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1

오큘러스 퀘스트체험기 : ‘대박’이 기대되는 무선 VR 헤드셋

Hayden Dingman | PCWorld
무선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는 VR을 주류 시장으로 끌어올 힘이 있어 보인다.

지난 해 처음 오큘러스 커넥트 4를 체험해 보고 나서 처음 든 감상은 ‘놀랍다’였다. 오큘러스 커넥트 4는 처음으로 우리에게 VR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보여준 헤드셋이었다. 당시 오큘러스 커넥트 4는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Project Santa Cruz)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와이어 없는) VR헤드셋이지만 풀 포지션과 핸드 트래킹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우리가 그토록 무선VR에 가까워져 있었는지 몰랐다”고 평가했었다. 사실, 이 감상은 지금도 변함 없다.

하지만 이제 내년 봄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선VR이,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라는 이름으로 399 달러의 가격표를 달고 우리 곁에 찾아 올 것이다. 오큘러스 퀘스트의 기술적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글을 통해 소개한 바 있지만, 어제 공개된 키노트 연설을 보고 난 뒤 몇 가지 데모 영상을 더 찾아 보았다.

결론은? ‘대박이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영광의 퀘스트
키노트를 못 본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해 주자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대체품이 아니다. 오큘러스는 퀘스트 라인을 제3의 디바이스 티어로 보고 있으며 하위 라인인 고(Go) 라인과 탑 티어인 리프트의 중간 라인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무선 독립형 헤드셋이 하이엔드 PC의 성능을 따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고 제품군 보다는 훨씬 강력하며, 바이저(visor)에 달린 4대의 카메라 덕에 인사이드-아웃 트래킹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혼합현실(Mixed Reality) 헤드셋에 했던 시도와 유사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헤드셋은 여전히 PC에 묶여 있었다는 점은 다르다.

그 밖에 다른 면에서 퀘스트는 ‘고’와 ‘리프트’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저 부분은 리프트보다는 약간 작고, 고와 비슷하다. 퀘스트 라인은 또한 리프트의 폴드 다운 헤드폰을 사용하는 대신 스트랩에 스피커를 내장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스트랩 그 자체는 리프트의 디자인과 더 유사하다. 단단한 패브릭과 플라스틱 재질로 본체로부터 제거된 후에도 모양을 유지한다.

터치 컨트롤러도 약간 손을 보긴 했다. 아마도 손 움직임 추적 기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컨트롤러의 링 부분이 컨트롤러 상단부로 이동하면서, 컨트롤러를 낮게 잡아도 카메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

그 밖에는 솔직히 말해 커넥트 4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이 모든 요소들은 산타 크루즈 프로토타입에 있던 것들이다.



지난 해 공개된 데모 영상은 사실 아주 제한적이었다. 올 해 공개된 데모 영상도 제한적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번에 공개된 4개의 영상은 확실히 퀘스트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열성 팬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부터 테니스 스크램블(Tennis Scramble), 수퍼핫 VR(Superhot VR), 페이스 유어 피어(Face Your Fears,), 그리고 데드 & 베리드(Dead & Buried)의 순서로 데모 영상 리뷰를 해 볼까 한다. 가장 좋은 건 마지막까지 아껴 두었다.

오큘러스 퀘스트 : 테니스 스크램블 데모 평가
솔직히, 퀘스트 데모 영상에 테니스 게임을 이용한 것은 상당히 대담한 시도였다. 지난 해 산타크루즈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평했었다.

“손이 조금이라도 시야각 바깥으로 벗어나 움직이면 더 이상 카메라가 손 움직임을 추적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오큘러스 역시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 센서에 의존해 손 움직임을 투영한다. 따라서 손이 시야각 바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투영의 정확도는 떨어지게 된다.

우리 데모 영상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예컨대 테니스 게임 같은 것을 하게 된다면 손이 시야각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아마도 불편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콕 집어 ‘테니스’라고 말 한 것이 그대로 현실이 되다니. 마치 오큘러스 사에서 테니스 스크램블 데모 영상을 통해 나의 도전에 응해 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것은 문제가 되었다. 리프트나 바이브를 오래 사용해 본 사람은 손 움직임 추적이 저조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원래 테니스 게임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공을 쳐내야 한다. 오큘러스 퀘스트에서는 이러한 동작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공이 라켓에 제대로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가 아니라 공을 쳐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퀘스트에서도 시야각에서 벗어나는 손 움직임 트래킹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쓰다 보면 적응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헤드셋 만큼 빠릿빠릿한 느낌은 주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 퀘스트는 그렇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과연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얼마나 신경을 쓸까 생각해 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뭐 열성 팬들이야 그 차이를 느낄지 모르지만, 한 방향으로 만 움직일 수 있는(그리고 그마저도 버벅 거리는) 플레이스테이션VR도 잘 쓰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게다가 오큘러스 고나 기어 VR(Gear VR) 같은 경우 아예 핸드 트래킹 기능 자체가 없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쓰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퀘스트의 핸드 트래킹 기능이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기능상의 개선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오큘러스 퀘스트 : 수퍼핫 VR 데모 평가
퀘스트의 경우 설정도 훨씬 쉬운 편이다. 실제로 수퍼핫 VR을 보러 갔을 때 (내 생각에는 실수로 보여준 것 같지만) 설치 과정을 보게 되었다. 헤드셋을 착용하자 가디언(Guardian) 시스템을 재측정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가디언 시스템은 “벽에 너무 가깝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뜰 때 보이는 그 그리드 화면을 말한다.

