, 오라클-구글과 같은 법적 사례들을 다뤘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제공업체 너바닉스(Nirvanix)
벤처 파이낸싱으로 7,000만 달러를 끌어 모았던 이 회사는 7년 후 결국 문을 닫았다. 고객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너바닉스는 폐업을 불과 몇 주 남겨둔 상황에서 서버에서 데이터를 빼내서 다른 업체에 맡기라고 통지했다.
윈도우 RT 태블릿들(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2는 제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RT 태블릿 파트너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고, 마지막으로 델과 아수스도 2013년에 결국 이 ARM 기반 기기에서 발을 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굳은 의지로 분투하면서(적어도 애는 쓰고 있음) 9월에는 새로운 RT 태블릿인 서피스 2를 출시했다.
라바비트(Lavabit), 사일런트 서클(Silent Circle) 암호화 이메일 서비스
라바비트는 전 NSA 계약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사용했던 강화된 암호화 기능을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로 잘 알려졌는데, 공개할 수 없는 법적 압력을 이유로 밝히며 지난 여름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서비스인 사일런트 서클도 그 직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알타비스타 검색 엔진
그렇다. 한때 독창적인 검색 엔진이었던 알타비스타는 야후의 울타리 안에 숨은 채 사실 올해까지도 살아있었다. 지난 여름 야후가 RSS 알림, 야후 네이버 베타 따위의 인기 없는 다른 몇 가지 서비스와 함께 알타비스타까지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진.
맥용 카미노(Camino) 브라우저
10년 전부터 이어진 카미노 프로젝트가 올해 종결됐다. 프로젝트를 이끌던 이들은 “카미노는 웹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점차 뒤쳐졌고, 더 중요한 점은 보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점점 안전하지 않은 브라우저가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긍정적인 사실은 카미노 이후 괜찮은 대안 브라우저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1세대 아이폰
2007년 최초의 아이폰 2G 이후 최근 아이폰 5s와 5c에 이르기까지 7개의 모델이 출시되는 사이 애플과 대부분의 애플 고객은 최초의 아이폰을 잊었다. 6월 애플은 1세대 아이폰에 공식적인 “폐기” 딱지를 붙였다. 즉, 더 이상 수리도 되지 않고 애플 스토어에서 부품도 판매하지 않는다.
핫메일
물론 아직 핫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공식적으로 핫메일을 없애고 Outlook.com으로 대체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시징 사용자에게는 또 다른 소식도 있다. 바로 SMTP 지원과 스카이드라이브 클라우드 스토리지와의 더욱 긴밀한 통합이다.
푸둔투(Fuduntu) 리눅스
페도라와 우분투의 교차점이라고 할 수 있는 푸둔투는 2010년말에 처음 출범한 저전력 기기에 최적화된 리눅스 배포판으로, 2013년 4월 폐기 처분됐다.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푸둔투에 사용된 GNOME 2 데스크톱 환경에 대한 지원이 과거에 비해 원활하지 않게 된 점이 폐기에 이른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로드런너(Roadrunner) 슈퍼컴퓨터
1페타플롭(초당 1,000조회 계산) 벽을 깬 최초의 슈퍼컴퓨터인 로드런너가 3월 31일 퇴역했다. IBM에서 만든 이 시스템은 로스 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에 설치된 직후인 2008년에 페타플롭 속도 기록을 수립했다. 이 연구소의 개리 그라이더는 로드런너가 가동 중지된 후 해체되기 전까지 이루어진 운영 체제 메모리 압축 기술 등에 대한 실험을 언급하며 “로드런너는 죽은 이후에도 우리에게 배울 여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야후 티셔츠 경품
야후는 보안 취약점 발견자에게 제공하는 티셔츠 경품에 대해 “티셔츠 게이트”라는 여론이 들끓자 지난 10월 결국 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야후는 스위스 보안 업체인 하이-테크 브리지(High-Tech Bridge)가 야후의 네트워크에서 지금은 모두 수정된 4개의 심각한 취약점을 발견한 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야후는 10월 31일부터 보고된 취약점이 새롭고 고유하며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 한해 150달러~15,000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지난 7월 1일 문제를 보고한 연구자들에게도 이러한 보상을 소급 적용한다. (제레미 커크, IDG 뉴스 서비스)
주니퍼 모바일넥스트(Juniper MobileNext)
지난 여름 주니퍼는 잠재적 성장 기회에 집중하기 위해 여러 사업부를 통합한 이후 모바일 사업자 네트워크의 코어를 위한 이 유명한 제품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2G/3G 및 LTE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에게 HD 음성 및 영상을 중단 없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MX 에지 라우터를 위한 “프로젝트 팔콘”의 일부로 출시한 모바일 패킷 코어 제품군인 모바일넥스트는 이로써 EOL(수명 종료) 처분을 받았다. (짐 더피, 네트워크 월드)
넥스텔 iDEN 네트워크
스프린트 넥스텔은 1년 전부터 시사한 바와 같이 지난 6월 iDEN 푸시-투-토크 네트워크를 중단했다. 모토로라에서 개발한 iDEN 시스템은 1996년 시작된 넥스텔 네트워크의 기반을 형성했다. 이 네트워크는 모토로라의 2방향 라디오를 위한 소규모 지역 사업자의 대역과 주파수에서 작동했다. 넥스텔은 전화를 걸고 받을 필요 없이 즉시 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푸시-투-토크 기능을 통해 견실한 비즈니스를 구축했다. (스티브 로슨, IDG 뉴스 서비스) 스프린트는 넥스텔의 이름도 없앴다.
구글 데스(Google Death)
혼란스럽겠지만 구글 데스는 죽은 상품이 아니라 사실 2013년에 태어난 상품이다. 무시무시하지만 유용한 이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로 불리며, 사용자의 계정이 어떤 이유로 비활성 상태가 될 때 G메일, 드라이브 등의 계정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정할 수 있게 해준다. 데이터가 삭제되도록 하거나 특정 연락처로 배포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