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듯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화려한 프레스 컨퍼런스로 2014년 E3의 문을 열었다. 지난 해 발표한 하드웨어들이 모두 출시된 상태인지라, 올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90분의 발표 시간은 모두 게임에 대한 이야기였다.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는 지난 해 고스트의 부진으로 다소 관심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E3 행사의 문을 열만큼 대작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첫 번째로 공개된 콜 오브 듀티 : 어드밴스 워페어(Advance Warfare)는 기존 콜 오브 듀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 콜 오브 듀티에 타이탄폴이나 헤일로가 든 잔을 엎질러 버린 느낌을 주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유도수류탄과 제트팩 부츠가 등장하면서 주류 SF 게임의 많은 것들을 차용했다.
긍정적인 것은 덕분에 콜 오브 듀티 같은 느낌이 적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수년 동안 똑 같은 게임 플레이 때문에 비난을 받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시도는 콜 오브 듀티에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운드 디자인은 굉장히 뛰어나다.
다음으로 소개 된 게임은 포르자 호라이즌 2였다. 이미 공개된 것처럼 이번 게임은 남유럽의 음악 페스티벌을 배경으로 하며, 밤과 낮의 주기, 극적인 날씨, 오픈월드 드라이바타(Dtrivatar), 1080p 플레이 등이 특징이다. 하지만 필자는 드라이바타가 계속 등장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하기는 어려웠다. 드라이바타는 포르자의 AI 시스템으로 플레이어들의 주행 스타일을 흉내 내는 것이 특징인데, 사실 필자가 본 드라이바타들은 대부분은 멍청했다. 이를 제외하고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정식 출시일은 9월 30일이다.
이어지는 게임 소개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그리 많이 공개되지 않았던 게임이 주를 이루었는데,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Assassin’s Creed Unity),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Dragon Age Inquisition), 위처 3(The Witcher 3), 디비전(The Division), 선셋 오버드라이브(Sunset Overdrive) 등이다.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ACIV의 해적 주제 어드벤처 게임보다는 시리즈의 원래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개선으로 받아들일지 퇴보로 받아들일지는 사용자의 선택에 달렸다. 가장 큰 변화는 4인 협동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과 위처 3, 디비전, 선셋 오버드라이브 모두 새로운 트레일러 영상과 데모가 공개됐지만, 주목해야 할 만한 새로운 점은 없었다. 드래곤 에이지는 여전히 어둡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고, 위처 3은 여전히 현존 최고의 RPG로 보였고, 디비전은 놀라운 그래픽을 갖춘 세련된 슈팅 게임으로 보였고, 선셋 드라이브는 여전히 엉뚱하고 생동감 넘치는 게임으로 보였다.
새로운 소식은 그 다음 순서로 등장했다. 수퍼 울트라 데드 라이징 3 아케이드 리믹스 하이퍼 에디션이란 긴 이름의 게임은 4명의 데드 라이징 캐릭터가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플레이어는 좀비를 뛰어 다니면 좀비를 죽이고 점수를 얻고 도전 과제를 수행하는 식이다. 엑스박스 원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 페이블(Fable)? 그렇다. 4명의 협동 플레이가 가능한 페이블이 출시된다. 이름은 페이블 레전드(Fable : Legends). 협동 플레이는 RPG보다는 순순한 전투 경험에 가깝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플레이어의 도전 과제는 플레이어가 제어하는 것이다. 협동 플레이는 사실상 4 대 1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모든 함정과 몬스터를 나머지 4명을 위해 배치한다.
올해 엑스박스 플랫폼에는 인디 게임이 많이 등장했는데, 엑스박스는 인디게임에 맞지 않다는 지난 해의 인상을 지우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플랫폼 게임으로 오리(Ori), 블라인드 포레스트(Blind Forest), 더블 파인즈 매시브 챌리스(Double Fine;s Massive Chaice), 쓰리즈(Threes) 등을 시연해 보였다.
또한 플레이데드(Playdead)도 마침내 림보의 후속작을 발표했다. 신작 인사이드(Inside)는 분명히 림보와는 다른 세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림보처럼 회색조 일색이란 것이 특징이다. 세부 사항은 극히 일부만 공개됐다.
한창 소문이 돌았던 것처럼 헤일로가 엑스박스 원용으로 나온다. 그것도 헤일로 시리즈 4개가 모두. 마스터 치프 컬렉션이라 불리는 이 게임은 4개의 헤일로 게임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했으며, 모든 멀티플레이어 맵과 싱글플레이어 미션이 모두 해제된 상태이다. 헤일로 2 기념판도 출시된다. 그래픽을 완전히 새단장했으며, 헤일로 2의 멀티플레이어 방식도 그대로 유지된다.
헤일로 5 : 가디안은 오는 12월에야 멀티플레이어 베타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신작 게임 소식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새로운 툼 레이더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Rise of the Tomb Raider)를 공개했는데, 참담한 제목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흥미로운 게임이다. 2012년 툼 레이더는 이 시리즈를 라라 크로포트의 초기로 돌려 놓았는데, 공개된 트레일러에 따르면, 이번 게임은 라라가 첫 모험에서 입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파고드는 내용으로 보인다. 상당히 날카로운 접근이다.
고전 게임의 부활도 진행되고 있다. 오리지널 엑스박스용 고전인 팬텀 더스트(Phantom Dust)와 필자로 하여금 엑스박스 360을 구매하게 만든 크랙다운(Crackdown)이 새로이 출시된다. 켄 롭은 액션 전략 게임인 팬텀 더스트가 2004년 이후 항상 되살리고 싶은 게임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픈월드 기반의 수퍼히어로 경찰 게임인 크랙다운은 2010년 출시된 크랙다운 2처럼 어정쩡하고 혼란스러운 게임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전체적으로 트레일러 외에는 그리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았는데, 90분이란 시간 동안 소개할 수 있는 내용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E3의 포문을 여는 행사로서 새로운 소식이 넘쳐나지는 않았지만, 엑스박스 원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약속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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