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 미래기술

글로벌 칼럼 | "AI가 발전해도 안전한 일자리?" 우리가 간과하는 것들

Matthew Griffin | CIO 2016.03.21
오늘날 직업의 30~50%가 20~30년 내 자동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주 들려온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안전할까? 아니 안전한 일자리를 찾아내고 이를 위한 경쟁력을 갖추면 되는 문제일까?


힐튼 호텔에서 인사하는 컨시어지 로봇 '코니' Credit: IBM

어떤 종류의 직업이, 또는 얼마나 많은 직업이 차세대 기술로 대체될 지에 대한 추측을 담은 기사는 지난 수년 간 적어도 수만 개는 쏟아져 나왔다.

어느덧 이런 경고는 이미 익숙해진 느낌이다. 미래의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명의 사람과 1마리의 개만 있으면 된다는 농담까지 생겨났다. 개는 아무도 기계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에서 필요하며 사람은 개를 키우는 역할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50년 후에는 이 정도의 직업 통계조차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이 직업 분야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향후 20~30년 동안 전 세계 인력의 30~50%가 엄청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미처 논의되지 않은 위험성들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체는 '인간'(The human in the loop)
기술이 직업 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직업을 빼앗을 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필자는 우선 이런 시각이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시장과 경제의 변화 속에서 이런 현상은 기업 임원들의 판단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기계와 시스템이 사람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욱 나은 성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HR 부서에 P45(편집자 주 : 퇴직 시 세금 정산 관련 문서) 이메일을 발송하도록 지시를 내릴 주체는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아니라 바로 그들인 것이다.

즉 20세기적 관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인력 정리해고의 계층 또는 세션을 결정하는 것은 오늘과 내일의 임원들이라는 점을 일단 기억해야 한다. 미래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오늘날의 논의에서 이들 인간 관련자들의 사회적인 책임이 과도하게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에게 선택권과 함께 서로를 배려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리해고가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이 정도에서 멈추도록 하자.

수익 가속화의 법칙
다음으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기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속도라면 발전된 기술이 서로 융합되어 향후 100년 동안 100년 치의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2만 년 치의 기술적 진전이 이뤄질 정도다.

500년, 200년, 100년, 10년 그리고 불과 5년 전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과 플랫폼에 관해 생각해보면 기술 발전의 가속화 경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의 결과로 각 산업 및 사회적 파괴의 물결 사이의 시간의 길이가 점진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오늘 내 직업이 위험에 처하지 않더라도 내일은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 시기가 순식간에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중간층의 위기
지난해까지는 복잡성 피라미드의 하부에 위치한 반복적인 블루칼라 직업 기능을 기술이 대체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부에 가까운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불안 수준이 증가하고 있다. 중간층이 자신의 전문 분야와 역량에 대해 역사상 처음으로 걱정하고 있는 순간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직업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은 2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인공 지능, 머신 비전(Machine Vision),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반 로봇 등의 '개별적인 신규 기술'이 있다.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 자동차, 아바타(Avatar), 클라우드,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 만물 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스마터 시티(Smarter City), 웨어러블(Wearable), 원격 의료(Telehealth) 등의 플랫폼을 만드는 '융합형 신규 기술'이다.

자기 학습 인공 및 인지 컴퓨터 시스템 가운데 일부는 이미 자문 위원, 예술가, 해설자, 컨설턴트, 의사, 조사관, 언론인, 음악가, 준법률가, 교사, 번역사 그리고 심지어 본래 알고리즘 모델을 만든 데이터 공학자마저 대체하고 있다.

머신 비전 시스템은 품질 검사자, 보안 분석가, 경비원을 대체하고 있다. 하드웨어 로봇은 이미 블루칼라 공장 및 창고 직업을 대체했으며 이제는 바 직원, 유지보수 노동자, 수위, 군인, 웨이터, 외과의사를 대체하고 있다. 현대적인 소프트웨어 로봇은 관리 인력, 고객 서비스 직원, FX 무역업자를 대체하고 있다.

AET 항공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도 언급할 만 하다. 자동차와 트럭부터 항공기와 50만 톤 급의 화물선 업계를 살펴보자. 운전자, 승무원, 파일럿 그리고 심지어 주차 단속원마저 기술에 대체되고 있다. 이 밖에 아바타가 배우, 은행 직원, 콜 센터 에이전트, 교사, 지원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IT 영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클라우드로 인해 변화 관리자, 기업 설계자, 운영 인력의 필요성이 감소했으며 만물 인터넷은 엔지니어, 시설 관리자, 유지보수 노동자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스마트 시티는 경찰, 도로 청소부, 기타 공무원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것이며 웨어러블과 원격 의료 기술로 인해 보조 간병인, 의사, 개인 트레이너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트는 향후 더욱 확장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해변 입구에 앉아 높아지는 해일을 보며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형국일지도 모른다.

안전한 항구는 없다
기술이 이례적인 속도로 계속 발전하면서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직업이 최소한 향후 20년 정도는 안전한 항구가 될 수 있을까?

직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는 어렵지만, 손재주(Dexterity),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협상(Negotiation), 독창성(Originality), 지각(Perception), 설득(Persuasion), 및 사회 지능(Social Intelligence) 등의 역량 또는 이들을 결합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자동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점차 기계가 만연한 차가운 곳이 되어갈 것이며, 곳곳에서는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창업이 대안?
의기소침해 있을 사람들에게 희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 쉬운 시대다. 힘이 기업에서 개인에게로 이전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등록된 스타트업의 수가 1,000만 개에서 1억 개 이상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기술이 신생 기업가들에게 큰 혜택을 안겨주고 있다. 재정 지원, 전문 지식, 자원, 고급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 대중 시장에의 접근 문턱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지고 있다.

브라이언 액턴(Brian Acton)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그는 200달러를 들여 앱을 개발하고 마케팅에 0달러를 지출했으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확장한 후 이를 190억 달러에 매각했다. 왓츠앱(WhatsApp) 정도는 아닐지라도 유사한 사례가 218개 정도 있다. 인류 역사상 단 몇 년 만에 0에 가까운 투자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미래의 인간
하지만 창업이 모두에게 해답일 수는 없다. 일부라고 부르기에도 미미할 정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여전히 미래가 암울해 보일 수 있는 가운데, 힘든 상상을 하나 더 해볼 수 있다. 향후 50~100년 동안 '인간' 자체가 변화할 일은 없을까? 어쩌면 21세기 동안 인류는 인간에 대한 정의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정보에 접근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B2C(Brian to Computer) 인터페이스를 통해 웹에 직접 연결하게 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너무 강력해서 "신에 가깝다는" CRISPR 같은 새로운 유전자 기술을 통해 인류의 유전 암호를 다시 작성하고 인간의 생래적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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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로 인해 미래 인간의 경쟁자는 기계가 아니라 HM(Human Machine) 하이브리드일 수도 있다(1980년대 풍의 '사이보그'라는 용어는 이제 지양하도록 하자).

결론
로봇, AI, 기계가 직업 경쟁에서 승리할 것 같아 불안한가? 그렇다면 너무 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너무 협소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단기적인 시각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인간 역량의 패배를 인정하고 '개조'라는 현실을 수용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 계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점에서는 그렇다.

* Matthew Griffin은 CIO 및 이사진을 대상으로 미래 기술 및 시장 트렌드에 대해 주로 강연하는 전략 컨설턴트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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