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보안을 위한 설계'란 말이 미심쩍은 이유

Paul F. Roberts | ITWorld 2015.04.20
최근 보안 사고를 보면, 향상된 프라이버시 및 보안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더라도 위험이 증가하고 보상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노우든(Snowden) 사건 이후 사람들이 원하는 보안 기술에 대한 요구들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을 모집하는 가정용 프라이버시 향상 라우터 어나너박스(Anonabox)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익명의 토르(ToR)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는 기기를 통해 고객들의 온라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크라우드펀딩 웹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와 인디고고(Indiegogo)의 캠페인을 통해 63만 달러를 모집했다.

최근 와이어드닷컴의 기사에 따르면, 어나너박스의 모기업 소출(Sochule)은 한 개인 연구원이 제품에서 발견한 심각한 보안 결함 때문에 고객들에게 송달한 기기를 리콜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 결함 때문에 어나너박스의 무선 범위 내에 위치한 사람이면 누구나 해당 기기에 접속해 제어할 수 있었다. 방법도 꽤 단순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추가적인 보안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어나너박스는 심지어 대체해야 하는 소비자용 광대역 브로드밴드 라우터보다도 보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이 향상된 스마트폰과 웹 브라우저에서 광대역 라우터까지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자신의 데이터를 잠그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선택권이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을 보면 보안이 향상됐다는 건 말 뿐이고 실제로는 안전해야 할 제품에 엄청난 보안 결함이 내재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보안업체 엑소더스 인텔리전스(Exodus Intelligence)는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전하고 휴대성이 뛰어난 리눅스(Linux) 기반 운영체제인 테일즈 OS(TAILS OS)에 대한 심각하고 악용 가능성이 있는 취약점에 대해 경고했다.

더 버지(The Verge)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해당 취약점을 이용해 공격자는 테일즈 OS의 익명성 기능을 해제하고 심지어 악성코드를 실행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콜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연구원들은 2014년 토르 사용자들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다운스트림 라우터를 이용한 토르 익명화 서비스의 사용자 식별 방법을 기술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프라이버시의 구멍이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진정한 문제는 애플리케이션 코드에 숨겨진 취약점보다 더욱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비현실적인 기대치부터 상업적 이익 경쟁과 남의 불행으로부터 느끼는 쾌감까지 다양한 요소들때문에 유망한 개발 프로젝트가 가라앉고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한다.

데님 그룹(Denim Group)의 수석 존 딕슨은 "여기에 문제가 있다. 덜 안전한 다른 툴만큼은 안전해야 하지만 많은 제품들이 이런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더해 단순히 '안전한'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제품을 출시하고 홍보하게 되면 이를 홍보하는 기업 또는 개인의 등에 표적지를 붙이는 꼴이 된다.

딕슨은 "보안 제품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책망(reproach)을 넘어서야 한다"며, "유감이 있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 애비에이터(Aviator) 웹 브라우저를 출시하면서 구글(Google)의 크로미움(Chromium) 플랫폼 위에 구축한 "더 안전한 웹 브라우저"라고 홍보한 화이트햇 시큐리티(WhiteHat Security)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애비에이터의 코드 대부분이 화이트햇이 아닌 구글의 작품이었다. 화이트햇 CTO 제레미아 그로스맨은 "우리가 크로미움에 새로운 코드와 기능을 일부 추가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기본적인 보안과 프라이버시 구성을 완성하면서도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고 그가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화이트햇의 제품이 구글의 연구원 저스틴 슈의 관심을 끌었다. 슈는 올해 1월 화이트햇의 애비에이터 보안 웹 브라우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화이트햇이 애비에이터 코드를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개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슈는 자신의 게시물 서두에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생각한다면 화이트햇 애비에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시작했다. 슈는 화이트햇이 크로미움의 최신 버전에 따르지 않은데다 코드를 추가해 새로운 보안 취약점을 발생시켰다고 비난했다.

또한 "추가된 코드는 크롬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보안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고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슈는 "화이트햇의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크로미움 커뮤니티와 함께 일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내부적인 체계 명칭을 '크롬'에서 '애비에이터'로 변경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이 유효할 수는 있지만 이를 발표한 방식이나 비판의 톤은 "향상된 보안"을 마케팅 목표로 추구할 때의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데님 그룹의 존 딕슨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질라(Mozilla) 등의 기업을 보면 브라우저와 관련된 수익이 매우 높아서 이 모든 것들의 색깔을 바꾼다. 애비에이터가 크롬 위에 올라서는 것은 구글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화이트햇은 공동의 표적에서 끝날 운명이었다.

사일런트 서클(Silent Circle)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 존 칼라스는 "소프트웨어에는 취약점이 존재할 수 있지만, 특히 초기 버전의 취약점은 '개가 사람을 물어뜯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단, 보안 업계는 예외다. 칼라스는 "어떤 사람이 '나는 이것을 하고 있으며 더욱 안전하게 한다'고 말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취약점을 발견해 관심을 끌고 금전적인 보수를 얻으며 기자들이 안전하지 못한 보안 제품에 대한 기사로 독자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이런 역학은 보안업계에 깊이 박혀 있다.

레질런트 시스템즈(Resilient Systems) CTO 브루스 슈나이어는 "눈에 보이는 기준이 다르다. 브라우저를 '설계상 안전하다'고 한다면 결국 취약점이 발생하고 실패를 맛보게 될 것이다. '보통 브라우저'라고 하다가 1,000개의 취약점이 발견되면 모두들 '와, 정말 좋은데!'라고 말할 것이다"고 말했다.

데님 그룹의 딕슨도 이에 동의했다. "조롱의 한계는 낮다. 지속적인 신뢰성의 한계는 높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도 대가가 따른다. 유망한 프로젝트 또는 제품은 냉혹한 비판 앞에서 심의가 보류되거나 관성을 잃게 된다. 이것이 2월 9일 깃허브(GitHub)에서 사라진 화이트햇의 애비에이터 브라우저의 운명이었다.

동료 보안 연구원들의 공동의 표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안전한 제품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협일 수 있다.

프라이버시 향상 통신 툴을 만드는 사일런트 서클의 칼라스는 "이런 태도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며, "'웃기군, 실수했네!'라는 트위터(Twitter) 폭풍이 몰아친다. 이미 겪어 보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비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고 있다. 하지만 똑똑하고 열정적인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이런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자원과 동기가 확신한 더 큰 조직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제품 또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보안과 프라이버시의 결과물을 확산시키는 방법을 알고 잇다.

전문가들은 여기에서 마케팅과 자기 홍보의 얼룩을 없애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칼라스는 "겸손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NSA 인증'같은 말을 쉽게 반증할 수 있기 때문에 비웃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결국 시장과 보안 커뮤니티는 순수하게 상업적이고 자기 이익에 기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현재 사용 중인 기술에 대한 더욱 안전한 대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칼라스는 "이런 사람들은 우리가 모든 것에서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그들의 방향성에 금전적인 이익을 제시하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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