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 애플이 인텔 버리고 AMD로 가야 하는 이유

Macworld
애플이 맥 용 자체 CPU와 GPU를 만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재의 T2프로세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A12X 같은 것을 발전시켜 맥북 등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이다. 파워 대 성능 비(power to performance ratio)나, 비용 대 성능 비(cost to performance ratio) 관점에서 생각해 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자체 CPU, GPU 생산을 통해 애플이 자사 플랫폼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기기의 심장부 생산을 다른 업체에게 맡겼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맥OS가 ARM으로 이전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플이 자체적인 CPU, GPU가 들어간 컴퓨터를 만들 때가 되었다고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전환에는 수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동안 애플이 해야 할 일은 인텔을 버리고 AMD로 돌아서는 것이다.


전력 소모량은 줄이고, 성능은 높이고

올 해 AMD가 출시할 소비자 칩은 Zen 2 코어 기반 3세대 라이젠(Ryzen) 칩과 동일한 기술을 적용한 라이젠 쓰레드리퍼(Ryzen Threadripper) 하이-엔드 데스크톱 및 워크스테이션 칩이다. 이 칩들은 충분히 돈 값을 하는 제품들이다. 이들 칩의 현제 세대들 만으로도 하이엔드 게이밍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업에서 인텔을 압도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끼리 얘기지만, 솔직히 게임을 하려고 맥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올 해 출시될 신형 7nm AMD에 대해 우리는 아직까지 빙산의 일각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미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CES 기조 연설에서 AMD는 새로운 3세대 라이젠 칩의 초기 엔지니어링 샘플을 공개했다. 감속한 상태에서 구동했음에도 불구하고 3세대 라이젠 칩은 시네벤치(Cinebench) 테스트에서 Core i9-9900K를 훨씬 앞섰다. 두 칩 모두 8코어, 16 쓰레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이다.
 
그러나 AMD의 리사 수(Lisa Su)가 들어올린 라이젠 칩의 레이아웃은 사뭇 특이했다. 마치 두 번째 8코어, 16쓰레드 ‘칩렛’을 위한 공간을 일부러 남겨 둔 듯한 그 모습은 AMD가 일부러 8코어 버전만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만일 AMD가 인텔을 코어 대 코어로 따라잡거나 이길 수 있다면, 그리고 16코어, 32 쓰레드 데스크톱 CPU를 만들 수 있다면 올 해 인텔이 CPU를 개선한다 하여도 성능 측면에서는 AMD가 왕좌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추가 8코어와 16 스레드를 위한 공간이 있어 보인다. ⓒ AMD

AMD의 CES 데모는 다른 면에서도 인상깊었다. 3세대 라이젠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의 그것보다 전체적으로 25% 가량 전력 소모가 적었다. 만약 마지막 칩이 좀 더 높게 클로킹 된다면 이러한 차이가 조금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AMD가 인텔보다 더 적은 전력 소모량으로 성능에서 앞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이것을 차세대 맥북 프로의 소울메이트가 될 3세대 쓰레드리퍼 칩에 적용해 보자. 1, 2세대 쓰레드리퍼와 마찬가지로 3세대 역시 AMD의 에픽(Epyc) 서버 칩 라인과 유사할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64코어, 128 쓰레드가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 AMD

올 해 말에 64 코어, 128 쓰레드를 갖춘 맥 프로가 출시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코어 당 성능은 인텔의 최신 버전보다 더 우수하다면?

게다가 AMD는 PCI Express 4.0 지원에 있어서도 훨씬 앞서가고 있다. 애플은 프로 데스크톱 라인에 빠른 I/O를 많이 추가하는 편인데 이 마저도 AMD의 위용을 더욱 빛나게 해 줄 것이다. 
 

가격적 이점

애플이 ‘가성비'를 앞세운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굳이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고자 하지도 않을 것이다. 2017년 라이젠 출시 이래로 AMD는 경쟁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를 자랑해왔다. 최상급 데스크톱 칩(많은 작업에서 인텔보다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으로 가면 경쟁 제품과 가격차가 수 백 달러씩 나기도 한다. 

