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8

토픽 브리핑 | 알파고 신드롬과 아이폰, 그리고 미지와의 조우

박상훈 기자 | ITWorld
문자 그대로 '신드롬'이었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의 대국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반전은 1국부터 나왔다. "당연히 승리한다"던 이세돌의 '바둑'이 알파고의 '계산'에 패배했다. 그는 2국과 3국에서도 연이어 돌을 던졌다. 클라이맥스는 4국이었다. 많은 이가 기대를 거둬들일 때 이세돌은 1만분의 1 확률의 묘수로 알파고를 몰아붙였다. 총 전적 1승 4패. 그러나 이세돌은 "아직 인간이 해 볼 수준"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미지 출처 : flickr/GLAS-8

이번 이벤트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구글이다. 지상파와 포털, 케이블까지 구글 로고로 도배됐다. 100만 달러 남짓 비용으로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세돌도 어떤 의미에서 승자다. '바둑의 낭만'과 '포기하지 않은 인간'의 상징이 됐다. 이미 이세돌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했고, 그의 인생을 재조명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때아닌 인공지능 열풍에 여러 업체와 정부까지 '나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인지, 신경, 딥?!” AI 유행어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개념
· 세기의 바둑 대결 4대국서 인간의 승리
· MS도 '알파고발' AI 열풍 합류··· 내부 플랫폼 오픈소스로 공개
· 인공지능이 빼앗을 다음 일자리 '비 반복형 · 지식 노동형 업무'

일부 '민망한' 거품이 있었지만 이번 신드롬에는 복기해야 할 중요한 장면이 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알파고와 인공지능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처럼 비교적 알려진 용어는 물론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 '과적합' 같은 전문 용어를 거론한 글이 소셜 미디어를 휩쓸었다. 그동안 소수 전문가와 기업의 실험적 연구 영역이었던 인공지능 기술이 순식간에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이세돌이 연패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고 세상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했다. 여기에는 일방적인 패배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한몫을 했지만, 이면에는 기술의 난해함과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전 알파고의 압승을 예상한 전문가가 없을 만큼 인공지능은 '미지'의 분야다. 구글은 올 초 알파고 관련 논문을 냈지만, 핵심 내용은 숨긴 채였다.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의 위력 앞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다.

이러한 전개는 지난해 미국을 휩쓸었던 '인공지능 경계론'과 비슷한 점이 많다. 유명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테슬라 CEO 엘런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잇달아 인공지능 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핵심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마를 부르는 주술'이라는 엘런 머스크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 알고리즘과 학습 방법으로 이해하는 알파고
· "로봇에 의한 종말은 과장, 단 AI 위험성은 인지해야"
· "사고하는 AI 연구가 제자리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
· 개발자 3명 중 1명 "인공지능이 나를 대체할까 두렵다"

그렇다면 이런 두려움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현재 미국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SXSW 행사의 패널 토론 내용을 보면 인공지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 백악관 정책 보좌관인 니콜 웡 등에 따르면, 제한된 조건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부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사고하는 인공지능 연구가 제자리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리 같은 인공지능 자연어 기술은 획기적인 진전이 없는 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계자의 '고백'도 나왔다.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로날드 아킨 조지아공과대 교수의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인공지능 연구자 대부분이 슈퍼 지능형 머신의 사회적 의미를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악마가 나올지, 천사가 나올지 모르는 가운데 맹목적으로 기술을 쫓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전원을 내리면 된다'는 반론이 있지만, 이를 무력화하는 것 역시 인공지능 연구 영역 중 하나이고 비용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사회적 의미'를 놓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만이 아니다.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생명공학이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우는 가상현실 등은 많은 사람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FBI와 애플 간의 '아이폰 백도어' 논란이나 반테러 법안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정부가 개인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주제를 던져준다.

· 리뷰 | 영화 '허', 당신은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질 수 있나요?
· 영화 아이언맨이 IT 업계에 던지는 다섯가지 교훈
· 온라인에서 "디지털 족적을 통제하는" 3가지 방법
· 애플 vs. FBI, 디지털 시민권 vs. 국가 안보

흥미로운 것은 첨단 기술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가치를 묻는 것이 이미 영화의 단골 소재라는 점이다. <그녀>의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져 '관계'의 본질을 고민하고, <아이언맨3>의  토니 스타크는 수트 없이 싸우며 기술이 아닌 인간의 힘을 증명한다. 곧 개봉할 <배트맨 대 슈퍼맨>은 '슈퍼맨'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묻는다는 점에서 아킨 교수가 말한 '사회적 의미'와 맥락이 같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대신 스마트폰과 PC, SNS에서 내 정보를 확실히 통제하는 것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므로, 이것만으로도 확실한 의사 표현이 된다. 특히 정보의 흐름을 좇으면 기술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미래 기술과 인간의 가치가 공존하는 묘수는 여전히 숙제다. 그러나 이를 고민할 기회를 준 것은 '알파고 신드롬'의 가장 값진 성과다. editor@idg.co.kr


