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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동네북이 된 '윈도우 8.1', 기로에 선 '마이크로소프트'

편집부 | ITWorld 2013.10.04


IT 역사를 통틀어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기업들을 꼽는다면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상위 목록 중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Windows) 운영체제를 통해 소수 전문가를 위한 IT를 '모두를 위한' IT로 확산시켰고, 이후 브라우저와 메신저, 멀티미디어, 웹, 게임 등 전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현재는 서버 운영체제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모바일까지 일반사용자 시장과 기업 시장을 포괄하는 광활한 '대제국'을 건설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견줄 수 있는 기업은 IBM 정도다.

하지만 최근 이 대제국의 이상 징후로 해석될 만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말에 발표된 '윈도우 8'이었다. 큰 성공을 거둔 '윈도우 7'의 후속 제품으로, 기존의 데스크톱 사용자 경험에 모바일 사용자 경험을 결합한 독특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작 버튼이 사라지고 데스크톱 모드로 바로 부팅할 수 없는 등 기존 PC 사용자들의 반발이 컸다. 전문가들은 사용자들의 PC 활용방식을 무리하게 모바일 방식으로 통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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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 코드명 '윈도우 블루'로 알려진 '윈도우 8.1'이 이번 달 공식 출시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지난 8월 말 윈도우 8.1 RTM을 PC 제조업체에 전달했는데, 유출된 RTM 버전을 보면 시작 버튼을 비롯해 그동안 불만이 많았던 일부 기능을 개선하고 3D 프린팅 등 신기술을 추가로 지원한다. 그러나 부활한 시작 버튼은 시작 메뉴 기능 등을 지원하지 않아 '반쪽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외부 광고를 PC 내부 검색 결과와 함께 보여주는 '스마트 검색' 기능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행보는 결국 사용자와의 '불통' 논란으로 확대됐다. 윈도우를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PC 운영체제 개발업체가 자사의 이해를 위해 사용자에게 불편한 인터페이스 사용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작 버튼이 부활하면 모바일과 PC 사용 경험을 통합해 모바일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작 메뉴를 지원하는 시작 버튼이 생기면 사용자들이 기존 방식으로 PC를 이용할 수 있어 '매트로 앱' 사용 횟수가 크게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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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는 개발자에 대한 지원정책도 논란을 더 키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관행과 달리 개발자에게도 RTM 버전을 미리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윈도우 8.1 출시에 앞서 매트로 앱을 수정하거나 새로 개발하려던 개발자와 서드파티 개발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MS는 9월 말에 개발자들에게 RTM을 제공하기로 태도를 바꿨다. 윈도우 8의 성공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가 다양한 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윈도우 8 출시 당시 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윈도우 부문 최고 임원이 사임한 것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윈도우 8의 전체 윈도우 운영체제 점유율은 9.8%다. 윈도우 7이 46.3%로 가장 많고 윈도우 XP가 31.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증가 추세를 보면 윈도우 8은 윈도우 7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여전히 많은 사용자가 설치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선 의지가 없으니 이런 식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윈도우 블루' 코드명에 빗대 '윈도우 레드'로 명명된 이 윈도우는, 버전을 PC와 태블릿,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세분화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고 윈도우 8.1은 오는 10월 18일 기능 수정 없이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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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헛발질이 윈도우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심 차게 발표한 서피스는 결국 1조 원을 손실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최근 발표된 서피스 2 역시 높은 가격과 부족한 지원 앱 등 전작이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캐시카우인 오피스 사업은 올 초 라이선스 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치렀고, 연말 출시 예정인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원은 경쟁 제품인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4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70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를 들인 노키아 인수는 '모바일 업계 패배자의 연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PC 업계의 전례 없는 불황과 사용자 반발이 뻔히 보이는데도 변화를 강제해 어떻게든 수익을 내겠다는 계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의심은 일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8월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가 '1년 내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사모펀드 회장이 이사회에 신규로 참여했고 발머 사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주주는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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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회계연도는 7월부터 시작한다. 지난 7월 시작한 2014 회계연도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대규모 소프트웨어 통합과 스카이프-오피스 통합, 서피스 RT와 서피스 프로 신제품 발표, 새로운 관련 주변기기들, 분기별 오피스 365 업데이트 등을 추진한다. 회사 임원은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티브 발머 사임이 예정돼 있어 장기 계획에 바탕을 둔 혁신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진정한 혁신의 권한과 책임은 차기 CEO가 손에 쥐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뒤돌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브라우저와 메신저, 미디어 플레이어 심지어 오픈소스와의 격렬한 논쟁까지, 손댄 모든 영역에서 갈등과 논란을 양산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의 논란은 성격이 전혀 딴판이다. 1990~2000년대에는 PC 운영체제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강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주도할 수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침몰하는 PC 영역에서 탈출하는 과정의 판단착오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모바일 분야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고 있으면 PC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 강자의 여유'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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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통합, 서피스 신제품, 오피스 365 개선 ··· MS, 2014 회계연도 계획 발표

앞으로 기록될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의 페이지가 어떻게 서술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바로 지금이 '마이크로소프트 시대'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라는 사실이다. 수년 후 뒤돌아 봤을 때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는 애플의 넥스트(NeXT) 인수나 디즈니의 픽사(Pixar) 인수, IBM의 PC 사업부 매각과 같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될 수도 있다. 반면 윈도우 8을 기점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대제국'이 흔들리는 첫 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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