물론 애플같은 대형, 주요 고객사라면 우리가 아는 소매가에 칩을 공급받진 않겠지만, 그건 AMD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애플의 입장에선 고객들에게 더 나은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옵션일 것이다. 이미 외장 그래픽 타입 맥 제품군의 GPU는 AMD가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최소한 데스크톱 카테고리에 있어서는) CPU에서 역시 인텔을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 

AMD의 입장에서 보자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며 발생하는 주가 상승분만으로 애플에 거의 마진 없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 편의성

CPU 업체를 교체 하는 건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맥에 자체 CPU를 적용하기 몇 년 전의 시점이라면?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엔비디아에서 AMD로의 전환과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에게, 이것은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 AMD

인텔과 AMD 간의 광범위한 CPU 호환성은 개발자들에겐 많은 부담을 줄여준다. 좀 더 정확히 말해 대부분의 앱들은 아무런 변경 적용 없이도 ‘그대로' 기능이 가능하다. 굳이 AMD 아키텍처에 대한 완벽한 최적화를 원하는 경우라도 여러 익숙한 툴들이 그것을 지원해줄 것이다. 실제로 AMD의 몇몇 최적 코드들은 리눅스 커뮤니티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보자면 윈도우보다 맥OS에 더 가까운 것이다. ARM에서 실행되는 앱을 만드는 것과 비교할 때, 현재의 맥OS 카탈로그 전체를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 상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쉽다는 의미다. 
 

지지기반

최근 애플의 행보를 보면 단순한 데스크톱 컴퓨터 판매량보다 서비스 기업으로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데 더 관심이 많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맥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 하드웨어는 이들 기업의 중요한 사업 기반이다. 최근 맥 판매량이 답보세인 상황에서는 새로운 부양책이 한층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이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혁신은 자체 맥 프로세서 개발일 것이다. 
 
ⓒ IDG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자면, 이미 지지 기반을 갖춘 프로세서, GPU 제조사와 손잡아 그들의 팬을 애플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인텔과 AMD 모두 각자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자면 AMD의 팬들이 좀 더 열렬한 태도를 보여준다. 일종의 ‘언더독 결집효과'다. 이런 특성은 애플의 캐릭터와도 좀 더 잘 맞을 것이다. 주변에서 AMD 팬을 만나본 독자들이라면 라이젠 쓰레드리퍼 칩을 채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생애 첫 맥 구입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ARM 기반 맥 출시에 걸리는 시간

아이패드 프로에 쓰인 A12X의 성능은 얇고 가벼운 맥북에 쓰이기에는 충분하지만, 1년 전 출시되었던 18코어 아이맥 프로의 인텔 프로세서보다는 몇 배나 느린 수준이다. 게다가 GPU 퍼포먼스, 메모리 대역폭, PCI Express 슬롯 등을 생각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쉽게 말해, 애플은 ‘더 얇고, 더 가벼운’ 맥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미래의 아이맥 프로나 맥 프로 데스크톱에 필요한 고성능 칩을 제작하려면 아직도 수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없다. 만일 맥이 정말로 ARM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처음에는 얇고 가벼운 랩탑부터 시작해 상위 라인까지 올라가야 한다. 애플의 A 시리즈 칩들이 이들 랩탑의 성능 및 기능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더욱 적합할 뿐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호환성 문제도 덜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얇고 가벼운 맥 노트북(맥북과 맥북 에어)은 소비자 기기들이다. 사람들은 주로 웹 서핑을 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가벼운 콘텐츠 제작(약간의 사진 편집 같은 작업)을 위해 맥북 및 맥북 에어를 산다. 만일 맥 OS가 ARM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개발자들로서는 앱을 재설계 하기 위해 많은 작업을 해야 하겠지만, 맥북 에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이제 애플의 기본 앱만으로도 거의 충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소비자들은 꽤 쉽게 앱을 바꿀 수 있다. 즐겨 사용하던 노트 테이킹 앱이 ARM 호환 버전이 없다면 다른 앱을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하이엔드 맥 데스크톱(아이맥 프로와 맥 프로)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 두 기기를 사는 사람들은 본격적인 영상 편집, 3D 모델링 및 애니메이션, 고급 이미지 편집(영화 포스터 제작 등)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앱들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업데이트가 잦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RM으로의 이전 같은 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이런 작업들은 쉽게 다른 앱으로 바꾸기도 어렵다. 다른 앱을 구매해 달라고 회사에 건의도 해야 하고, 수 년간 쌓여 온 레거시 데이터와 라이브러리도 처리해야 한다. 

애플이 맥 라인을 ARM으로 이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맥북과 맥북 에어부터다. 애플이 더 크고, 더 강력한 칩을 만들면 x86 프로세서를 자체 ARM 칩으로 대체하여 맥북 프로, 아이맥, 그리고 아이맥 프로와 맥 프로에까지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애플이 이들 칩을 개발하여 출시하는 동안 프로 레벨 애플리케이션 업체들도 충분한 시간과 툴을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이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맥의 프로세서를 애플 프로세서로 이전하는 과정이 올 해 시작되어 빠르게 진행된다 하여도, 애플의 전 제품 라인이 애플 프로세서로 채워 지기 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애플은 x86 프로세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AMD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애플이 ARM으로 이전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면 이는 더더욱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x86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만드는 기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