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여러 컴퓨팅 하드웨어 디자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37년간 이러한 능력을 입증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최고의 엔지니어링으로 정평이 난 기업들도 종종 실수를 하며 애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기 그 동안 드러난 애플의 하드웨어 디자인 실수들을 모았다. 이들 사례는 대부분 미학적 측면보다는 기능적인 엔지니어링 측면의 실수와 관련된 것들이다. editor@idg.co.kr
파워 매킨토시 52xx와 63xx
파워 매킨토시 63xx 데스크톱 시리즈와 52xx 올인원 시리즈는 1990년대 중반에 출시되었으며, 64비트 데이터 버스 파워PC CPU를 32비트 데이터 버스 설계에 밀어 넣는 비슷한 오류를 공유했다. 이로 인해 명령어 실행에 더 많은 클록 사이클이 소비됐고 CPU 클록 속도가 사실상 절반으로 작동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다른 문제들 중에는 애플이 52xx와 63xx 모델 시리즈 포트의 하드웨어 핸드셰이킹을 빼먹은 부분도 있다. 그 결과 인터넷 초창기 이 모델들의 외장 모뎀은 초당 9600비트라는 눈부시게 느린 속도를 기록했다.
아이팟 하이파이
아이팟 하이파이(iPod Hi-Fi, 2006)는 애플이 만든 가장 난해한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제품은 아이팟 스피커 독을 대체하는 수백 달러 더 비싼 애플 브랜드의 독이었는데 시장에는 아이팟을 통해 오디오 애호가들 수준의 전문적인 음질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없었으므로 이는 마케팅 측면의 실수였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애플은 제품의 섬세한 부분인 아이팟 독을 상단의 아슬슬한 곳에 위치시키는 바람에 아이팟을 도킹에 연결할 경우 자칫하면 아래로 떨어져 파손되기 쉬운 형태다. 또한 리모트 컨트롤러는 아이팟 기능의 일부(빨리 감기/되감기, 선택한 재생 목록의 볼륨 조절)만 조작할 수 있었다.
애플 III
비즈니스 PC 시장의 유력 주자라는 목표로 개발된 애플 III(1980)는 시리얼 카드, 클록 칩, 디스크 컨트롤러(애플 II의 경우 옵션 카드로 판매)를 비롯한 여러 옵션을 통합한 제품이었다. 한편 스티브 잡스는 팬 없이 주조 알루미늄 섀시를 히트 싱크로 사용하는 구조를 고집했다. 마더보드의 기능이 늘어날수록 엔지니어들은 고정된 공간 안에 점점 더 많은 회로도를 밀어 넣었고 결국 당시로서는 참신했던 좁은 트레이스 디자인을 마더보드에 도입했다. 이러한 트레이스 디자인과 열 발산 문제는 시스템 불안정을 야기했고 이는 애플이 3년 후 애플 III+를 출시할 때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파워북 5300
애플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조롱 받는 제품 중 하나인 파워북 5300(1995)에는 여러 가지 디자인 실수가 있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만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는 케이스 디자인이 취약한 나머지 새 제품에서도 힌지 플라스틱에 금이 가 있을 정도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제품과 함께 판매된 초기 리튬 이온 배터리는 결함이 있어 과열로 화재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애플은 곧 발화 위험성이 낮은 저용량 NiMH 배터리로 교체했다.
애플 리사
차세대 '애플 32 슈퍼마이크로'를 디자인하면서 애플은 '최초여야 한다'에 집착한 나머지 애플 리사(Apple Lisa) 내부 시스템의 대부분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제품에 탑재된 파일웨어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이 드라이브는 전통적인 5.25인치 플로피 폼팩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용량을 더 늘리기 위해 설계된 복잡한 기계 덩어리였다. 결과적으로 내놓은 제품은 느리고 불안정하고 용량이 부족해 애플리케이션을 저장할 수도 없는 드라이브였다. (그 결과 값비싼 외장 하드 디스크가 거의 필수품이 됐다) 또한 리사의 5MHz 68000 CPU는 애초에 사용자들이 이 제품에 기대했던 연산 집약적인 그래픽 작업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아이폰 4
앞으로 몇 년 뒤면 아마 아이폰 4는 매혹적인 디자인 못지않게 미숙한 디자인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애플은 안테나를 폰의 금속 테두리 부분에 내장해 아이폰 4의 평판을 갉아먹었다. 그 결과 특정 방식으로 폰을 쥘 경우(대부분 왼손잡이에게 해당) 수신율이 급격히 떨어져 전화가 끊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또한 전면뿐만 아니라 후면까지 유리로 덮은 바람에 딱딱한 곳에 실수로 떨어뜨리면 쉽게 깨지고 말았다.
매킨토시(128K)
1984년 출시된 최초의 매킨토시는 획기적이었지만 두 가지 중요한 제약 탓에 사용성이 떨어졌다. 하나는 RAM이 128KB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다채로운 그래픽이 적용된 맥 OS 환경에 맞게 작성된 애플리케이션들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문제는 사용자가 이 128KB RAM을 업그레이드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 문제는 1년 후 더 강력한 애플 맥(맥 512K)이 출시될 때까지 시스템의 발목을 잡았다.
애플 USB 마우스
애플의 가장 불명예스러운 하드웨어 실책 중 하나는 1998년 아이맥과 함께 등장했다. 애플 최초로 USB 표준을 사용한 마우스인 애플 USB 마우스는 당시 대부분의 마우스가 채택한 물방울 모양 대신 원형 퍽 모양을 채택했다. 시각적으로는 훌륭한 디자인이었지만 사용자들은 손바닥 지지 부분이 없어 손이 저리다고 증상을 호소했고 완전히 둥근 마우스 모양 탓에 발생하는 방향성 문제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애플은 방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디봇을 추가한 개선품을 내놓았지만 2년 후 프로 마우스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USB 마우스는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