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뷰 | 핏비트 버사, “애플 워치를 따라잡을 스마트워치의 등장”

Macworld

페블(Pebble)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핏비트의 버사(Versa)를 그저 애플 워치를 따라한 싸구려 모조품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얼핏 애플 워치와 같은 사각형 모양이기 때문이다. 크기도 42mm와 38mm 사이에서 완벽한 균현을 이루며, 애플 워치와 비슷한 메탈 및 가죽 밴드를 장착할 수 있다. 또한, 로즈 골드 색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버사를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애플 워치의 모조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애플 워치의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느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 해도 별로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핏비트는 애플 워치가 출시되기 전 페블 판매를 중단했고, 대부분 안드로이드 웨어/웨어 OS 워치들도 출시 직후 사망 선고를 받았으며, 핏비트의 아이오닉(Ionic) 스마트워치는 애플 워치의 경쟁 상대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비싸고 버그가 많았다.

그러나 핏비트가 새롭게 내놓은 200달러짜리 웨어러블 기기는 우리가 항상 원했던 페블 워치에 피트니스 기능과 최첨단 기술을 추가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킨 제품이다.

핏비트 버사는 작고 가볍고 여러 기능이 집약되어 있다.

버사도 피트니스 및 헬스 기능이 중심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핏비트와 스마트워치 산업의 경계선에 선 제품으로, 아이오닉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디바이스다. 그리고 버사는 애플 워치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애플 워치만이 전부는 아님을 직접 증명해 보일 것이다.

다양한 손목 크기에 맞는 디자인
핏비트가 지난 해 출시한 아이오닉은 사실 실망스러웠다. 피트니스 트래킹, 수 일씩 지속되는 배터리, 그리고 내장된 코칭 기능은 예상대로 훌륭했지만, 스마트워치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매일 헬스장에서 사는 근육맨들에게나 유용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아이오닉 및 핏비트 OS는 이후 길게 이어질 여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버튼은 1개여도 충분할 것 같은데 버사에는 버튼이 3개다.

이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등장한 버사는 아이오닉에 없었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버사는 다행히도 아이오닉의 사각형 모양은 유지하면서도 위아래로 보기 싫게 튀어 나와있던 테두리는 없애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불필요한 프레임이 없어지니 밴드가 워치 바디에 바로 이어져서 훨씬 더 자연스러운 시계 느낌을 주게 됐다. 페블 타임(Pebble Time)과 애플 워치의 외양이 비슷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버사가 애플의 짝퉁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이오닉과 마찬가지로 버사도 색상은 세 가지다. 하지만 버사의 블랙, 실버, 그리고 로즈골드 색상은 아이오닉의 실버그레이나 번트오렌지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다. 또한, 버사는 11.2mm로 11.4mm인 애플 워치보다 더 얇고, 길이도 37.6mm로 1mm가량 더 짧다. 애플 워치가 여성 친화적인 크기로 나온 제품이라면, 버사는 스포츠 용품 같은 느낌을 탈피해 일상에서도 충분히 패션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아이오닉은 트레드밀이나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할 때 낄 만한 워치이지만, 버사는 비즈니스 미팅이나 친구들과의 밤 외출에도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패셔너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목이 얇고 작은 사람이 끼더라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메탈 링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게 역시 23g으로 놀랍도록 가볍다. 또 원한다면 가죽 및 패브릭 소재의 밴드 16가지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메탈 밴드를 대체할 수도 있다. 22mm 워치 핀을 컨트롤하는 작은 레버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슬라이드 아웃 매커니즘과 마찬가지로, 아이오닉의 스냅 온 시스템이 훨씬 낫긴 하지만, 버사의 밴드 옵션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며 가격도 합리적이다. 핏비트가 판매하는 메탈 링크 밴드 가격은 100달러 정도다. 애플의 스페이스 블랙 링크 브레이슬릿만큼 ‘럭셔리’하지 않을지 몰라도, 450달러나 더 저렴하다.

