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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의 3D 프린팅 시장 입성, "프로토 타입 제작이 아닌 대량 생산 구현이 목표"

Lucas Mearian | Computerworld 2014.11.04
3D 프린터 시장에 거인이 입성했다. 경쟁업체들의 선택권은 두 가지뿐이다. 진보하거나, 도태되거나.

HP가 산업용 3D 프린팅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HP가 새로이 선보일 프린터는 기존의 시스템들보다 10배 빠른 속도와 50%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며 벌써부터 이 시장의 온라인 커뮤니티 포럼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HP의 발표에 대해 아이라이크레넥사(ILikeLenexa)라는 레딧(Reddit) 사용자는 "HP의 신제품에 대해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이 HP 3D 프린터가 기존의 HP 2D 프린터들이 그러했듯 특정 색상의 폴리머를 전부 소모했을 시 검정색 프로토타입을 출력하는 지의 여부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토털와플(TotalWaffle)이라는 닉네임 사용자는 "기업용 3D 프린터의 관건은 리필 잉크 가격이 어느 정도 선에서 책정될 지의 여부다. 개인적으론 호환이 불가능한 자체 잉크만의 독점 지원은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런 냉소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HP의 3D 프린터 신제품군에 주목하는 이유는 HP가 기업, 소비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가치 1,12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업체라는데 있다. 특히 2D 프린터 시장에서 30년 넘게 이어져 온 연구 개발 노하우 역시 간과할 수 없는 HP의 강점이다.

요약하자면, HP의 진입이 가져오는 여파가 어떤 방향이든 시장에서는 거대한 돌풍이 불 것이다.

제조산업 컨설팅 업체인 홀러스 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 회장 테리 홀러스는 "문서 프린팅과 3D 프린팅은 많은 부분에서 같은 원리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HP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HP의 3D 프린터 시장 진출은 언젠간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고, 그 시기가 되면 시장엔 분명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논평했다.

홀러스는 HP가 이번에 선보인 멀티 젯 퓨전(Multi Jet Fusion) 프린터가 보여준 속도와 인쇄 품질, 지원 색상, 인쇄 항목 디테일의 '어마어마함'에 많은 놀라움을 표했다.

HP 멀티 젯 퓨전 프린터로 제작된 다양한 색상의 소형 부품

홀러스는 "HP가 선보인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력 속도는 시장의 기존 제품들보다 몇 배나 빨랐다. 지금까지의 3D 프린터 제품들과는 많은 부분이 다른 무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HP의 3D 프린팅 시장 진출과 관련한 이야기는 수 년 전부터 있어왔다.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는데, 실제 사용자들이 보이는 기대감과 블루오션에서 알차게 성장세를 보이는 3D 프린터 제조업체들의 공포가 바로 그것이다.

60%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보이며 현재 시장의 최대 제조업체로 자리하고 있는 스트라타시스(Stratasys)는 HP의 3D 프린터 시장 진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서면 질의에 "우리는 새로운 경쟁업체의 출현을 전쟁의 서막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HP의 시장 진입은 오히려 시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전반적인 시장 크기를 키우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번 발표는 3D 프린터 시장이 주류 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다"고 답변했다.

홀러스 역시 3D 프린팅은 여전히 '초기 시장'이며 HP의 참여가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HP의 멀티 젯 퓨전 3D 프린터로 제작된 무게 1/4파운드의 체인 링크를 이용해 1톤 차량을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홀러스는 "HP의 새로운 3D 프린터가 대중의 눈을 끄는데 성공해 궁극적으로 자리를 잡고 나면, 앞으로 사람들은 동일한 결과물을 제작하기 위해 전통적인 제조 공정을 거치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HP는 단순히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것을 넘어, 3D 프린팅 시장의 규칙 자체를 새로이 써나갈 것이다"고 예상했다.

3D 프린팅이 처음 제안된 것은 이미 1980년대 초반이지만, 지금까지 활용은 프로토타입의 신속한 생산 등의 제한적인 과정에서만 이뤄져 왔다. 설계업체와의 번거로운 전달 없이 현장에서 테스트 부품을 제작하도록 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 기존의 3D 프린터들이 홍보해온 가치였다.

