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대 궁극의 컴퓨터 책상 '크로스 데스크' 탄생비화

PCWorld
태초에 L3p D3sk가 있었다. 극단적 케이스 모딩(case modification)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L3p D3sk 프로젝트로 인해 그저 컴퓨터 책상에 지나지 않았던 가구는 크고 빛나는 수랭식 PC로 탈바꿈했고, 벤치마크 테스트를 비웃으며 아주 사양이 높은 게임들조차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노트와 콜라를 놓을 편한 자리까지. L3p D3sk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는 창조물이었다. L3p D3sk는 각종 상을 휩쓸었고, 승리의 영예를 누렸다.


피터 브랜드의 L3p D3sk. 반은 PC, 반은 가구라 할 수 있는 신개념 PC의 등장이다.

그러나 이 글의 주안점은 L3p D3sk가 아니다. L3p D3sk의 등장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또 다른 가구 레드 하빈저(Red Harbinger) 사의 ‘크로스데스크(cross desk)’에 관한 것이다. 이 강력하면서도 대담하고, 직설적인 오피스 가구에 대해 알아보자.

컨셉에서 상업화까지
L3p D3sk에는 단 하나 문제가 있었다. 실용적이고 독창적인 제품이지만, 선택권이 하나뿐이었다. 여느 케이스 모딩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말이다. 그렇지만 컴퓨터 마니아인 토마스 넌은 이보다 훨씬 뛰어나고 훌륭한 컴퓨터 케이스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레드 하빈저의 CEO인 넌은 “레드 하빈저를 처음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건, 충분히 세련된 컴퓨터 케이스를 설계, 제작하는 모딩 커뮤니티가 생성 돼 있긴 하지만 거기서 끝이라는 것이었다"며 "정작 시장에는 그런 컴퓨터가 없다"고 말했다. 도요타나 포드의 자동차 콘셉트 디자이너가 자동차 쇼에 새로운 디자인을 내 놓고, 모두 그 디자인을 보며 군침을 흘리지만 정작 내놓는 건 캠리 같은 제품인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처럼 모든 이가 탐내는 콘셉트 차량만을 전문으로 파는 딜러샵이 있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레드 하빈저가 컴퓨터 시장에서 그런 위치를 차지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실용적이면서도 너무나 훌륭한 디자인을 가진 L3p D3sk의 상용 버전 출시는 그런 비전을 펼치기 더없이 좋은 시작점이었다. 넌은 L3p D3sk의 모딩 거장 피터 브랜드를 찾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피터는 처음에는 넌의 생각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래서 넌은 피터에게 약간의 돈을 보낸 다음 ‘이봐요, 난 이상한 사기꾼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레드 하빈저가 탄생했다.

이후 PC에 관심이 많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레드 하빈저로 몰려들었다. 넌은 레드 하빈저의 제품은 반드시 PC 제작자들이 만들었으면 하고 바랐다. 컴퓨터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진지한 취미생활로 삼고 있거나, 아예 이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엔지니어인 사람이 아니라 특수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많고 관련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크로스 데스크의 컴퓨터 그래픽

꿈을 개발하다
회사 창립 직후 레드 하빈저는 첫 제품을 출시한다. 브랜드의 L3p D3sk에 영감을 받은 데스크 케이스 하이브리드 ‘크로스 데스크(Cross Desk)’가 그것이다. PC 마니아들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이 제품은 현존하는 가장 궁극적이면서도 포괄적인 PC 케이스를 시장에 도입하려는 레드 하빈저의 열망을 담은 제품이다. 책상 자체가 컴퓨터 케이스일 뿐 아니라 모든 하드웨어와 액체 및 기체 냉각 시스템, 조명, 그리고 그 외 사용자의 필요를 모두 완전하게 통합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한 컨셉을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최초 이미지를 공개한 후, 레드 하빈저는 크로스 데스크의 많은 부분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크로스 데스크에 대한 선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개발 과정에서 책상 다리 같은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 레드하빈저의 부 대표 숀 라벤스버그는 "누가 책상 만들 때 다리에 큰 관심을 쏟나"라며 "대부분은 ‘작대기 네 개만 받쳐 놓으면 알아서 서겠지’ 정도로 여기지만 이 다리 디자인에만 두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팀 멤버들이 지리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다는 점도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였고, 또 수요층이 두텁지 않은 이런 제품을 소량 제작을 해 줄 수 있는 생산업체를 찾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결국 레드 하빈저는 이런 문제를 잘 해결했다. 이에 대해 라벤스버그는 "그래서 결국 크로스 데스크의 시제품은 매우 비싸다"고 말했다.


막 상자에서 꺼낸 레드 하빈저의 크로스데스크 시제품


크로스 데스크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레드 하빈저는 드디어 가구계의 페라리 급이라 할 수 있는 이 제품을 출시할 준비를 마쳤다. 크로스 데스크를 최종적으로 검수하는 과정에서 레이싱 페달처럼 펼쳐지는 발 받침대와 코드 엉킴을 방지하기 위한 헤드셋 스탠드 등이 추가됐다. 구동 장치 공간, 확장 팬 홀(fan holes), 그리고 수냉각 기능도 서로 호환된다.

