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 특허전쟁

토픽 브리핑 | “희비 교차” 반환점 접어 든 안드로이드 특허 소송

박재곤 기자 | ITWorld 2014.05.16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명목상으로는 애플이 이겼지만 실질적으로 이전의 판결을 뒤집고 삼성과 구글이 승리했다. 물론 양쪽이 항소를 하면서 소송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판결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사실이 얼마나 더 나올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이제 소송이 반환점을 돌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리를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구글 진영의 특허 환경에는 또 다른 폭탄이 떨어졌다. 바로자바 API를 두고 오라클과 벌이고 있던 저작권 소송의 2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2008년 1.0 애플파이가 발표된 안드로이드를 둘러 싼 특허 소송은 이제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애플과 삼성 간의 소송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애플은 삼성이 스마트폰 9종과 태블릿 1종에서 자사 특허 5가지를 침해했다며 20억 달러의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물론 삼성은 이를 부인하고 오히려 애플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고소를 했다. 배심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1억 19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중 9900만 달러의 손해가 인정된 특허는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에 컨텍스트 메뉴를 추가해 주는 링크에 대한 것이다.

2012년 8월에는 10억 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평결이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1/10로 줄어든 배상 금액이라는 점에서 삼성의 승리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애플-삼성 배심원단, 평결 수정…배상액은 1억 1950만 달러 그대로
미 배심 평결, "삼성은 애플에 10억 달러 배상하라"

애플이 삼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1억 2000만 달러 상당의 배상액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은 양사의 매출과 수익, 그리고 양사가 그 동안 소송에 들인 비용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기존 판결의 손해배상액인 1조 원 역시 양사에게는 16일 분의 수익에 불과하다. 때문에 1억 달러, 우리 돈 1000억 원 정도는 양쪽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단위가 아니다.

소송 비용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정확한 비용을 계산할 수는 없지만, 삼성이 한 명의 전문가 증인에게 지불한 시간 당 비용을 추산해 보면 90만 달러에 가까우며, 애플은 지난 1차 소송에서 담당 법률회사에 60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 비용만 수천만 달러” 삼성-애플 소송의 숫자들
조 단위 손해배상, 삼성과 애플에겐 “16일 분의 수익”에 불과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소송이 삼성뿐만 아니라 구글에게도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드는 구글과 대표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이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은 업계가 잘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구글은 삼성의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비밀 협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소송을 통해서 애플이 제기한 몇몇 특허 침해는 구글의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애플의 소송이 삼성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은 많은 업계 관계자가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한편 구글은 특허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삼성과 양사가 보유한 특허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시스코와도 유사한 협약을 체결하며 어느 업체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올해 레노버에 매각해 버린 모토로라에 대해서도 인수 당시 주된 관심은 모토로라의 특허였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구글, “삼성-애플 소송 지원” 비밀 협약 체결했다
애플의 특허 소송, 안드로이드 젤리빈 “정조준”
구글, 시스코와도 포괄적인 특허 상호 라이선스 계약 체결
구글과 삼성, 특허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상호 라이선스 협약 체결
분석 : 모토로라 특허, "안드로이드 방어에 충분한가?"

애플과의 소송에서 삼성과 구글이 실질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한숨을 놓는 사이에 이번에는 오라클과의 소송에서 비보가 들려왔다. 2012년 1심에서 구글이 승리한 소송이 이번에는 오라클의 승리로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썬을 인수하며 자바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게 된 오라클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상으로 6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된 이 소송은 2012년 최종 판결 당시 오라클이 제기한 특허권은 모두 기각되고 자바 API에 대한 저작권 침해 만이 남아 있었다. 오라클이 승소하더라도 배상 금액은 수백만 달러에 그치는 상황이었지만, 배심은 AP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라클이 항소한 것은 돈 많은 IT들이 취하는 통상적인 절차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대신 이 문제는 API가 과연 저작권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바이지만, 자바를 활용하는 데 필수적인 자바 API, 즉 수많은 자바 라이브러리는 저작권의 대상이라는 오라클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구글, 오라클 상대로 자바 API 저작권 항소심 패소
오라클 vs. 구글 : 자바 API는 누구의 것인가?
IDG 블로그 | 구글 대 오라클의 소송 판결이 의미하는 것
구글, 자바 저작권 침해 "무죄" 확정 판결

소송은 1심 법원으로 파기 환송됐기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이번 판결을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인정된 사례라고 평가하지만, 구글은 물론 적지 않은 수의 소프트웨어 업체가 API를 저작권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판결로 자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생겨나고 있다. 많은 개발자들은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 후 MySQL과 관련해 회자되었던 논란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구글이 조만간 자바와 비슷한 자체 개발 언어를 내놓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동안 API와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의 저작권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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