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 헤드폰 잭을 없앤 애플의 ‘용기’가 신세계를 만들었다

Macworld
불과 2년 전, 사람들은 헤드폰 잭이 없어진 아이폰을 보며 한탄했다. 아름다운 제트 블랙 색상과 터치 방식의 홈 버튼으로 무장한 아이폰 7에는 3.5mm 헤드폰 잭 대신 동글이 들어가 있었다. 애플 부사장 필 실러는 아이폰 7을 소개하면서 헤드폰 잭을 버리는 변화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낯간지럽게 들렸다. 실러는 무선 충전의 이점 또는 유선 이어폰의 불편함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청중을 향해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다름없다. 실러가 헤드폰 잭을 없애기 위해서는 “앞으로 진전하고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할 때 청중 곳곳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처구니없는 말로 들렸다. 그때 우리 눈에는 앞으로 펼쳐질 불편함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실러의 말이 맞았다.

당시에는 심각한 현실왜곡으로 들렸지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에서 헤드폰 잭을 없애기로 한 애플의 결정은 결코 단순한 디자인의 변덕이 아니라 편리함과 단순함, 즐거움을 가져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의 시작이었다.
 

무선 전략

애플은 아이폰 7에서 헤드폰 잭을 없애면서 모든 아이폰 7 구매자에게 라이트닝 이어팟과 
무료 라이트닝-3.5mm 헤드폰 잭 어댑터를 일종의 위로품으로 제공했다. 물론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 부가적인 케이블을 가지고 다녀야 할 뿐만 아니라 충전과 음악 듣기를 동시에 할 수도 없었다.
 
ⓒ JASON CROSS/IDG

애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해 출시한 아이폰 8과 아이폰 X에 무선 충전 기술을 넣었다. 그러나 애플 무선 전략을 이끈 핵심 동력은 아이폰 7과 함께 출시된 에어팟이었다. 에어팟은 1년 이내에 전 세계적인 유행 상품으로 부상했고 매장에 남는 재고가 없을 만큼 들어오는 족족 팔려 나갔다. 다른 진정한 무선 이어폰보다 음질이 더 좋아서가 아니다. 애플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무선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에어팟에서 최상의 음질보다는 편의성을 더 중시했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애플을 의심했다. 처음 공개된 에어팟은 이상한 모양에 너무 쉽게 잃어버릴 것 같았다. 세계는 에어팟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헤드폰 잭을 없애더니 이제는 159달러짜리 액세서리를 사라고 하는데, 그나마 가방 속에서 찾기도 힘들고 바람만 불어도 귀에서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애플은 기존 유선 헤드폰에 비해 더 뛰어나도록 에어팟을 디자인했다. 쉬운 동기화, 스마트한 귀 탐지, 종일 지속되는 배터리까지. 헤드폰 잭을 없앤 이유가 단순히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었다(물론 디자인도 이유 중 하나). 무선 전략에 최대한 신속하게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자 한 애플에게 최선의 방법은 기존 방식이 불편하고 구시대적이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지속되는 무선 전략

헤드폰 잭 제거라는 충격적인 사건에서 2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 보면 애플의 계획은 영리했다. 이제는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3.5mm 포트 없이 출시돼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USB 또는 광학 드라이브 때도 똑같았다. 애플은 기술의 대중화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결국 업계의 나머지 업체들도 애플의 뒤를 따랐으며 이제는 누구도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다.
 
ⓒ CHRISTOPHER HEBERT/IDG

헤드폰 잭도 언젠가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많은 안드로이드 폰 제조업체들은 시도는 하고 있지만 애플과 같은 엄격한 규칙이나 집요한 고집은 없다. 구글은 픽셀 2에서 헤드폰 잭을 없앴지만 159달러짜리 픽셀 버즈(Pixel Buds)는 내장된 번역 기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체품이 되지 못한다. 에센셜(Essential)은 헤드폰 잭이 있는 폰을 판매한 적이 없음에도 몇 개월 후 굴복하고 “최상의 음질을 제공하기 위해 고분해능 ESS 세이버 DAC 및 MQA 지원”이 포함된 150달러짜리 오디오 어댑터 HD를 만들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삼성이 제대로 된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를 만들었지만 삼성의 최신 폰인 갤럭시 S10은 여전히 3.5mm 포트로 과거에 집착한다.

노치와 다를 바 없다. 아이폰 X이 처음 나왔을 때 인터넷에서 모든 사람들이 애플의 뻔뻔한 노치 디자인을 지적하며 비웃었지만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노치가 없는 안드로이드 폰을 찾아보기 어렵다. 헤드폰 잭도 곧 마찬가지가 된다. 애플은 무선을 사용하는 생활이 얼마나 더 편리한지 먼저 보여줬다. 이제 다른 모든 업체가 애플 에어팟만큼 사용하기 간편한 각자의 에어팟 버전을 만들게 되면, 사람들은 폰에 선을 연결하는 불편함을 어떻게 견디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신세계

에어팟은 보기 드물게 즉각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잦은 모델 업데이트 없이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에이팟이 경쟁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애플이 첫 제품부터 제대로 만들었다는 점이 크다. 아이팟이 모든 사람에게 흰색 이어폰 코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면 에어팟은 이제 그 코드를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LEIF JOHNSON

2년 이상 걸린 2세대 모델에서도 애플은 많은 부분을 바꾸지 않았다. 새로운 H1 칩으로 연결 속도가 더 빨라졌고 통화 시간이 약 1시간 늘었으며 손을 댈 필요 없는 “시리야”가 추가됐다. 가장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무선 충전 케이스가 나왔다는 것이다. 다음 아이폰에는 폰 뒷면에 다른 디바이스를 올려놓는 방식으로 디바이스를 충전하는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는 루머와 딱 맞는 시점이다.

그 기능이 나온다면 애플은 완전히 새로운 기능인 것처럼 포장할 것이다. 삼성과 화웨이 팬들은 비웃으면서 몇 개월 전부터 이미 그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애플 무선 전략은 단순한 충전 이상이다. 진실은 애플이 에어팟과 아이폰으로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무선 경험을 다른 모든 폰 제조업체도 제공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만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용기와 선견지명을 갖고 있다. 이제 아이폰 XI에 에어팟을 기본으로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