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조립을 위한 필수 도구 모음 - 업그레이드 마니아 편

스크류드라이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PC를 조립(혹은 업그레이드)한다면 휴대용(수동식) 필립스(Philips) 스크류드라이버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두 개의 장축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히트 탱크(heat tank)나 워터 블록(water block) 후면의 나사를 돌리는데 사용되는 장축 스크류드라이버는 컴퓨터 조립 시에도 손이 닿기 어려운 곳의 나사까지 단단히 조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크류 헤드(screw head) 사이즈의 경우에는 필립스 제품을 기준으로 한다면 1번과 2번 모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PC에 사용되는 나사의 대부분은 2번 모델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일부 좀 더 작은 부품들의 경우에는 1번 모델이 맞기 때문이다. 좀더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면 장비 역시 조금 더 갖출 필요가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노란색 손잡이의 긴 스크류드라이버에는 작은 칼날도 달려있어 그래픽 카드나 모니터에서 VGA 커넥터와 DVI 커넥터를 제거(혹은 부착)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초소형 드라이버는 노트북이나 소형 나사를 사용하는 특이한 컴퓨터들을 작업할 때 사용한다.

드라이버 툴 셋 작업을 하다 보면 스크류드라이버 하나만으론 곤란한 상황과 종종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수시로 조립과 업그레이드를 하는 마니아라면 제대로 된 툴 세트를 갖추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PC 조립 작업을 밀워키 6547(Milwaukee 6547) 2.4v 무선 전기 스크류드라이버을 사용한다. 벌써 써온 지 5년이 넘어가는 모델이지만 가벼운 작업을 할 때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기기다. 이 모델을 PC 조립용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조정형 클러치 기능 때문이다. 클러치의 다이얼을 최소 설정으로 돌려 사용하면 PC 케이스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무쇠 나사나 부착점(attachment point)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나소닉에서도 밀워키와 닮은 EY6220N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실수로 나사를 떨어뜨리는 것 역시 난감한 상황 가운데 하나다. 이때는 자화 비트 홀더(magnetized bit holder)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또한 여러 동력 기계 사이에 둘러싸여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을 조작하는데도 유용하다. 이는 100달러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배터리의 경우에는 2.4v지만, 그 성능은 2.4v 모터라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력하다.

지혈기 때로는 작은 부품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할 상황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추천하는 도구는 지혈기이다. 메인보드(motherboard) 파워 스위치 커넥터와 같은 작은 커넥터의 끝을 찾아 그것을 전선들에 잇는 과정을 지혈기는 훌륭히 해낼 것이다. 이는 또한 당신이 무언가를 조정하는 동안 다른 쪽을 고정하는 제3의 손이 되어주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를 핀셋과 혼동해 효과가 없다고 불평하기도 하지만 지혈기는 컴퓨터 조립가들의 비밀 무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외과용 고급 지혈기를 마련할 필요는 없다. 동네 철물점이나 취미 용품점, 아니면 온라인에서도 값싼 지혈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의 경우는 대형과 소형 두 개의 지혈기를 마련해두고 필요한 용도에 맞춰 사용하고 있다. PC 케이스 속으로 떨어져 굴러다니는 나사같은 작은 부품들을 집는 데에도 지혈기만한 것이 없다.

