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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1세대 RTS 게임의 인상적인 귀환,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

Hayden Dingman | PCWorld 2020.06.10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사령관님.” 마지막으로 이 의자에 앉아 노드 형제단(Brotherhood of Nod) 병력을 지휘한 지 20년이 지났다.
 
ⓒ IDG / Hayden Dingman

그 사이 필자는 나이를 먹었지만 앞에서 브리핑하는 남자는 세상에 나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세스고 성은 모른다. 케인 본인의 지휘만 받는 부사령관이라고 한다. 화면에서 필자를 마주 보며 붉은 조명 속에서 베레모를 쓰고 말한다. “임무를 명령한다. 이자는 니쿰바(Nikoomba)로, 형제단에 많은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그의 견해는 우리와 일치하지 않으니 그를 침묵시켜라.”
 
20년이 지났지만 잠깐 필자의 어린 자신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임시 사령관인 친구의 집에서 간식을 먹던 시절 말이다. 1995년 커맨드 앤 컨커(Command & Conquer) 출시 이후 많은 것이 변했지만 커맨드 앤 컨커는 아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참고로 레드얼럿(Red Alert)에서 가끔 속도가 느려지고 버벅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널리 퍼진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초기 스팀(Steam) 리뷰를 주시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 같은 문제를 타이베리언 돈(Tiberian Dawm)에서는 볼 수 없었다.

우선 이들은 애정을 쏟을 만한 리마스터가 나왔다. 웨스트우드(Westwood) 전직 직원이 설립한 페트로글리프(Petroglyph)는 1995년 ‘커맨드 앤 컨커: 타이베리언 돈’과 1996년 후속 스핀오프 ‘커맨드 앤 컨커: 레드 얼럿’을 리마스터하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 IDG / Hayden Dingman

게임을 실행하는 첫 순간부터 인상적이었다. 타이베리언 돈이나 레드 얼럿을 처음 시작하면, 놀랍게도 설치 순서(installation sequence)를 변경할 수 있다. 이것이 인상적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1995년의 ‘설치 순서’ 개념을 살펴보자.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만 해도, 게임 설치 과정이 진행 표시줄이 천천히 채워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조금 더 흥미로울 때가 있었다.
 
당시 커맨드 앤 컨커는 최고의 설치 프로그램이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사운드 카드를 선택하고, 인터넷 연결을 설정하고, 게임을 설치할 위치를 지정하면, 그제야 진행 표시줄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진행 표시줄은 미래에서 왔거나, 레드 얼럿의 경우 평행 세계에서 온 듯한 디자인이었다.
 
물론 요즘에는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스팀을 통해 커맨드 앤 컨커를 설치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업데이트된 설치 순서가 나타난 후 사용자의 최신 모니터 해상도로 비주얼을 ‘업그레이드’하는 애니메이션이 안내된다.
 
이 안내는 첫 번째 미션까지 지속되며, 여기서 ‘스페이스(Space)’를 선택하면 전장에 대한 시야를 조정하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그렇게 하면 게임은 오리지널 타이베리언 돈과 레드 얼럿 스프라이트(sprites)에서 리마스터 버전으로 전환된다. 스페이스를 탭 하면 헤일로: 애니버서리 에디션(Halo: Anniversay Edition)처럼 언제든 오리지널과 리마스터 버전을 전환할 수 있다.
 
오리지널 ⓒ IDG / Hayden Dingman
 
리마스터 ⓒ IDG / Hayden Dingman

커멘드 앤 컨커 리마스터에서 사용자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또 있다. 오리지널과 업데이트 간에 아트, 사운드트랙, 심지어 제어 방식까지 전환할 수 있다. 게다가 제어 방식은 여러 항목으로 세분화돼, 왼쪽 마우스 키로는 1995 오리지널 버전의 명령을 내리고, 오른쪽 마우스 키로는 최신 버전에서 카메라를 스크롤 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사용자 대부분은 최신 그래픽, 최신 사운드트랙, 최신 제어를 사용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업데이트된 아트워크가 특히 인상적이다. 일단 페트로글리프는 매우 혹평받은 2018 크로노 트리거(Chrono Trigger) 리마스터처럼 리마스터 픽셀 아트로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위험을 무릅썼다. 타이베리언 돈과 레드 얼럿에도 비슷한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새로운 스프라이트는 오리지널 시리즈에 충실하며, 타이베이언 썬(Tiberian Sun)과 레드 얼럿2처럼 더 최신 버전의 선명한 선과 디테일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절정기의 웨스트우드가 만든 커맨트 앤 컨커와 같은 느낌이다. 아트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읽기 쉬워졌지만, 몇몇 실패한 리마스터 시도처럼 부족하거나 차별화되지 않은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오리지널 스프라이트로 전환하면 된다. 오리지널 커맨드 앤 컨커 경험은 몇 가지 토글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페트로글리프가 역사적 교훈이든,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든, 이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리마스터는 적어도 현대화만큼이나 보존화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곧 사소하지만 다양한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커맨드 앤 컨커는 최초의 실시간 전략 게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우 초기 작품이고 이 장르를 대중화하는 데 큰 공헌으로 했다. 스타크래프트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보다도 먼저 이룬 업적이다. 대신 미션 디자인, 인공 지능, 밸런스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고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디피니티브 에디션(Age of Empires: Definitive Edition)에 대한 기대와 비슷하다. 커맨드 앤 컨커는 RTS 장르를 대중화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지배했다. 이후 장르가 커지고 진화했으며 게임 자체도 개선됐다. 커맨드 앤 컨커는 그 기반을 닦은 게임이며 역사적인 이정표의 중요한 부분이다. 레드 얼럿도 마찬가지다.
 
