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블랙베리에서부터 트위터와 위키피디아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인기 IT 기기 및 서비스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총 10종의 제품과 그 어원을 살펴봤다.
아이팟 : “Open the pod bay door, Hal”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中
애플이 MP3를 개발하는 동안,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전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맥을 여타 기기의 허브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프리래서 카피라이터인 비니 치에코는 여기에 착안했다. 그는 모든 종류의 허브를 검토했고 결국 우주선의 개념을 떠올렸다. 떠날 수 있지만 연료 충전을 위해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대상으로서 말이다. 그 결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의 마지막 커넥션인 ‘팟(pod)'에 착안했으며, 여기에 아이맥과의 연결성을 더하는 ’아이(i)‘를 추가해 아이팟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다.
블랙베리 : 달콤하고 평화로울 것
캐나다의 리서치 인 모션은 지난 2001년 새롭게 개발한 무선 이메일 기기의 작명을 위해 렉시콘 브랜딩에 네이밍을 의뢰하게 된다. 이 컨설팅 기업은 그러나 ‘이메일’이라는 단어를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 단어가 혈압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즐거움과 평화로운 느낌의 단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누군가가 이 기기의 작은 버튼이 마치 식물의 씨와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 후 렉시콘의 작명팀은 여기에 착안해 스트로베리, 멜론 등을 검토했으며 마침내 ‘블랙베리’로 확정하게 된다. 즐거움을 주는 단어인 동시에 검은 색상이 기기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파이어폭스 : “어쩌다보니 마음에 드네”
제품의 본질을 잘 반영하면서도 사용가능한 이름을 고르기란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다. 모질라도 이를 절실히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모질라 브라우저의 초기 버전 이름은 ‘파이어버드’였다. 그러나 이 이름은 동일한 이름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후 회사는 브라우저의 이름을 파이어폭스로 개명시켰다. 이유는? 그들은 말하기를 “그냥 기억하기 쉬웠다. 어감도 좋았고 독특한 맛도 있었다. 우리 모두 좋아했다”라고 회상했다.
트위터 : 수십 마리의 새 떼가 소통하는 방식
트위터의 공동설립자 비즈 스톤의 회상이다. 잭 도시가 2006년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봤을 때 그는 새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짧은 정보에 대해 모든 이가 반응하고 공유하는 방식 말이다. 이로 인해 그는 새 소리를 연상시키는 ‘twttr'이라는 단어를 제안했고 다른 이가 몇몇 철자를 추가함으로써 트위터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름은 IT 업계에서 가장 직관적인 네이밍으로 평가받고 있다.
윈도우 7 : 7이라는 숫자의 마력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영체제의 명칭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왜 기검증된 네이밍 방식으로 돌아갔는지 살펴보면 될 듯 하다. 비스타? 윈도우 95? XP? 이들 이름은 나름대로 신선했고 이미 충분히 제 몫을 했다. 회사의 마이크 내시는 윈도우 7의 이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하게 이는 윈도우의 일곱 번째 버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윈도우 7은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7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행운’의 의미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싱크패드 : 단순함의 승리
1992년, 역사에 남을만한 노트북 제품군이 출시됐다. 바로 IBM의 싱크패드. 당시 싱크패드라는 말은 원래 있었지만, 정식 제품명으로 무엇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IBM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IBM의 펜 컴퓨팅 그룹은 제품명을 단순한 ‘싱크패드’로 사용하고 싶어했지만, IBM의 제품명 위원회는 숫자가 들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모든 IBM 제품명에는 숫자가 들어있는데, 그러면 싱크패드를 어떻게 숫자로 만들 수 있을까? 어쨌건 결론은 이것을 공개한 IBM 직원의 뻔뻔스러움 덕택에 싱크패드가 제품명으로 결정됐고, 2005년 레노버에 팔긴 했지만, 큰 인기몰이를 했다.
안드로이드 : 비밀스럽지만 별 것 없는 이름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pen Handset Alliance)의 새로운 오픈소스 모바일용 플랫폼이자, 신제품 G1이 채택한 구글 제품의 이름 뒤에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조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에 구글의 큰 속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05년으로 돌아가 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신생업체를 조용히 인수했는데, 당시 비즈니스위크는 “휴대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를 비밀스럽게 인수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모든 구글의 비밀과 인터넷 과대선전의 결과는 2008년 10월 22일 T-모바일의 G1 출시로 이어졌다.
위키피디아 : 소리 나는 대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위키피디아라는 이름은 위키(wiki: 협업을 위한 웹사이트를 생성하는 기술)와 백과사전(encyclopedia)의 합성어다. 참고로, 합성어는 멋진 두 개의 단어를 골라 하나로 섞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좋았다. “많은 것이 바뀔수록 변하지 않는다”라는 속담처럼, 오늘날 애와 어른 할 것 없이 백과사전대신에 위키피디아를 사용하고 있다.
맥 OS X과 레오파드 : 고양이과의 날렵한 특징
인기 있는 애플의 맥 운영체제인 X는 실제로 로마 숫자 10을 의미한다. 맥 OS 9에 이은 10번째 제품이기 때문. 애플 마니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글자를 ‘엑스’로 읽는다. 더 흥미로운 것은 OS X 출시 이후 배포된 버전별의 코드명이다. 10.0(X)의 코드명인 치타부터 퓨마, 재규어, 팬더, 타이거, 그리고 현재의 귀여운 레오파드까지 고양이과 동물들의 이름을 코드명으로 사용해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맥 OS 10.6의 코드명은 스노우 레오파드로 결정됐는데, 이후 버전의 이름으로는 링크스(lynx: 스라소니), 쿠거(Cougar: 아메리카 사자)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레드햇 리눅스 : 3가지 숨은 의미
레드햇 공동 창립자인 밥 영은 빨간 모자(red hat)이라는 이름에 여러 의미가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1. 자유와 권위에 대한 도전을 상징한다는 서부 역사 속의 빨강이다.
2. 공동 창립자인 마크 유잉이 대학 시절 할아버지의 빨간 중절모를 자주 쓰곤 했다. 이로 인해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 때마다 “빨간 모자를 쓴 남자”를 찾았던 일화에서 유래됐다.
3. 유잉은 그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이름을 레드햇 1, 2 등등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유잉이 리눅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그저 레드햇 리눅스라고 명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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