LED 클램프라이트 대부분의 PC 케이스 내부는 검정, 빛이나 윤기라곤 없는 말 그대로의 검정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 내부를 작업할 때에는 아무리 밝은 곳에서 진행하는 경우라도 커넥터가 어디에 있고 나사와 전선은 또 어디에 있는지 헤매곤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블랙파이어의 클램프라이트(Clamplight)를 이용해 케이스 내부를 밝힌다. 클램프라이트는 크기도 컴팩트하고 가격도 대형 공구업체들의 제품에 비해 저렴한 도구다. LED 라이트는 충분히 만족스런 밝기를 내면서도 에너지 효율은 높아 배터리 걱정 역시 덜어준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필자 역시 사방으로 지나치게 밝은 빛을 뿜어대는 랜턴은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밝은 빛은 내부를 보는데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소킷 툴 소킷 툴은 두 가지 용도를 지닌다. 우선 좀더 큰 소킷 툴(socket tool)은 PC 케이스 내부에서 메인보드를 지탱하는 메인보드 마운팅 너트(mounting nut)를 부착하거나 제거하는 도구다. 그 옆의 작은 소킷 툴은 DVI 커넥터와 VGA 커넥터에 사용되는 작은 너트를 재부착하는데 사용된다. 가끔은 DVI 커넥터를 제거했는데 작은 너트는 그 뒤의 그래픽 카드에 그대로 매달려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이 소킷 툴을 사용해 카드에서 너트를 때어내 커넥터에 다시 붙이는 것이다. 전기 스크류드라이버 비트 홀더에 내장된 소형 너트 드라이버를 사용해 본 적도 있지만 상당히 불편했다. 메인보드 너트들은 구석진 위치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니들 노즈 플라이어 & 와이어 커터 무슨 일이든 기본이 중요하다. 좋은 니들 노즈 플라이어(needle nose plier)와 와이어 커터(wire cutter) 같은 것들 말이다. 먼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니들 노즈 플라이어에 기본으로 달려있는 와이어 커터는 웬만해선 쓸모없다는 점이다. 커팅 능력을 차치하고 우선 꽉 조여진 공간에 접근하질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도 와이어 커터를 와이어를 자르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이는 와이어 라우팅(routing wire)에 사용되는 케이블 타이(cable tie)를 자르는데 도움을 준다. 이 도구들은 작은 것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공구 상자에서 걸리적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철물점보다는 취미 용품점에 들러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척용품 오래된 PC를 열어보면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팬 날개나 히트 싱크(heat sink)와 같은 내부 부품에 쌓인 먼지는 기기 과열의 원인이 된다. 과열된 PC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운이 나쁘면 아예 망가져 버리는 수도 있다. 먼지 필터가 장착된 고급 PC 케이스들도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필터에 의해 공기 흐름 역시 제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역시 내부 열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몇 달에 한번씩은 케이스를 열고 압축 공기(compressed air)로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CFC나 HCFC, 가연성 가스같은 것들이 들어있지 않은 압축 공기를 사용해보자.

카메라 때론 작업 과정을 간단히 사진으로 기록해야 할 경우도 있다. 휴대폰의 내장 카메라도 괜찮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작업 과정을 촬영하라는 것은 자신의 훌륭한 PC 조립 솜씨를 사진으로 남겨 앨범에 꽂아두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PC의 작은 스위치들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고 전선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잊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사진은 분해 전 사진이다. 이것이 없다면 작업 후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물론 모든 케이블에 라벨을 붙여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과 라벨 가운데 어떤 방법이 더 빠르고 간단할까? 또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친구나 가족의 것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경우에도,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주변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불리우며 도움을 주다보면 필자의 조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묶기 용품 PC 케이스 안의 전선과 케이블들을 처리하다 보면 이 선들을 묶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조언은 케이블 타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정말 싫어한다. 케이블 타이로 선들을 묶어버리게 되면 나중에 몇 개의 선만 재배치하거나 새로운 선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타이를 잘라내고 새로 작업하는 방법 밖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는 보통 트위스트 타이(twist tie)를 사용해 작업하곤 한다. 좀더 단단히 묶을 필요가 있는 곳에는 플라스틱 버클 타이(plastic buckle tie)나 벨크로 스트랩(velcro strap)을 이용한다. 벨크로 스트랩은 인터넷에서, 또는 취미 용품점이나 철물점에서도 구할 수 있다. 꼭 PC 조립이 아니더라도 벨크로 스트랩은 실생활 곳곳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이더넷(Ethernet) 케이블들을 묶거나 홈 시어터 선반 뒤의 선들을 정리하는 등에 말이다. 한번 구매해 놓으면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외선 온도계 필자는 전원 장치나 그래픽 카드, 열에 민감한 케이스 내부 지점 등의 온도를 측정하는데 적외선 온도계를 사용하고 있다. 온도계의 레이저로 케이스를 비추기만 하면 초보자도 손쉽게 핫스팟(hotspot)을 발견할 수 있다. 핫스팟이 확인된다면 케이스 팬을 추가하거나 간단히 몇 개의 선을 재배열하면 된다. 적외선 온도계의 가격은 꽤 저렴해지고 있다. 킨트랙스 421(Kintrex 421) 모델의 경우에는 50달러 밑으로 구할 수 있다.