버사의 밴드 교체 매커니즘은 아이오닉만큼 부드럽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버사의 디스플레이는 1.34인치로 작은 편이며, 핏비트의 이름이 제품 앞면에 들어가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살짝 중앙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놀랍도록 밝고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베젤은 애플 워치보다 살짝 두꺼우며 블랙에 잘 맞는 OLED 디스플레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베젤이 눈에 더 잘 띈다.

프레임은 아이오닉때와 마찬가지로 버튼 3개가 달려있는데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단축키 2개도 충분하며, 특히 조작을 위해 버튼을 거의 사용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버사는 아이오닉보다 훨씬 더 터치나 스와이프 반응이 빠르고, 인터페이스가 훨씬 더 직관적이고 터치 조작에 편리하도록 개선됐다.

건강에 중점을 둔 피트니스 트래커
피트니스 트래커로써 버사는 아이오닉에서 GPS 기능만 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격대를 생각해보면 GPS를 뺀 것이 그다지 놀라운 결정은 아니다. (애플 워치 시리즈 1에도 GPS가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본 모델에 NFC가 없다는 것이 더 마음에 걸린다. 핏비트 페이(Fitbit Pay)를 이용해 결제하려면 230달러 가량되는 스페셜 에디션 모델을 사야 한다. 이 모델은 그래파이트(grahpite) 또는 로즈 골드 색상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우븐 밴드가 제공된다.

버사의 오목한 디자인은 손목에 잘 어울린다.

그 외에는 내장 코칭, 전문 운동 추적, 고급 심박수 모니터링 기능 등 모든 기능이 다 버사에 포함되어 있다. 버사 역시 동일한 핏비트 OS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오닉 초기부터 빠르게 확장해 온 핏비트 앱 라이브러리를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워치 스토어나 삼성의 기어 스토어만큼 다양한 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옐프(Yelp), 뉴욕타임즈, 필립스 휴(Philips Hue), 그리고 네스트(Nest) 등 웬만한 필요한 앱은 어려움 없이 다 사용할 수 있으며, 몇 가지 피트니스 관련 앱들도 있다.

아이오닉에서는 약 550종의 앱과 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버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는 절반 정도다. 하지만 핏비트는 버사를 지원하는 앱과 페이스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페블과 마찬가지로, 핏비트 앱들은 대부분 전문화되어 하나의 기능에 집중한다. 예컨대, 스타벅스 앱은 여전히 회원 카드 저장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지만, 버사가 성장함에 따라 점차 앱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커뮤니티도 정상하리라 전망된다.

핏비트는 또한, 직접 핏비트 랩스(Fitbit Labs)를 개설해 보다 특성화된 앱도 내놓고 있다. 두뇌 훈련 게임인 씽크 패스트(Think Fast), 아기를 키우는 부부들을 위한 기저귀나 수유 일정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뉴 패어런츠(New Parents) 앱 등이 그것이다.

버사는 아이오닉보다 앱 작동 역시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 또한, 페이스를 전환할 때 에러 메시지가 뜨던 문제도 완전히 해결됐다. 앞으로 페이스 전환이 더 빈번하게 이루어 질 것이기 때문에 이는 아주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를 기준으로 약 50개 이상의 페이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자연스러운 동작과 통계 기능을 자랑하는 아주 전문적인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핏비트에 따르면 앞으로도 새로운 스타일의 페이스가 계속해서 나올 예정이다.

버사의 새로운 투데이 화면에는 걸음 수, 심박수 및 기타 통계들을 보여준다.

핏비트의 놀라운 수면 트래킹 기능도 디스플레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면 트래킹 앱만을 담당하는 전용 앱이 없기 때문에 결과를 보려면 일일이 대시보드에 로그인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핏비트는 또한 ‘투데이’ 화면을 추가해 오늘 하루 나의 생활을 통계로 보여준다. 페이스에서 화면을 위로 스와이프하면 투데이가 나타난다. 애플의 활동 앱 만큼 시각적으로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오늘 하루 걸음, 목표 달성, 계단 오르기, 움직인 거리, 운동량 등을 파악하는 데에는 매우 유용하다. 또한,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를 체크하는 기능도 곧 추가될 예정이다.