밑바닥 부분과 가려진 뒷 부분 덕에 보기 싫은 부품들을 효과적으로 가렸다. 만드느라 고생한 책상 다리들은 내부 인테리어를 비우고 고무를 입힌 덧테쇠를 통해 케이블을 감춰준다. 넌은 “온갖 연결선 및 기어를 숨겨주기 때문에 이건 아주 중요한 장점"이라며 "사용자가 원한다면 투명한 유리 밑에 잘 보이도록 둬도 된다"고 말했다.


크로스 데스크에는 다양한 장치를 보관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수냉각 저장장치도 그 중 하나다.

케이블 선 등을 위해 따로 빼둔 공간 외에도, 크로스 데스크에는 엄청나게 많은 제품을 넣을 수 있다. 크로스 데스크의 전체 사양을 보면 그 수용 용량에 놀랄 따름이다. 3.5인치 크기의 구동장치 공간 20개, 2.5인치 구동장치공간 18개에 그 밖에 수많은 장비가 59kg 정도의 철과 알루미늄 속에 모두 들어간다. '듀얼 PC 업그레이드 키트'를 이용하면 두 개의 다른 컴퓨터를 함께 집어넣을 수도 있다.

넌은 “(크로스 데스크가) 정말 훌륭한 이유는 한 쪽에는 서버가, 한쪽에는 게임 시스템이 있어 마치 거대한 마더보드와 라즈베리 파이가 공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며 "이런 것들을 커스터마이징할 능력을 가지고 설계, 확장하는 것은 기존의 다른 PC케이스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점이다"고 말했다.

조상 격인 L3p D3sk와 비교해 봤을 때, 크로스 데스크는 '약간의 모딩'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라벤스버그는 "책상 다리는 속이 비어 있다"며 "모니터에 직접 플러그 되도록 X박스 360이나 플레이스테이션3을 모딩해 올 인 원(all-in-one) 게임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피터 브랜드의 크로스 데스크 프로토타입

가격 및 기타 제품정보
그렇지만 이 컴퓨터 친화적인 가구는 결코 싼 가격이라 할 수는 없다. 크로스 데스크는 11월 15일부터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2000달러(약 220만 원) 정도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9월 13일까지 레드 하빈저를 통해 약 1700달러(약 186만 원)에 선 주문할 수 있다. 물론 싼 가격은 아니다. PC 하드웨어 등도 전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BYOCPU(Bring Your Own CPU)’다.

라벤스버그는 “꽤 부담이 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선뜻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있어도 이해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크로스 데스크가 모든 데스크 또는 컴퓨터 케이스의 궁극적 종착역임은 분명하고 이 제품 하나면 더 이상의 구매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스 데스크의 장점을 더 강조하기 위해 레드 하빈저는 선 주문 한 고객들에게 여러 가지 데스크 악세사리를 무료로 끼워주고 있다. 앞서 말한 헤드셋 마운트 외에도 추가 선반, 듀얼 PC 및 XL 마더보드 업그레이드 키트 등이다. 또 고객 맞춤형 팬 케이블(엄청나게 큰 컴퓨터 케이스가 아니던가!)과 레드 하빈저의 엔지니어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라벤스버그는 "이번 선 주문에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무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레드 하빈저는 또 선 주문에 한해 배송도 고정 요금으로 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먼 지역으로 배송하면 350달러(약 38만 원) 이상의 배송료가 나온다. 게다가 선 주문 고객들은 다양한 지불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배송비 포함 775달러로 3개월 할부도 가능하다. 일시불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을 내지만 이런 지불 방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라벤스버그는 말했다.


아래가 크로스 데스크 시제품이고 위가 L3pD3sk이다. 

레드 하빈저는 앞으로 더 작은 크기의 크로스 데스크를 더 다양한 액세사리와 함께 출시할 예정이다. 또 컴퓨터 관련 가구에만 만족할 생각도 없다. 다른 마니아용 PC 케이스도 개발하고 있다고 라벤스버그는 귀띔했다. 이 제품 관련 정보는 앞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는 첫 번째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 케이스-데스크 콤보가 마니아들 사이에 어느정도 상용화가 되면, 크로스 데스크는 L3p D3sk가 시작한 순환을 완성하게 되는 셈이다. 누구나 이 모딩에서 영감을 받은 케이스를 구입해 원하는 대로 수백 가지 방식으로 바꿔 조립할 수 있다.

라벤스버그는 “이런 제품을 만들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 책상을 어떻게 활용할 지 너무 궁금하다"며 "바로 그것 때문에 지난 수 년간 열심히 일해 왔던 것이다"고 말했다. edito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