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제품 출시 전에 “타이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이 타이젠 상에서 구동되는 앱의 수를 좀 더 늘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삼성은 삼성 Z가 오픈소스 타이젠 2.2.1 상에서 구동된다고 밝혔다. 2.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4.8인치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이 제품은 올해 3분기 러시아에서 먼저 출시되고, 이후 다른 국가로 확대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익명의 정보원의 말을 인용한 일부 보도는 삼성 Z가 내년에야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지만, 삼성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타이젠 연합 역시 출시 지연이나 향후의 출시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제품은 지난 6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첫 선을 보였지만, 7월 11일 모스크바에서 150명의 타이젠 개발자가 모인 행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테크레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행사에서 삼성의 인원은 타이젠 앱 개발자들에게 “제대로 된 고급형 디바이스”용으로 “반쯤 비어있는 타이젠 스토어”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처음 소개된 삼성 Z는 하드웨어적으로 훌륭했는데, 내장 지문 센서와 초저전력 모드를 갖추고 있었으며, 2GB RAM, 16GB 내장 스토리지, 64GB를 지원하는 마이크로 SD 슬롯을 탑재했다.
하지만 뛰어난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타이젠 운영체제의 실망스러운 점을 보완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실제로 삼성 Z는 올해 2월 MWC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MWC에서는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워치인 기어 2와 기어 2 네오만이 소개됐고, 지난 4월에 출시됐다. 하지만 앱의 수는 50개에도 못 미쳤으며, 기본적으로 갤럭시 S5와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스마트폰에서만 구동되는 것이었다. 이처럼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후 삼성은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의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발표했다.
삼성의 타이젠 전략은 삼성이 구글과 안드로이드 생태계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시도의 주된 노력으로 여겨져 왔다.
구글과 삼성은 공개적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안드로이드를 두고 양사 간에 은밀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 25일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인 안드로이드 L을 공개하며, “기업에 중점을 둔 관리 및 보안 기능”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역시 2년 전부터 삼성 녹스(Knox)란 이름으로 비슷한 분야에 집중해 왔다.
구글은 공개적으로 녹스 소프트웨어가 모든 안드로이드에 기여한 점에 대해 삼성에 감사한다는 입장이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는 기조 연설을 통해 “녹스를 모든 안드로이드로 가져다 준 것에 대해 삼성에 진심으로 감사하고자 한다”며, “하나의 일관된 경험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Z 스마트폰의 출시 지연은 6월 3일 첫 선과 7월 11일 모스크바 행사 사이의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구글의 녹스 관련 발언이 이 사이에 나온 것이다.
칸타르 월드패널의 캐롤라이나 밀라네시는 삼성과 구글이 구글이 녹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특허 합의가 이루어졌다며, “두 회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런 합의는 놀라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삼성 Z 스마트폰의 러시아 출시를 발표하고는 출시를 연기했으며, 이제 이런 조처가 타이젠 생태계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한다. 타이젠 앱의 부족에 대해 밀라네시는 “타이젠 폰의 출시가 연기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앱의 부족도 놀랄 일이 아니다. 개발자들은 통상 환경이 구축되고 난 다음에 따라오게 되어 있다. 타이젠은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영업을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밀라네시는 삼성 Z 스마트폰의 출시 지연이 단지 앱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Z 스마트폰의 출시 발표나 지연에 관한 삼성의 움직임은 많은 경우 삼성이 안드로이드와 관계, 다시 말해 구글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밀라네시는 “삼성은 아직 안드로이드와 관련한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타이젠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할 필요를 인식하지만, 소비자들이 안드로이드를 원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폰을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 33%의 최대 생산업체이다. 삼성은 순정 안드로이드의 변형 버전을 만들고, 독점 브라우저를 가지고 있으며, 피트니스 등을 위한 삼성 전용 앱도 다수 지원하고 있다. 구글은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으며, 넥서스 제품군과 같은 순정 안드로이드를 더욱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통신업체들도 타이젠이 생태계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드로이드 판매를 능가할 지 의문을 품고 있다.
밀라네시는 “삼성은 좀 더 자사만의 생태계를 원한다는 점에서 힘든 위치에 있다. 하지만 수요나 투자 관점에서도 안드로이드에서 갈라져 나오는 것이 타이젠보다 덜 위험하지만은 않다”라며, “삼성의 차별화 요소였던 녹스 같은 기업 기능이 순정 안드로이드에 통합되면서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삼성의 차별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그것도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것을 추진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무어 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는 삼성의 타이젠 전략에 대해 “매우 위험한 모험이다. 왜냐하면 타이젠은 관심도 끌지 못하고 사용자들이 바꿔 탈 만한 매력적인 요소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무어헤드는 삼성이 Z 스마트폰의 출시를 연기한 것은 적절한 출시 시점을 노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출시할 때 한 번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실패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따라서 삼성은 모든 것이 준비되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J 골드 어쏘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 잭 골드는 이번 출시 지연이 삼성 타이젠 전략의 어두운 결말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는 “삼성은 러시아가 새로운 생태계인 타이젠에게 좀 더 개방적일 것이라고 잘못 추정했다”라며, “러시아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소개할 열린 문은 이제 거의 닫힌 상태이고 Z 스마트폰이 부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설혹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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