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ㆍ분석 / 소셜미디어

글로벌 칼럼 | 라이프로깅은 죽었다… "지금은"

Mike Elgan | Computerworld 2016.04.06
고든 벨이라는 이름과 라이프로깅은 동의어나 다름없다.

벨은 전설적인 엔지니어이자 명예 연구원으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은퇴했다.

벨은 2000년부터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카메라가 아니라 30초마다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카메라였다. 벨은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마이라이프비트(MyLifeBits)라는 장기 실험 프로젝트의 주 실험 대상이었다.

이 실험의 목적은 나중에 기계로 보강되는 정확한 기억에 도움이 될법한 데이터를 남김없이 기록하고 캡처하고 저장하는 것이었다. 카메라 외에 벨은 자신의 모든 문건, 강의, 프레젠테이션, 메모, 학술지, 홈 비디오, IM 전사, 전화 통화 등도 기록했다.

이 아이디어의 뿌리는 1945년 배니버 부시가 상상한 메멕스(Memex – "memory"와 "index"의 합성어)라는 기계다. 메멕스는 사소한 정보 단편부터 책 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스캔하고 연결하고 즉각 검색하는 책상이다.

벨은 부시의 상상을 토대로 카메라를 추가하고 일명 "정량화된 자아(quantified self)" 데이터(심박동수 및 기타 인체의 변수를 측정한 데이터)를 캡처하는 개념을 더했다.

필자는 최근 벨과 만나 라이프로깅 프로젝트와 목에 걸고 다녔던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놀랍게도 벨은 이제 카메라를 걸고 다니지 않는다.

벨은 라이프로깅 프로젝트가 "내 삶에 큰 가치를 더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7년 이 프로젝트의 최초 비전은 "이 모든 자료를 내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그 다음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이 자료를 고속으로 인덱싱하고 검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괄하는 라이프로깅에 대한 벨의 시도는 너무 시대를 앞서나갔다. 벨은 미래에는 메모리 가격이 훨씬 더 낮아지고 배터리 기술과 인공 지능(A.I.)도 혁신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해 모든 것을 자동으로 기록하기란 불가능하고, 생성된 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사용하기도 어렵다.

벨은 부시가 상상한 메멕스의 현대적 버전이 바로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각종 센서의 조합,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웨어러블의 연결, 위치 추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앱, 그리고 무엇보다 소셜 미디어의 과도한 공유가 결합되어 라이프로그를 구성한다. 단지 우리가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뿐이다.

라이프로깅에 대한 업계와 대중의 시각은 양면적이다. 그래서 모든 데이터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생성하지도 못하고, 과거를 기억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도 되지 못한다.
현재 그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이 Digi.me라는 애플리케이션이다(과거의 소셜세이프(SocialSafe)). 이 애플리케이션은 모든 소셜 미디어의 과도한 공유를 수집해서 이를 라이프로깅과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벨은 Digi.me의 자문 겸 투자자임)

Digi.me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로 운영되며 비용은 원하는 기능과 사용하는 계정 수에 따라 무료에서 연간 6.99달러, 16.99달러 또는 27.99달러까지 있다. 물론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대부분은 Digi.me에 관심이 없다. 소셜 미디어 자체로도 이미 라이프로그 용도로 충분하기도 하고, 완벽한 기억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라이프로깅은 현재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갈수록 증가하지만 그 모든 데이터를 모으기도 어렵고 모으고자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잊고 싶은 욕구
벨이 언급하지 않은 또 한 가지 문제는 대중이 데이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뭔가를 잊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뭔가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보다 많아 보인다.

모두가 이메일을 외면한다. 이메일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몇 년 전의 일까지 자세히 검색해서 들춰낼 수 있게 해준다. 대신 사람들은 메시징, 문자와 같은 수명이 짧은 대안을 선호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떠나 스냅챗 등의 다른 서비스로 옮겼다. 즉, 모든 것을 기억하는 소셜 사이트에서 모든 것을 잊는 소셜 사이트로 이동한 것이다.

이렇게 겉으로 보면 사람들이 망각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필자는 실상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은 정보 과부하, 데이터 불안에 시달리고 있을 뿐이다. 막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많은 수의 사진까지)를 수집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생성한다. 이 모든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백업하고 저장할 것인가? 어떻게 주석을 달고 태깅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모두 문제다.

이메일이 좋은 예다. 이메일이 오명을 갖게 된 이유는 통제를 벗어난 편지함, 그리고 이메일이 유발하는 죄책감과 수치심, 불안감에 있다. 사람들은 과부하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미래는 라이프로깅을 어떻게 구원할까
벨이 언급했듯이 미래에는 대용량 스토리지가 작은 규격과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배터리가 발전하면서 카메라는 온종일 끊임없이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인공 지능이 발달하면서 캡처된 모든 데이터를 정리해주고 사람들은 정보 과부하의 공포와 방대한 데이터 관리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람들은 미래의 더 발전된 가상 비서를 통해 데이터를 조작하게 된다. 테라바이트 용량의 데이터를 일일이 검색할 필요 없이 비서에게 "몇 년 전 런던에 있을 때 갔던 음식점의 이름이 뭐지?"라고 묻기만 하면 된다.

더 발전된 하드웨어와 인공 지능은 모든 개인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검색한다. 사실 현재의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가상 비서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서도 정보를 가져와 제시하게 될 정도로 검색이 자동화될 것이다.

차세대 이어폰은 소리로, 스마트워치는 진동으로, 스마트 안경은 화면을 통해 포괄적인 라이프로깅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을 과거 어느 시점에 만났는지, 그 사람과 나의 사회적인 연결 고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즉시 받게 된다.

미래에는 모두가 라이프로깅을 원한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것, 정보의 과부하, 새로운 데이터 관리 문제를 원하지 않을 뿐이다.

더 발전된 하드웨어와 A.I.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면 라이프로깅과 그에 따른 완벽한 기억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모바일 기기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기능이 될 것이다.

고든 벨은 라이프로깅을 중단했다. 그러나 벨의 손주들은 라이프로깅이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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