이와 달리 HP는 자신들의 3D 프린팅 테크놀로지 멀티 젯 퓨전의 목표를 단순한 프로토타입 제작을 넘어선 대량 생산의 구현이라 강조했다.

다만 여기에서 HP가 이야기하는 대량 생산이란 수백만 개의 부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수백, 수천의 부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포드 3D 프린팅 랩의 직원이 3D 샌드 프린팅(3D Sand Printing) 상자에서 제작된 부품을 꺼내고 있다. 포드는 복수의 '바인더 젯(binder jet) 프린터'를 통해 100개 이상의 몰드가 채워진 대형 상자를 제작한다. 몰드는 이후 융해 금속을 부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용도로 이용된다. 작업 규모와 일정에 따라 하나의 바인더 젯은 몰드 출력에 일주일에서 한 달의 기간을 소요한다.

미래의 수리 센터는 교체 부품을 미리 대량 생산에 창고에 보관하는 대신 100대의 멀티 젯 퓨전 프린터를 사무실에 갖추고 수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필요 부품을 생산하는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부품의 낭비 역시 예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신형 차량 모델이 출시된다 해도, 제조 공정 전체가 아닌 CAD 파일만 변경하면 되기에 장기적으로도 큰 효율성 향상이 기대된다.

다국적 기업인 포드와 에어버스(Airbus)는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롤 모델이다.

가트너 리서치 부사장 페트 바질리에르는 "3D 프린팅은 혁명적인 기술이다. 이것의 특별함은 전에 없던 어떠한 구성 요소가 쓰였다는데 있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직까지 3D 프린터가 좀더 새로운, 그리고 빠른 프로세스와 결합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HP 멀티 젯 퓨전 3D 프린터의 상단 이미지. 프린트 바의 모습이 보인다. 형태는 기존의 2D 스캔 바와 유사하지만 3D 프린트 바는 3만 개의 노즐을 갖추고 있어 초 당 3억 5,000만 이상의 열가소성 수지 등의 원료 입자를 분사한다.

프린터는 전통적인 2D 프린터의 스캔 바와 유사한 외형의 프린트 바를 이용해 동작한다. 3D 프린트 바는 전후 운동을 하며 3만 개의 노즐을 이용해 초 당 3억 5,000만 회 이상 열가소성 수지 혹은 기타 분말형 재료를 분사한다.

HP의 3D 프린터는 액상 점성 촉매가 분말형 재료의 특정 부분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바인더 젯 프린팅 방식과 분말형 재료를 층층이 쌓으며 각 층층을 열로 결합하는 선택적 레이저/전자 빔 신터링(selective laser/electron beam sintering) 방식을 혼용한다.

발표 현장에서 HP가 선보인 3D 프린팅 결과물은 뛰어난 강도와 정교함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HP는 30분만에 생산한 무게 1/4 파운드(226g)의 금속 체인이 1만 파운드, 즉 4,535kg의 압력을 견디는데 성공했으며, 복수의 색상으로 조합된 굴착 장치 미니어처 모델은 삭구의 굵기가 연필심보다 가늘었다.


멀티 젯 3D 프린터로 만든 석유 굴착장치 모형. 디테일과 색상이 돋보인다.

멀티 젯 퓨전 프린터가 상용화되려면 2016년까진 기다려야 한다(2015년에 생산자 베타 테스트가 완료된다). 하지만 이 프린터가 공개되면 3D 프린팅 업계는 물론 다양한 업계의 연구 및 개발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은 생산 방식을 생각해내고 마케팅 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PwC(PricewaterhouseCoopers)가 제조업 부문의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2/3이 3D 프린팅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프로토타입 생산을 위해 이용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미 제품 생산이나 커스터마이징 부품 제작을 위해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PwC는 3D 프린팅 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부품과 더 빠른 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 단순히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용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오토데스크(Autodesk) CEO 칼 바스는 "새로운 제작 프로세스의 개발은 언제나 새로운, 그리고 보다 나은 사물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HP가 내놓은 결과물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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