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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모듈형 레고 PC가 비현실적인 5가지 이유

Jared Newman | PCWorld 2015.09.16
이론적으로 보면 모듈형 데스크톱 PC는 꿈의 PC다.

최근 레보(Revo) 모듈형 컴퓨터를 발표한 에이서를 비롯해 기업들이 주장하는 것은 레고를 끼워 맞추듯 간편한 PC 부품 업그레이드다. 모듈형 컴퓨터의 개념은 복잡한 선 연결이나 까다로운 커넥터, 회로 보드를 다루지 않고도 누구나 입맛대로 데스크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년 전 레이저(Razer)도 프로젝트 크리스틴(Project Christine)으로 비슷한 모듈형 PC를 추진한 적이 있지만 개념 단계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레고와 똑같이 생긴 마이크로 레고 컴퓨터와 관련 액세서리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은 항상 화려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실용성이 없다. 모듈형 PC를 위해 업계 전체가 합심해서 노력하지 않는 한, 사용자 입장에서 모듈형 PC 구입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가 될 수 있다.

1. 업그레이드가 보장되지 않는다
모듈형 PC의 핵심은 손쉽게 새 부품을 추가하거나 기존 부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새 부품이 필요해질 몇 년 후, 새 부품이 실제로 시장에 나온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에이서는 레보 빌드를 출시하면서 부품 공급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고 있다. 레이저가 모듈형 PC를 포기한 주된 이유도 수익 보장 없이 맞춤형 모듈을 제조하기를 꺼렸던 부품 공급업체들의 반감 때문이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상황이다. 그래픽 카드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상업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시스템에 대해 평생 모듈 업그레이드를 보장해줄 이유가 없고, 위험을 기피하는 일반적인 PC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지킬 수 없는 판매 약속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레이저 프로젝트 크리스틴은 결코 현실화되지 못했다

2. 구매시장에서 힘을 쓸 수 없는 사용자
에이서가 몇몇 공급업체를 설득해서 여러 그래픽 카드, CPU, 스토리지 업체로부터 최소 5년 동안 모듈 공급을 약속한다고 가정해 보자. 각 부품 유형별로 복수의 공급업체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용자는 경쟁이 거의 없는 좁은 생태계에 종속되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특수한 모듈을 사용하기까지 하니, 비용은 일반적인 PC 부품에 비해 더 비쌀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 엔비디아의 특정 그래픽 카드가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 카드가 모듈로 만들어지기를 희망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애초에 엔비디아가 해당 시스템을 지원할 때의 이야기이지만.

3. 교체 가능한 부품을 결정하는 것은 PC 제조업체
직접 PC를 조립할 경우 파워 서플라이부터 무선 칩, 마더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간편함을 위해 특정 부품을 하나로 묶을 가능성이 높은 모듈형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그럴 수 없다. 에이서 레보가 그 예다.

마더보드, CPU, RAM이 한데 묶여 베이스 유닛을 구성한다. 이 유닛에 포함된 부품 중 어느 하나만 교체하려는 경우, 설령 가능하다 해도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윈도우 OEM 판은 일반적으로 마더보드 하나에 묶이므로 특히 마더보드 교체는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 있다.

레이저 프로젝트 크리스틴의 교체 가능한 모듈 중 하나. 이러한 부품은 특수하게 제작되는 만큼 레이저가 장기적으로 그 부품을 지원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

4. 구형 부품 재활용이 어렵다
직접 PC를 조립할 때의 장점 중 하나는 이전 부품을 손쉽게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는 하드 드라이브를 다른 PC에 넣거나 구형 그래픽 카드와 CPU를 사용해 거실용 PC를 새로 맞출 수도 있다.

독자적인 규격 모듈은 동일한 모듈 규격을 사용하는 다른 컴퓨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활용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각 모듈을 분해해서 내부의 부품을 빼내야 하는데, 특히 업체가 표준 나사를 사용하지 않거나 디자인을 위해 나사 대신 접착제를 사용하는 경우 부품을 빼내려면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모듈형 PC에 사용된 부품을 표준 PC에 재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5. 나만의 PC 만들기는 즐거운 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데스크톱 PC의 케이스를 열고 부품을 직접 교체하는 일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하드 드라이브를 교체하거나 DVD 플레이어를 추가하는 작업은 비교적 간단하고, 아예 새 PC 하나를 조립하는 일도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Credit: Thomas Ryan

조립을 하고 나면 언제든 부품을 직접 교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모듈형 시스템과 같이 특정 업체나 높은 가격에 종속될 일도 없고 선택의 폭이 제한되지도 않는다. 취향에 따라 컴퓨터의 겉모양도 직접 결정할 수 있다.

모듈의 적절한 사용처
에이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레보는 현재 신흥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다. 에이서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기본형 PC를 판매해서 이들이 각자 상황에 따라 가능할 때 새 부품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발상 자체는 괜찮다. 다만 부품이 다른 형태의 부품보다 비싸다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지게 된다. 에이서는 아직 모듈의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모듈형 PC가 실용성을 갖기 위해서는 PC 업계 전체가 하나로 뭉쳐 일종의 표준 플랫폼, 또는 최소한 폭넓은 플랫폼을 구성하여 많은 업체가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에이서, 레노보, HP와 같은 PC 제조업체들이 베이스 스테이션을 제공하고, 이러한 베이스 스테이션에서 다양한 부품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동일한 모듈을 사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협력이 실현된다면 생태계 종속부터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모듈 호환성에 이르기까지 위에 언급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데스크톱의 표준이 된다면 구입 후 5년 또는 10년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안심할 수 있다. 에이서 레보 빌드와 같은 일회성 시도로 업계 전체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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