2016.03.18

토픽 브리핑 | 알파고 신드롬과 아이폰, 그리고 미지와의 조우

박상훈 기자 | ITWorld
문자 그대로 '신드롬'이었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의 대국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반전은 1국부터 나왔다. "당연히 승리한다"던 이세돌의 '바둑'이 알파고의 '계산'에 패배했다. 그는 2국과 3국에서도 연이어 돌을 던졌다. 클라이맥스는 4국이었다. 많은 이가 기대를 거둬들일 때 이세돌은 1만분의 1 확률의 묘수로 알파고를 몰아붙였다. 총 전적 1승 4패. 그러나 이세돌은 "아직 인간이 해 볼 수준"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미지 출처 : flickr/GLAS-8

이번 이벤트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구글이다. 지상파와 포털, 케이블까지 구글 로고로 도배됐다. 100만 달러 남짓 비용으로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세돌도 어떤 의미에서 승자다. '바둑의 낭만'과 '포기하지 않은 인간'의 상징이 됐다. 이미 이세돌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했고, 그의 인생을 재조명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때아닌 인공지능 열풍에 여러 업체와 정부까지 '나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인지, 신경, 딥?!” AI 유행어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개념
· 세기의 바둑 대결 4대국서 인간의 승리
· MS도 '알파고발' AI 열풍 합류··· 내부 플랫폼 오픈소스로 공개
· 인공지능이 빼앗을 다음 일자리 '비 반복형 · 지식 노동형 업무'

일부 '민망한' 거품이 있었지만 이번 신드롬에는 복기해야 할 중요한 장면이 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알파고와 인공지능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처럼 비교적 알려진 용어는 물론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 '과적합' 같은 전문 용어를 거론한 글이 소셜 미디어를 휩쓸었다. 그동안 소수 전문가와 기업의 실험적 연구 영역이었던 인공지능 기술이 순식간에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이세돌이 연패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고 세상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했다. 여기에는 일방적인 패배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한몫을 했지만, 이면에는 기술의 난해함과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전 알파고의 압승을 예상한 전문가가 없을 만큼 인공지능은 '미지'의 분야다. 구글은 올 초 알파고 관련 논문을 냈지만, 핵심 내용은 숨긴 채였다.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의 위력 앞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다.

이러한 전개는 지난해 미국을 휩쓸었던 '인공지능 경계론'과 비슷한 점이 많다. 유명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테슬라 CEO 엘런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잇달아 인공지능 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핵심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마를 부르는 주술'이라는 엘런 머스크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 알고리즘과 학습 방법으로 이해하는 알파고
· "로봇에 의한 종말은 과장, 단 AI 위험성은 인지해야"
· "사고하는 AI 연구가 제자리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
· 개발자 3명 중 1명 "인공지능이 나를 대체할까 두렵다"

그렇다면 이런 두려움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현재 미국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SXSW 행사의 패널 토론 내용을 보면 인공지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 백악관 정책 보좌관인 니콜 웡 등에 따르면, 제한된 조건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부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사고하는 인공지능 연구가 제자리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리 같은 인공지능 자연어 기술은 획기적인 진전이 없는 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계자의 '고백'도 나왔다.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로날드 아킨 조지아공과대 교수의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인공지능 연구자 대부분이 슈퍼 지능형 머신의 사회적 의미를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악마가 나올지, 천사가 나올지 모르는 가운데 맹목적으로 기술을 쫓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전원을 내리면 된다'는 반론이 있지만, 이를 무력화하는 것 역시 인공지능 연구 영역 중 하나이고 비용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사회적 의미'를 놓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만이 아니다.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생명공학이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우는 가상현실 등은 많은 사람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FBI와 애플 간의 '아이폰 백도어' 논란이나 반테러 법안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정부가 개인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주제를 던져준다.

· 리뷰 | 영화 '허', 당신은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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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에서 "디지털 족적을 통제하는" 3가지 방법
· 애플 vs. FBI, 디지털 시민권 vs. 국가 안보

흥미로운 것은 첨단 기술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가치를 묻는 것이 이미 영화의 단골 소재라는 점이다. <그녀>의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져 '관계'의 본질을 고민하고, <아이언맨3>의  토니 스타크는 수트 없이 싸우며 기술이 아닌 인간의 힘을 증명한다. 곧 개봉할 <배트맨 대 슈퍼맨>은 '슈퍼맨'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묻는다는 점에서 아킨 교수가 말한 '사회적 의미'와 맥락이 같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대신 스마트폰과 PC, SNS에서 내 정보를 확실히 통제하는 것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므로, 이것만으로도 확실한 의사 표현이 된다. 특히 정보의 흐름을 좇으면 기술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미래 기술과 인간의 가치가 공존하는 묘수는 여전히 숙제다. 그러나 이를 고민할 기회를 준 것은 '알파고 신드롬'의 가장 값진 성과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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