생리 주기 체크 기능은 애플 워치와 구별되는 버사의 주요 기능들 중 하나다. 애플 워치에서도 건강이나 기타 서드파티 앱을 사용해 생리 주기를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핏비트는 이 기능을 스마트워치 생태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 핏비트 앱에서 바로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동안 스마트워치에서도 충분히 대접 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핏비트의 새로운 시도로 드디어 고대하던 기능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보다 더 오래 갈 수 없는 배터리 수명
버사의 배터리 수명은 아이오닉과 유사하지만, 크기가 더 작아졌음에도 배터리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필자가 버사와 애플 워치 시리즈 3을 동시에 착용해 봤는데, 음악 듣기 1시간, 운동 2.5시간, 수면 6시간, 그리고 중간 중간에 여러 알림들을 받으며 24시간을 생활하고 남은 배터리는 아래와 같았다.

• 핏비트 버사 : 75%
• 애플 워치 : 38%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즉 버사는 한 번 충전으로 4일을 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워치 사용량이 적은 사람이라면 5일 까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배터리 소모량이 심한 것은 음악 재생 기능이었는데, 이 경우에도 한 시간에 8% 정도가 소모되었을 뿐이다. 애플 워치는 음악 재생시 14%의 배터리가 줄어들었다.

버사는 충전시 별도의 플러그가 필요하다. 버사의 플러그는 아이오닉에서 제공한 마그네틱 케이블보다 약간 이동성이 떨어진다. 버사는 처음 배송될 때 측면을 누르면 저절로 열리고 닫히는 작은 상자에 배송 된다. 상당히 안정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이라 애플의 퍽 모양 케이스보다 더 마음에 들지만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용자들은 그냥 가방에 던져 넣고 떠나면 되는 케이블 방식을 더 선호할 지도 모르겠다.

버사의 알림은 상호작용이 안되며, 때로 중복되기도 한다.

버사의 알림창은 휴대폰의 알림창과 비슷하다. 핏비트 앱에서 적당히 알림을 관리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알림이 울려댈 수도 있다. 기본 메시지, 캘린더, 이메일 앱 등은 휴대폰에 설치된 것을 동기화할 수 있으며, 이런 앱에 뜨는 알림들은 다른 알림보다 우선 순위를 부여 받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핏비트의 알림 시스템은 애플만큼 정교하지 못해서, 알림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며(동기화된 앱의 버사 버전이 버사에 설치되어 있어도 불가능), 알림이 중복되거나 아예 뜨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핏비트는 추후 업데이트에서 안드로이드의 빠른 답장 기능만일도 추가할 것을 약속했지만, 어쨌든 버사나 핏비트 스마트워치를 사용함에 있어 알림 기능이 중점은 아니다. 설령 알림 기능이 조금 미흡하더라도 극서으로 인해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음성 제어 기능을 추가하거나, 아마존과 협력해 알렉사 기능을 버사에 접목시킬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AI 시대에 그 어떤 음성 비서 기능도 없다는 것은 상당한 단점이며, 버사 2에 이러한 기능이 추가된다면 정말 바람직할 것이다.

핏비트 버사,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
200달러에 판매 중인 핏비트 버사는 완벽한 스마트워치라고 보기는 힘들다. GPS, NFC가 빠졌고, 앱 라이브러리 규모도 작다. 음성 명령이나 AI 비서 기능도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작고, 예쁘며, 배터리 수명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 워치 시리즈 1보다도 50달러나 더 저렴하다.

버사는 아이오닉에 비해 디자인이 훨씬 부드러워졌으며, 더 다양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애플 제품을 사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다른 고민 없이 버사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 아이폰 사용자이면서도 애플 워치 시리즈 3에 350~400달러를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핏비트의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누의 깊게 살펴 보길 바란다. 핏비트는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애플 워치가 단순히 장식품 내지는 패션 소품 취급을 받던 시절, 핏비트의 페블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마트워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세상에 보여 주었다. 버사에서는 그러한 정신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버사는 페블보다 훨씬 더 스마트워치 시장의 지형을 바꿔 놓으리라는 왠지 모를 예감이 든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