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의 네모난 세상 | 스펙보단 감성이다

한홍기 | IDG Korea 2008.11.05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어떤 카메라를 구입하는가?’이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자신의 카메라보다 스펙이 높은 고급기종에 대한 기대심리를 의논하고자 한다. 물론 고급카메라 즉, 고가인 카메라가 저가의 카메라보다 기능적으로 좋다는 것은 본인도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거나 저가의 보급형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유념해야 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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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보급형으로 나왔던 CANON EOS 300D로 촬영한 사진이다.

항상 꽃을 선물 받던 한 여인의 이별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고자 했던 사진이다.

 

이에 대해 ‘심도나 화소 그리고 기타 기능적인 면에 대한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카메라의 우수한 성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기술적인 면이 하나의 감정표현이 되기는 하지만, 꼭 그것만이 정답이 아니며, 좋은 사진은 아니다. 예전에 어느 사진커뮤니티 사이트에서 CANON의 EOS 5D에 대한 엄청난 인기와 함께 역시 5D사진이라는 칭찬들이 오고 갔다. 갤러리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그 사진 아래 달린 5D라는 글씨는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어떠한 작가의 사진이 사진커뮤니티의 메인 화면에 멋지게 올라왔다. 사진의 아래에는 역시 5D라고 적혀 있었다. 모두들 입에 침이 마르도록 5D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 많은 댓글과 추천이 있은 뒤, 사진을 업로드한 작가의 한 줄의 댓글에 모두 자신의 댓글을 삭제해 버렸다. 그 작가가 적은 한 줄의 댓글은 ‘미놀타 DYNAX 5D입니다.’ 이 예는 고급기종의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어떠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고급이던 보급형이던 그것을 구입하는 것은 개인적인 능력의 차이다. 하지만 카메라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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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100은 보다 고급기종 카메라가 많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명기로 인정을 받았었다. 세 남매는 노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키만큼 자라버린 나이에 따라 그들의 생각은 다르지 않을까?

 

물론 필자도 고급기종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며, 상업적인 사진작업을 할 경우에는 대부분 고급 카메라를 사용한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CANON A-1 필름 카메라나 CANON 익서스40을 지니고 있다. 이유는 단지 고급 카메라가 무겁다는 것이다. 평소 사진을 찍는데 CANON A-1이나 CANON 익서스40도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필자 주변에는 콤팩트 카메라 또는 저가의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좋은 사진을 발견할 때가 있다. 가끔은 필자의 사진이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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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첫눈이 내리던 날.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돌아오던 늦은 저녁인 그 날도카메라는 나와 함께 했다.

무겁고 커다란 카메라 보다는 작은 카메라가 유용할 때도 참 많다.

 

어느 날 사진을 막 시작한 한 친구가 고급기종으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상담을 해 온 적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면서, 친구와 같은 기종을 사용하는 분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 친구는 2년 넘게 아직도 그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항상 멋진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난 그 당시에 그에게 한 마디를 더했다. ‘당신이 사용하는 카메라를 눈감고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느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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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의 사진 전시회”라는 주제로 찍었던 사진이다.

우연히 기회가 맞아서 촬영했던 사진이지만, 노출값을 빠르게 바꾸는 민첩함이 촬영이었다.

4년 넘게 손에 익은 카메라는 순간순간 바뀌는 노출에도 민감하게 값을 바꿀 수 있어,

나에게 멋진 사진을 제공해 주었다.

 

사람이 각각의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진에 대한 사람마다의 생각과 감정이 다를 것이다. 만약 같은 장소나 같은 사물을 놓고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을 때, 그들이 셔터를 누르기까지 각자의 느낌이 다를 것이며,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으로 촬영할 것이다. 이것은 사진에 대한 또 다른 매력이면서 자신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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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기에는 좋은 사진이 될 수도 있지만, 별 감정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

비록 스토리 사진이지만 사진 한 장 한 장마다에 나의 감정을 실으려 노력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람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사진이 모든 사람에게 호응이나 칭찬을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어떠한 공통적인 감정이 한 사진을 통해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꼭 무엇이라 말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분명히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어떠한 감성에 대해 사진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마음의 파동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정말 좋은 감성 사진이 다른 사람에게 감성사진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에게나 감성사진은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할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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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촬영할 당시에 10명의 사진작가들과 함께 한 여인을 두고 촬영을 했다.

모두들 비슷한 사진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두들 다른 사진을 찍었다.

본인은 모델의 옆모습에서 나오는 빛라인을 담고자 했다.

 

고급 기종이 꼭 좋은 사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당신의 카메라는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수단이다. 지금도 나의 옆에는 언제나 촬영할 준비가 된 카메라가 놓여 있다. 여러분들의 카메라는 지금 어디 있는가? 카메라는 남에게 위세를 떨기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란 것은 확실하며, 지금 당신이 촬영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만족감과 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돈과 감성은 꼭 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감성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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