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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풍요 속 빈곤’ 웨어러블의 미래를 결정할 3가지 변수

박상훈 기자 | ITWorld 2014.03.14
연초부터 시작된 웨어러블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삼성은 지난 2월 말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행사 기간에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의 후속 제품 ‘기어 2’를 선보였고, 소니는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제품인 ‘스마트밴드’를 공개했다. 화웨이와 모토로라를 비롯해 스마트워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업체만 이미 수십 개다. 운동과 비디오용 기기, 주얼리 콘셉트의 여성용 제품과 웨어러블의 원조 아이돌 ‘구글 글래스’까지 포함하면 '웨어러블 광풍’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삼성이 지난해 내놓은 갤럭시 기어는 최악의 디자인으로 조롱거리가 됐고 (후속 제품도 그리 우호적이진 않다) 구글 글래스는 높은 가격과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제품은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시장과 전문가의 평가는 형편없는 ‘풍요 속 빈곤’ 상황이다. 웨어러블에 거품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1990년대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거품’만으로 웨어러블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웨어러블의 미래를 좌우할 3가지 변수를 정리했다.

변수 1. ‘게임체인저’ 애플의 참여 여부 혹은 시기
꽤 오랫동안 애플표 스마트워치인 ‘아이워치'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주최하는 행사 때마다 아이워치가 나온다 안 나온다 말이 많았다. 한동안 주춤하던 애플표 웨어러블 제품 소식은 특허 취득 혹은 다른 업체와의 협업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헬스 제품, 장애인용 제품으로 확대됐다. 여러 보도와 정황을 종합해 보면 (완성도와 시장 상황에 따라 시기는 조정되겠지만)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기는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부터 웨어러블 시장의 미래가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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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는 올 초 열린 CES 2014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웨어러블이었지만, 수많은 신제품 중 호평을 받은 제품은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아이패드를 본떠 내놓은 저질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떠올렸다. 웨어러블 미래가 불확실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시장의 존재를 증명해 줄 제품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애플은 ‘아이패드’로 태블릿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게임의 룰을 바꾼 ‘경험’이 있다. 아이워치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또 다른 아이패드가 될 수 있을까? 경험의 힘, 성공한 기억은 무시할 수 없다.

변수 2. ‘악몽과 축복 사이’ 기업 시장 안착 가능성
구글 글래스를 둘러싼 프라이버시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일반 소비자 시장에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되기에는 법적, 제도적, 문화적 ‘돌발' 변수가 너무 많다. 반면 기업 시장은 다르다. '구글 글래스를 도입했다’는 언론사 배포용 보도자료를 만들기 위해 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셔널 주이시 헬스처럼 실제로 비용 절감을 실현한 업체도 있다. 이 의료보험 업체는 웨어러블 기술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통합해 연간 의료 비용을 13%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비용 절감’, 이 단어 앞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 기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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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웨어러블과 기업 IT 환경의 만남이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카드사, 통신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존립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웨어러블 기기에 기업 네트워크를 열어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다. 관련 보안 솔루션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기업들은 이미 지원 생태계가 탄탄한 BYOD에 대해서도 보안과 관리 어려움을 이유로 수년째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기업 시장은 웨어러블 시대를 여는 ‘의외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변수 3. ‘입는 컴퓨터’ 그 이상이 필요하다
올해 CES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신제품들이 ‘엉망진창’이라는 참혹한 사형선고를 받은 반면, 2세대 제품으로 돌아온 스마트워치 ‘페블'(Pebble)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년간 페블을 사용한 한 전문가는 '휴대폰 흉내를 내지 않는 단순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제품들의 가장 큰 약점으로 불확실한 제품 콘셉트를 꼽는다. 웨어러블만의 기능과 제품 철학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웨어러블을 말하지만, 그 방식은 구시대적”이라는 워즈니악의 지적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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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을 전면에 내세운 소니의 접근법은 제품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몸에 착용하는, 그래서 역사상 가장 인간에 가깝게 접근한 웨어러블 기술이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열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발전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블의 미덕인 ‘단순함’은 현재의 웨어러블 제품이 가진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제품 철학이야말로 현재 웨어러블 업계에 가장 절실하다.

삼성부터 1인 기업까지 조건은 같다
웨어러블 기기의 미래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4년 내에 190억 달러까지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사용성과 디자인의 한계, 문화적 거부감으로 스마트폰처럼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현재의 웨어러블 시장이 거대 기업과 1인 기업이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인 레이저는 손목시계형 활동 추적기인 ‘나부’(Nabu)의 시제품과 관련 동영상만으로 단 4일 만에 개발자 1만 명을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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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시장에는 '탄탄한 제품 철학과 소프트웨어 개발 툴,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라는 경쟁의 룰이 있을 뿐, 애플이나 구글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패블이 증명하고 레이저가 뒤를 잇고 있는 이 '새로운 기회'를 삼성 역시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카피캣’ 오명에 특허침해로 거액을 경쟁사에 물어줘야 할 처지지만, 웨어러블 시장은 아직 모두가 출발선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해 ‘설익은' 갤럭시 기어를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무리수도 이런 계산이라면 충분히 설명이 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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