외부 SATA 독 새로 조립 중인 PC에 기존의 시스템 빌드(system build,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 문서, 설정 등)를 그대로 옮기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기존 드라이브를 새것 옆에 두고 이미지(image)를 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쉬운 방법이 있다. 외장 USB 드라이브 독(USB drive dock)을 부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연결 형태가 있고 일부는 복수의 드라이브를 수용할 수도 있다. 한 번은 우연한 기회에 플러거블 USB 3.0(Plugable USB 3.0)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 바로 필자가 찾던 것이어서 기뻐한 일도 있다. USB 독은 빠르고 제약 없는 백업(backup)에 효과적이며 대량의 데이터를 스니커넷(sneakernet)으로 이동할 때에도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SSD에는 이 방식을 추천하지 않는다. 필자가 시험해 본 바에 따르면 시스템에서 드라이브를 독의 SSD로 복제하는 데 거의 하루종일 걸렸다.

전력계 PC의 전력 효율은 점점 더 개선돼가고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전력계 하나쯤은 갖추고 있는 것이 좋다. 언젠가 필자도 전력계의 도움을 받아 한 PC의 전력 소비량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케이스를 열어보니 문제는 먼지가 전원 공급 팬을 막아버려 발생한 것이었다. 팬이 전원 장치를 제대로 식혀주지 못하니 장치가 뜨거워져 에너지 효율이 감소한 것이었다. 전력계는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전원 장치가 바짝 튀겨지는 꼴을 보고 싶은가? 전력계는 다른 장비나 전자기기를 측정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주방을 리모델링하며 전에 있던 두 개의 냉장고 가운데 하나는 차고용으로 치워버릴 계획을 세우는데 이를 활용한 적이 있다. 필자는 와츠 업 프로(Watts Up Pro) 전력기를 이용해 두 냉장고의 에너지 효율을 비교해 좀더 성능이 좋은 모델을 주방에 남겨뒀다. USB가 달려있는 와츠 업 프로는 측정한 전력 데이터를 저장해 차후 분석해주는 기능도 지원한다.

음압 수준계 이번엔 좀더 특이한 툴을 알아보자. 260달러 정도의 익스테크 407750(Extech 407750) 음압 수준계는 필자가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도구 가운데 가장 비싼 제품이다(물론 저가형 제품은 30~70달러 선이면 구할수 있다). 음압 수준계는 PC 외부로 새어 나오는 소리를 측정해주는 기기로 자신이 저소음 PC를 조립하려 한다면 특히 필요한 도구다. 익스테크 모델에는 삼각대가 제공돼 어디든 원하는 위치에 고정시켜 세워둘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A-특성(A-weighting) 설정이나 슬로우 리스폰스(slow response) 설정을 위해 이를 사용하곤 한다. 방 안에서 HDTV나 홈 시어터를 배치할 위치를 정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맞는 도구를 선택하라 사람마다 DIY 취향은 다르겠지만, 어쨌건 도구는 제대로 갖출수록 편리하다. 좋은 툴이 단순히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솜씨 없는 목수는 나무 뿌리를 망친다는 격언처럼 적절하지 못한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하드웨어에 손상을 줄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필자 역시도 제대로 된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 나사 머리를 망가뜨리거나 커넥터 외피를 비틀어 자르는 등의 실수를 해 본 경험이 많다. 한 번쯤은 당신이 자주 접하는 부품들을 테이블에 펼쳐두고 어떤 부품에 어떤 도구가 잘 어울리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시동 시험 한 번만 해봐도 차이는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