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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마음껏 뜯고 바꾸세요" DIY 노트북 '프레임워크 랩톱'

Gordon Mah Ung | PCWorld 2021.07.27
프레임워크(Framework)가 사용자가 분해 수리할 수 있는 노트북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노트북은 수리 또는 업그레이드가 어렵거나 불가능하지만, 프레임워크의 이 신제품은 분해와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아예 업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 Gordon Mah Ung

프레임워크 랩톱의 초기 생산품을 입수해 직접 살펴봤다. 몇 가지 설계상의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업그레이드와 정비 편의성을 중심으로 만든 참신한 제품이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노트북 베젤과 본체는 키보드 데크를 하판에 고정하는 플라스틱 래치를 통해 결합한다. 일반 노트북에서 본체를 열어 SSD를 교체할 수는 있지만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플라스틱 래치가 결국 망가지게 된다. 프레임워크는 이런 단점을 자석을 사용해 베젤과 본체를 고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하판에 있는 T5 나사 5개를 제거한 후 조심스럽게 두 판을 분리하면 된다.
 
프레임워크는 부서지는 플라스틱 래치 대신 강력한 자석을 이용한다. © Gordon Mah Ung

프레임워크의 나사는 보편적인 필립스 헤드가 아닌 T5 별나사(Torx) 헤드를 사용하는데, 별나사 드라이버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수리 편의성에 반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프레임워크가 제공하는 플라스틱 '스퍼저(spudger)'의 한쪽 끝이 T5 별나사 공구로 되어 있다.
 
T5 공구가 없어도 문제없다. 프레임워크 제품 구성에 포함돼 있다. © Gordon Mah Ung
 

분해 먼저

보통 노트북을 리뷰할 때는 먼저 테스트를 하고 그다음 내부를 보기 위해 조심조심 열어본다. 반면 프레임워크 제품은 역순으로 테스트하기에 앞서 분해해 봤다. 단순히 여는 데서 끝나지 않고, 노트북 마더보드 분리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분리도 해봤다. 결론은 매우 쉬웠다. 프레임워크가 제공하는 명쾌한 설명서도 도움이 됐다.
 
프레임워크 랩톱은 설계가 기존 제품과 딴판이다. RAM과 M.2 베이가 키보다 아래에 있다. © Gordon Mah Ung
 

반전의 설계

흥미롭게도 프레임워크 랩톱의 키보드 아래에는 DDR4 SO-DIMM 한 쌍과 PCIe Gen 4 M.2가 있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이 교체하는 두 부품을 배치하기에는 가장 나쁜 위치다.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섬세한 리본 케이블이 찢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레임워크 랩톱에서는 이런 배치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선 하판에 있는 T5 나사 5개를 푼다. 캡티브 나사이므로 다 풀어도 빠지지는 않는다. 캡티브 나사는 노트북에서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인데, 프레임워크는 사용자가 노트북을 분해할 것이라는 전제로 이런 설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사를 푼 다음 플라스틱 스퍼저를 사용해 키보드를 살짝 들어 올리고,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모두 연결하는 리본 케이블 하나를 분리한다. 보통 다른 노트북 제품은 트랙패드와 키보드가 각각 별개의 케이블로 연결되고 케이블 길이도 매우 짧아 분리할 만큼의 공간이 겨우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프레임워크의 키보드/트랙패드 케이블은 노트북을 자주 분해해도 문제없도록 의도적으로 길게 제작됐다.
 
DDR4 RAM 슬롯에는 상세한 분해 가이드가 적혀 있다. © Gordon Mah Ung

애플을 비롯한 일부 PC 업체는 와이파이, RAM, 심지어 SSD까지 납땜으로 고정하지만 프레임워크는 모두 모듈형이다. 다만 이로 인한 몇 가지 단점은 있다. 프레임워크에 사용한 표준 DDR4 SO-DIMM은 저가형 노트북과 대형 게이밍 노트북에 흔히 사용되는 사양이다. 울트라 포터블 노트북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LPDDR4 RAM은 DDR4보다 더 큰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고 대기 모드에서 사용하는 소비 전력도 훨씬 적다. 그러나 LPDDR4는 납땜으로 고정해야 하므로 프레임워크의 제품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
 
울트라 씬 노트북 대부분은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와이파이 모듈을 납땜해 만든다. 반면 프레임워크는 납땜 하지 않아 와이파이 모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 Gordon Mah Ung
 

마더보드 업그레이드

와이파이 모듈과 디스플레이 커넥터, 오디오 커넥터, 배터리 커넥터를 분리하고 나면 마더보드를 고정하는 또 다른 T5 나사 5개가 보인다. 일반 노트북에서도 마더보드 분리는 가능하지만(접착제로 고정된 경우 제외) 울트라씬 노트북에서 마더보드를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물론 애초에 마더보드를 분리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노트북에서는 마더보드를 분리하는 경우는 마더보드에 포함된 부품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반면, 프레임워크는 부품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11세대 코어 i7 CPU 사양의 노트북을 구매한 후 나중에 14세대 코어 i7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현재 AMD 라이젠은 사용할 수 없지만 앞으로 추가될 수 있다. 업체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CPU 업그레이드는 그동안 노트북 업체의 관행에 정면으로 반하는 혁신이다. 전통적인 노트북 사업의 원리는 노트북이 오래되거나 망가지면 그냥 새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최신 노트북 대부분은 CPU가 마더보드에 납땜돼 있다. 프레임워크는 언젠가 새 CPU를 단 마더보드를 판매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 Gordon Mah Ung
 

업그레이드 가능한 포트

업그레이드 가능한 포트는 이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지만 생각만큼 유용하진 않았다. 일단 프레임워크에는 4개의 모듈형 베이가 있고, 구매자가 디스플레이포트, HDMI, 마이크로SD, USB-A, USB-C 등의 다양한 옵션 중에서 선택해서 원하는 위치에 넣을 수 있다. 모듈은 작은 고정 래치를 통해 결합한다(이상한 점은 프레임워크가 말하는 USB-C 포트는 실제로는 CPU 내부의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썬더볼트 4 포트다).

