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ㆍ분석 / 웹서비스

북한의 극비 미사일 공장 찾기, 공개된 인터넷 자료만으로 충분했다

Martyn Williams | PCWorld 2014.02.13
스파이 스릴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졌다. 비디오 몇 초 분량, 사진 몇 장, 그리고 몇몇 위성자료만으로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조립하는 공장 위치를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어떤 비밀 첩보 정보도 이용하지 않고 이뤄졌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이미 무료로 공개된 정보를 연결해 분석한 결과다. 바로 세계적인 오픈소스 집단 지성의 위력이다.

기업과 정부, 기관의 연구자들은 점점 더 무료로 사용 가능한 정보를 모아 과거에는 숨겨져 있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공개되는 정보도 점점 늘어나 인터넷 접속만 되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몬터레이 인스티튜트 국제학 연구소 제임스 마틴 핵확산 방지 센터의 동아시아 프로그램장인 제프리 루이스는 “우리가 한 모든 일은 50년 전에도 할 수 있었지만, 그때로써는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지난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기념 평양 시내 행진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북한 TV 방송 내용은 소수의 정부 애널리스트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 해외 북한 응원단들이 업로드하는 유튜브 네트워크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 시내 행진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한 것은 KN-08 대륙 간 전략 미사일 6기를 탑재한 미사일 발사대였다.

중국 블로거들은 창문 모양과 그릴 패턴 등을 근거로 이 발사대가 중국군에서 사용하는 트럭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트럭의 정보 책자가 인터넷에 빠르게 돌기도 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중대한 UN 제재 위반이 될 미사일 발사대의 수출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후 완샨 특수 차량(Wanshan Special Vehicle)사가 이 트럭 샤시를 '민간 사용'을 전제로 수출했다고 확인했다. 북한이 보낸 서류를 보면 그 트럭들은 벌목에 쓰인다고 돼 있다. 중국 측은 북한이 이 트럭을 수입한 후 개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까지가 중국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진실일까? 그래서 루이스는 "이리저리 찔러보기” 시작했다. 첫 단서는 다시 북한의 유튜브 비디오였다. 2013년 선전 영화인 '김정일의 국방 노력’을 보면 13초 분량의 클립 4개가 등장하는데, 여기에 공장 안에서 몇 대의 미사일 발사대 옆에 서 있는 김정일이 출연한다. 루이스는 "그게 다였다”며 "그 작고 짧은 클립이 북한의 최종 발사대 제조 공장 안팎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중국의 트럭 정보 책자의 규격을 활용해 빌딩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었다. 반쯤 내려간 특이한 창문들은 빌딩 가장 위쪽의 둥근 유리 지붕을 보여줬고, 아래쪽 창문이 없다는 점은 이 빌딩이 반쯤 묻혀있거나 다른 건물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루이스의 동료인 연구원 멜리사 한함은 이러한 구조물의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고, 다른 연구자들은 흥미로운 결과를 추론해 냈다. 즉 이 두 영상 클립이 비슷하지만 다른 빌딩이라는 점이다. 루이스는 “정보를 종합해보면 아주 특이하게 생긴 빌딩이었다”며 “그 빌딩의 위성 사진을 볼 수 있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위치다. 도대체 어디에 이 건물이 있는 것일까? 12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북한의 위성 사진을 다 뒤지려면 막대한 시간이 걸리므로, 다시 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탈북자들의 회고록이었다. 이를 보면 북한 북부의 강계를 중심으로 한 군수 공장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었다. 특히 ‘학무'라는 마을은 “미사일 발사대가 제조되는 곳”이라는 언급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마을은 공식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세계 보건 기구 보고서에 상세히 언급되어 있고 위치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북한 내 방공포대를 포함한 수천 곳의 주요 지점을 표시한 구글 어스 파일인 북한 언커버드(North Korea Uncovered) 데이터를 활용해 이 지역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루이스는 “학무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기가 북한 군수 사업의 심장이라는 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확인해 보니 방공포대로 매우 잘 방어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말했다.

실제 건물은 찾은 것은 학무 지역을 찾은 지 얼마 뒤였다. 둥근 지붕은 미사일 발사대를 공장 내부에서 완전히 수직으로 세울 수 있도록 설계된 선풍기 같은 구조물로 밝혀졌다. 구글의 과거 이미지를 보면 특정 시기에 빌딩 지붕이 교체된 것을 알 수 있는데, KN-08 발사대를 만들기 위한 보수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그 두 개의 빌딩이 같은 구조물이었을까? 연구자들은 근처에서 유사한 다른 빌딩을 발견했는데, 13초 분량의 영상 일부를 여기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했다.

마지막 의문은 과연 트럭이 이 건물 안에 들어갈까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위성 사진을 보면 건물의 크기를 TV 화면보다 훨씬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데, 연구팀이 계산해보니 미사일 발사대가 건물 크기와 딱 맞았다.

연구자는 이런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대 조립 공장을 찾았고 두 번째 유사한 빌딩도 발견했는데 이 모두가 오픈소스 정보를 이용한 것이었다. 중국의 미사일 발사대 수출에 대한 논란으로 돌아가 보면, 미사일 발사대가 실제로 북한 내에서 만들어졌다는 이론의 증거가 된다. 이번 연구의 모든 세부사항은 존스홉킨스 대학의 미국-한국 연구소 웹사이트인 '38 노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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