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갑 하이닉스 대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김종갑 하이닉스 대표는 12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유동성 확보에 유의하며 필수적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주력, 경쟁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며 올해 하반기 이후로 예상되는 반도체 경기 회복기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올해 투자 규모는
▲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작년 설비투자가 재작년보다 40% 감소했고, 올해 역시 작년의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그동안 2006~2007년의 과잉 투자로 인한 공급초과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굉장한 수요 초과,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전망마저 있다.
아직 이사회를 통과하지 않아 올해 사업 및 매출 계획을 밝힐 수 없지만, 연구.개발(R&D)은 매출의 10% 정도 비중을 유지할 것이다.
54나노 설비, 41나노 낸드플래시 설비 등의 추가 도입으로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1조원보다는 2조원에 가까운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 구조조정은 언제 마무리되나. M&A 진행 상황은?
▲ 아시는대로 작년에 200mm 팹(공장) 4개를 조업 중단했고, 그 결과 해외 1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해고됐다. 국내에는 1천명 정도의 유휴인력이 있는데, 임직원 보수를 삭감했고 노조와 합의를 통해 직원들도 각종 복지혜택을 반납하고 연휴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1천명을 해고한 것보다 실질적으로 더 큰 임금 절약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일종의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형태인데, 시황이 좋아지면 새 직원을 뽑아 숙련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올해도 같은 방향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하이닉스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는 매각 주간사를 이미 주주협의회에서 선정한 상태다. 매각 의사를 밝힌 만큼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채권단의 실사는 없었고, 매각 주간사 선정에 앞서 전반적 M&A 방향에 대해 주주단이 투자은행(IB)의 컨설팅을 받아 점검한 적은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다수의 원매자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은 시장 상황이 바뀌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본격 매각 작업에 들어가면 다수의 원매자가 나타나리라고 생각한다.
-- 3가지 경영 시나리오 중 '최악' 상황은 어떤 것인가.
▲ 공급, 수요, 판매가격 등의 요소를 기준으로 '워스트' 케이스를 가정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올해 내내 회복이 안되고 대부분의 메모리 분야에서 수요 감소가 나타나는 것이고, 공급 측면에서는 업계의 본격적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공급초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해 1분기가 작년 4분기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가정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신속한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공급 조정이 이뤄진 후 작년 4분기가 '바닥'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보통 4분기보다 1분기 전체 수급이 20% 정도 줄어드는데, 올해의 경우 감소 비율이 예년에 비해 적지 않겠느냐는 희망적 전망도 있다.
-- 엘피다.파워칩.프로모스 등의 연합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시작된 엘피다와의 기술 협력은 향후 어떻게 되나.
▲ 대만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는 대만 정부의 지원 관련 공식 발표 등이 나와봐야 한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설비와 연구개발을 혼자 충분히 갖출 수 없고 재료비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합종연횡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경쟁력의 핵심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장기적 기술.원가 경쟁력인 만큼 우리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고해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현재의 기술.원가 경쟁력으로 미뤄 지금의 20% 수준인 D램 시장 점유율을 우리가 유지하는데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와 삼성이 작년 5월부터 50나노 생산에 들어갔는데, 겪어보니 60나노보다 기술을 단기간 습득하기가 어렵다. 뒤따라오는 업체들이 50나노에서 충분한 수율을 올리며 생산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하이닉스의 66나노 수율은 상당히 만족스럽게 높은 수준이며, 54나노 수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1년 정도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합종연횡은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프로모스와의 기술 협력 문제는 우리 정부에 의뢰했고, 프로모스도 대만 정부 등과 얘기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 지 예단하기 어렵다. 우리는 지속적 협력관계를 원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프로모스가 우리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에 불과, 세계 전략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 현재 메모리 업계는 대규모 수요를 이끌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없어 전환점을 맞은 것 아니냐.
▲ 작년까지는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수시로 나타났지만, 이제 그런 어플리케이션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반도체 산업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데 공감한다. 2007년까지 전체 메모리 시장이 연평균 13~14% 성장했으나 이제 8% 안팎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체 제조업 성장률에 비해서는 여전히 메모리 산업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범 마케팅본부 전무)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예전 애플 제품 등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노트북용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메인 메모리 D램 역시 용량이 큰 4기가, 8기가 등의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점점 살아날 것으로 본다. 경기 침체에 전자업체들도 신상품을 시장에 내놔야하기 때문이다.
-- 추가 감산 계획 있나. 미국 유진공장 매각 건은.
▲ 우리는 현금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만큼 '캐쉬 버닝'이 필요한 영업은 안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앞으로 수급 상황과 판매가격이 재료비 등 원가를 맞춰줄 수준이 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현재 이상의 감산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예단할 수는 없다.
유진 뿐 아니라 이천, 청주 라인도 매각 대상이다. 지금 유진 공장 매각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다. 장비만 별도로 협상을 벌이고 있고, 공장부지는 따로 매각을 추진한다.
-- 낸드 플래시 부문의 올해 전략은.
▲ 지난해 낸드플래쉬에서는 선두 업체와의 차이를 크게 좁히지 못했지만 41나노 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격차를 상당히 좁힐 것이다. 41나노는 1분기말 정도면 대량 생산될 것이다.
48나노 수율은 현재 기대하는 최고 수준에 거의 근접하고 있고, 41나노도 상당히 빨리 따라가고 있다. (뉴스검색제공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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