그러나 실제 환경에서는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차라리 USB-C 포트와 USB-A 포트 하나를 노트북 양쪽에 고정 배치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USB 포트가 많아서 불만인 노트북 사용자는 없기 때문이다. 4개 포트를 모두 모듈형으로 만드는 대신 마이크로SD나 HDMI 또는 디스플레이포트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또한 모듈형 포트는 본체에 딱 맞게 들어가긴 하지만 틈새가 눈에 보일 정도다. 아무래도 거슬린다.
 
사용자가 프레임워크에 사용할 포트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모듈을 장착하는 주변의 만듦새가 좋지 않다. © Gordon Mah Ung
 

너무 평범한 디자인?

프레임워크 랩톱에서 전혀 칭찬할 수 없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스타일이다. 리드에 있는 톱니 모양의 로고와 작은 힌지를 빼면 특색이 없다. 근처에 있는 델 XPS, HP 스펙터, 레노버 씽크패드 또는 다른 랩톱과 확연히 구분된다. 사람들이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요즘 노트북 구매 결정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패션과 스타일이다.
 
너무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 Gordon Mah Ung

리드를 연 프레임워크를 보고 있으면 가구점의 홍보용 이케아 스탠딩 책상 위에 배치된 모형 노트북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징이 없다. 물론, 크록스와 버켄스탁도 인기를 끄는 마당에, 특징 없는 디자인의 노트북이라고 인기를 얻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겉멋에 너무 의미를 둘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대신 디스플레이는 살펴볼 만하다. 프레임워크에는 13.5인치, 2256×1504 해상도로 꿈의 3:2 종횡비를 갖춘 글로시 패널이 쓰였다. 텔레비전을 모방한 일반적인 16:9보다 세로 길이가 긴 종횡비다. 넷플릭스 감상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할 때는 세로가 긴 종횡비가 훨씬 더 유리하다.

프레임워크 패널의 또 다른 장점은 일반적인 1920×1080 디스플레이의 200만 픽셀보다 많은, 340만 개에 이르는 매우 높은 픽셀 밀도다. 그만큼 더 많은 창을 화면에 나란히 배치할 수 있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패널의 규격상 밝기는 400nit로, 충분히 밝다. BOE 제조품이며 넓은 시야각과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IPS 패널로 보인다. 마그네틱 베젤이므로 패널을 망가져도 간단히 교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프레임워크의 디스플레이는 멋진 3:2 화면 비율에 70% 더 많은 픽셀 집적도를 지원한다. 시야각도 좋다. © Gordon Mah Ung
 

강력한 프라이버시

이 제품의 카메라와 마이크도 상당히 실용적이다. 우선 웹캠의 해상도가 1,080p로, 대부분의 노트북에 사용되는 720p에 비해 높다. 하지만 정말 요긴한 기능은 내장된 카메라 및 마이크 전원 차단 스위치다. 요즘 노트북에는 프라이버시 셔터를 채용한 제품이 많고 전용 음소거 버튼이 달린 제품도 있지만 프레임워크의 마이크는 시스템에서 완전히 끌 수 있다. 윈도우 장치 관리자에서 제거되지는 않지만 스위치를 끄면 전원 공급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위치를 조작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점점 더 커지는 보안 우려를 고려하면 1080p 웹캠과 마이크의 전원을 차단하는 이 기능을 반길 수밖에 없다. © Gordon Mah Ung
 

성능

노트북 성능 테스트와 55WH 배터리의 지속 시간 테스트는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확실한 것은 코어 i7-1185G7의 성능이 같은 CPU를 탑재한 경쟁 노트북과 대등하다는 것이다.

다만 OEM 제품과 같은 내부적인 세심함은 찾을 수 없다. 요즘 많은 노트북은 OEM의 튜닝에 따라 다양한 팬 프로파일과 성능 프로파일을 선택할 수 있다. 프레임워크의 경우 기능과 운영체제 최적화에 있어 무미건조하다. 제품의 겉모습과 비슷한 느낌이다.
 

가치

노트북 구매자의 절반이 디자인에 가장 민감하다면 나머지 절반은 가격이다. 유명 브랜드가 아닌 제품은 무조건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제품은 이 두 가지에서 모두 비껴있다.

프레임워크 랩톱은 코어 i7-1185G7과 Xe 그래픽카드, 32GB DDR4, 1TB WD PCIe Gen 4 SSD와 윈도우 10 프로를 탑재한 모델로 가격은 1,999달러다. 같은 CPU와 32GB LPDDR4, 1TB SSD, 그리고 3456×2160 OLED 터치 패널을 갖춘 델 XPS 13의 가격이 1,749달러다.

결국, 마음껏 업그레이드와 수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얻으려면 그에 따르는 더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마더보드와 CPU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더 저렴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런 장점을 누리려면 어차피 더 많은 선행 투자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업체가 프레임워크의 설계에서 영감을 받기를 기대한다. © Gordon Mah Ung
 

결론

분해해서 마더보드를 떼어내고 다시 조립해 테스트하는 순서로 노트북을 리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노트북에서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하나라도 고장을 내지 않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요즘 노트북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진다.

반면 프레임워크가 보는 노트북의 미래는 노트북을 통째로 버리지 말고, 사용자 스스로 필요한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프레임워크는 매우 특별한 노트북이다. 쓰다가 고장 나면 버리는 지금의 노트북 세계에서 이것이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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