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어디서 약을 파느냐!" 보안업체들이 파는 가짜 약 7가지

Roger A. Grimes | InfoWorld 2014.05.20


보안 가짜 약 No. 2: 1,000,000비트 암호화
'깰 수 없는 암호화'라는 주장은 매년 등장한다. 하지만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결과는 비참하다. '깰 수 없는 소프트웨어'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두 엉터리 주장은 서로 다르다.

좋은 암호화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자라 해도 자신의 암호화를 두고 섣불리 '깰 수 없다'고 주장하지 못한다. 사실 최고 기술자라면 자신이 만든 암호화를 무력화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정도의 말도 좀처럼 하지 않는다.

필자가 신뢰하는 암호화 전문가는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전문가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부실한 암호화 상품을 팔려고 접근하는 엉터리 약장사를 신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몇년 전에 깰 수 없는 암호화를 구현했다는 개발업체가 나타났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극단적으로 큰 키를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클라우드에 보안 키의 일부분을 분산시켰다는 점이었다.

키가 한 곳에 있지 않으므로 침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암호화 알고리즘과 루틴도 마찬가지로 비밀이었으므로 안전했다.

유능한 보안 전문가라면 우수한 암호화는 공개적인 평가를 받는, 잘 알려진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해야 함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발업체는 그렇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가장 흥미롭고 우스꽝스러운 부분은 이 우수한 암호화에 무려 100만 비트 키를 사용한다는 이 개발업체의 주장이었다. 오늘날 강력한 암호화에 사용되는 키 크기는 256비트(대칭) 또는 2,048비트(비대칭)다. 이 업체는 이것보다 수백 배 더 큰 암호화 키를 사용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100만 비트 키에 대해 암호학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코웃음을 쳤다.

첫째, 암호화 루틴이 우수하면 키 크기를 작게 줄일 수 있다. 암호화 키의 크기가 비교적 작더라도 가능한 모든 순열에 대해 무차별 대입(brute-force)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순열은 알려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오늘날 암호화를 깨는 방법은 무차별 대입이 아니라 암호화의 수학에서 결함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능한 키 조합의 상당 부분을 걸러낼 수 있다. 요약하자면 공격자가 암호화의 약점을 발견한다면 가능한 유효 키의 범위를 더 빠르게 추측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게 되는 셈이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키 크기가 작은 검증된 암호화가 더 안전한 것으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예가 ECC(타원 곡선 암호화) 대 RSA다. 현재 RSA로 보호되는 키의 경우 비교적 안전한 정도라고 평가받으려면 2,048비트 이상이어야 한다. ECC의 경우 384비트로 충분한 것으로 간주된다.

아마도 지금은 RSA의 수명이 끝나가고 ECC가 주류 기술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시점일 것이다.

한편 100만 비트 키라는 것은 이 기술이 데이터를 안전하기 보호하기 위해 무려 100만 비트의 모호화가 필요한, 형편없는 암호화 기술이라는 반증이다. ECC의 경우 384비트라는 것을 비교해 보자.

정상적인 암호화라면 5,000비트도 과하다. 제대로 된 암호화의 경우 3,000비트도 아직 깨거나 깨는 데 근접한 사람조차 없다. 100만 비트 키를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암호화를 믿지 못해 키 크기를 줄일 수 없다는 의미다. 암호화 관련 행사에서 이 이야기를 해주면 분명히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100만 비트 키를 사용한다는 것은 발신자로부터 수신자에게로 거대한 덩어리를 전송해야 함을 의미한다. 최소 1MB다. 예를 들어 딱 한 글자로 된 이메일을 암호화한다고 생각해 보자. 암호화된 블롭(blob)의 크기가 1MB다. 완전한 낭비다.

'비밀의' 100만 비트 암호화가 클라우드에 분산된다는 이야기 역시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암호화 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는 이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이 개발업체의 이야기 가운데 최악은 군에서 5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를 판매했다는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것이 거짓말이기를 바란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군의 구매 담당자는 아마 해명해야 할 부분이 꽤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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