ⓒ IDG / Hayden Dingman

그러나 오늘날 기준으로 상당히 단순한 것도 사실이다. 매우 불공평하기도 하다. 미션은 종종 부대 여럿이 무정형으로 뭉친 ‘데쓰볼(deathball)’을 만들어 적의 기지로 돌진하는 방식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통하는 방식이어서 단조롭다. 

군대도 놀랍도록 빠르게 무너진다. 보병이 특히 취약하며, 사용자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순간 소총과 엔지니어 소대 전체가 적의 탱크에 깔린다. 사용자 자신의 탱크에 희생되기도 한다. 적과 지루한 교착에 빠진 상태에서 더 많은 병력을 만들 돈이 없어 미션을 다시 시작한 경우도 있다. 적의 건틀릿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병력의 수가 제한된 경우 임무는 더 어려워졌다. 타이밍을 놓친 로켓 한 발 때문에 패배할 수도 있다.
 
이런 단점은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가 게임을 즐기기에 부적절하다거나 재미없다는 뜻이 아니다. 수년간 스타크래프트 II 기술 트리와 유닛 업그레이드 등을 겪은 이후라, 복잡하지 않은 느낌이 주는 만족감도 있다. 건물, 병력, 차량 등 커맨드 앤 컨커의 모든 것은 오른쪽 패널에서 구성한다. 기지로 돌아가 각 건물을 추적할 필요가 없다. 5가지 다른 자원을 추적할 필요도 없다. 군대 규모 제한도 없다.
 
© IDG / Hayden Dingman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좋은 일이고, 개인적으로 세부적인 관리가 적은 RTS에 전적으로 찬성이다. 그렇긴 해도,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가 너무 단순하고 불균형하다. 특히 레드 얼럿의 소련 탱크는 게임 전체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만큼 지나치게 강하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커맨드 앤 컨커, 특히 레드 얼럿을 재미있게 즐겼다. 아직 미국이나 소련 캠페인을 끝내지 못했지만 스토리가 매우 훌륭하다.

커맨드 앤 컨커가 유명한 다른 요소는 라이브 액션(FMV) 컷신이다. 레드 얼럿3에서 팀 커리의 과장된 연기가 가장 유명한데, 아직 모른다면 한번 찾아볼 만하다. 타이베리언 돈이나 오리지널 레드 얼럿 모두 이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연극적인 느낌이 있다. 레드 얼럿은 아인슈타인이 1931년으로 돌아가 히틀러를 죽이고 현재로 돌아와 독일의 부재 속에서 소련이 유럽을 정복하는 것을 발견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가짜 스탈린의 브리핑 룸에 앉아 조악한 의상을 입은 연기자가 어설픈 대사를 내뱉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게임 속에서 90년대 최고의 FMV 중 하나인 레드 얼럿의 원본 영상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안타깝다. 타이베리언 돈은 흠잡을 데가 없어 원본 필름을 다시 스캔했다. 반면 레드 얼럿에서는 1996년부터 압축된 영상을 AI가 화질을 개선했는데 생각만큼 선명하지 않다. 그런데도 미션을 하나씩 수행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는 두 가지 장르를 정의하는 게임의 환상적인 부활이다. 게임 역사에 중요한 기록이며, 오래된 추억을 다시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단,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가 다른 게임보다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II나 스타크래프트도 아니고, 심지어 레드 얼럿2도 아니다. EA가 이 게임을 리마스터하면 현재 최고의 장르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베리언 돈과 오리지널 레드 얼럿은 그 자체로 매우 즐겁지만, 이 게임이 만들어진 맥락 속에서만 그렇다.
 
물론 이걸로도 충분할 수 있다. 이번 리마스터는 철저하게 팬을 위한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는 매우 훌륭한 리마스터다. 설사 커맨드 앤 컨커 리마스터드에서 아쉬운 점을 더 많이 발견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RTS 장르는 1995년부터 먼 길을 왔고 마침내 부활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페트로글리프가 더 훌륭한 커맨드 앤 컨커 5를 만들지도 모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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