현장에 나와 있던 기술자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나에게 헤드셋을 받아 가더니 그 자리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10초 정도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린 다음 재측정이 끝났다며 헤드셋을 돌려 주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가디언 시스템 재측정이 끝났다. 당시 체험할 때 바이저는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퀘스트의 사용 용이성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설정 과정은 리프트나 바이브 보다 수백 배는 더 간편해 보였다.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뒤뚱 뒤뚱 방 한 바퀴를 걸어야 하는 그 어색하고 민망한 과정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수퍼핫 VR은 오큘러스와 윈도우 MR 헤드셋을 비교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윈도우 MR은 작년 PAX 웨스트에서 필자에게 상당한 시련을 안겨준 데모이기도 하다.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훨씬 나았다. 테니스 스크램블과 마찬가지로 핸드 트래킹이 잘 안 된다고 느낀 순간도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핸드-투-핸드 전투 부문에서 그랬다. 그렇지만 퀘스트의 넓은 시야각 덕분에 이런 문제가 상당히 완화되는 듯 했고, 주변 시야에라도 들어와 있으면 아이템을 집어 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최소한 MR 헤드셋의 정면 카메라보다는 훨씬 나았다.

게다가 수퍼히어로 자체도 워낙 재미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말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 페이스 유어 피어 데모 평가
페이스 유어 피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여기 저기서 뭐가 튀어 나오고, 거미도 나오면서 놀래키는 호러 게임이라는 것 정도? 솔직히 이 데모가 기술적으로 뭔가를 보여준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물론 아날로그 스틱에 움직임이 매핑 되는 유일한 데모였지만 말이다.

굳이 추측해 보자면, 오큘러스가 이 데모를 통해 그래픽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3게임들은 모두 저사양, 만화영화 비주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 유어 피어는 최대한 ‘현실적’인 비주얼을 지향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리프트나 바이브 팬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은 없을 것이다. 오큘러스 퀘스트가 보여주는 환경은 모바일 게임 정도로 아주 단순하다. 이보다 비주얼이 훨씬, 훨씬 더 나은 VR은 얼마든지 있다. 레디 앳 다운(Ready at Dawn)의 론 에코(Lone Echo)같은 명작을 퀘스트에서 플레이 할 수 없다면 정말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대다수 사용자들이 이런 그래픽을 신경 쓸지는 역시 미지수다. 399달러라는 가격으로 훨씬 문턱을 낮추어 두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퀘스트의 경우 별도의 PC나 플레이스테이션, 심지어 스마트폰조차도 필요 없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 데드 & 베리드 데모 평가
그 동안 아케이드 스타일 VR게임에 대한 내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는데, 데드 & 베리드 데모로 그 애정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리프트나 바이브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룸 스케일의 경험을 지원할 것이다. 심지어 키노트 연설에서 오큘러스는 ‘룸 스케일 이상(Beyond Room-Scale)’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2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하나는 멀티-룸 가디언 시스템이다. 즉 오큘러스 퀘스트가 여러 가지 환경을 추적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거실에서 퀘스트를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침실로 이동해서 퀘스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두 공간 모두에서 퀘스트를 사용해 보았다는 가정 하에, 그 다음부터는 2번 설정할 필요 없이 두 공간 사이를 막힘 없이 오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데드 & 베리드는 퀘스트의 다른 장점을 잘 살린 게임이다. 베이스 스테이션이 필요 없는 퀘스트의 특성상 이론적으로 훨씬 더 넓은 공간을 트래킹 할 수 있다. 여기서 ‘이론적으로’라는 말을 굳이 끼워 넣은 이유는 데모에서 몇 가지 우회책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오큘러스 퀘스트가 출시되고 나야 알 것 같다.

어느 쪽이든, 데드 & 베리드 데모는 오큘러스가 ‘아레나-스케일(Arena-Scale)’ 경험이라고 부르는 환경에서 진행 되었다. 아레나 스케일은 4,000 제곱 피트가 넘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퀘스트의 트래킹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방에 테이프로 마킹을 하고, 데모 영상 안의 각종 구조물과 일치하는 위치에 박스를 쌓아 두었다. 덕분에 게임 속에서 손 떨림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물 위에 손을 올려 놓으면 실제로도 박스가 손에 닿아 보다 안정적으로 총을 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혼합 현실 데모는 예전에도 본 적 있지만, 베이스 스테이션이나 캘리브레이션 과정도 없이 이 정도로 유려하고 막힘 없는 혼합 현실 경험을 선사한 것은 퀘스트가 처음이었다. 사실 처음 데모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혹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 막바지에 가서는 아무런 망설임이나 거리낌 없이 그 공간 속을 활보하며 구조물(박스) 뒤에 숨기도 하고, 그 너머로 슬쩍 내다 보기도 하는 등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현재 대부분 VR아케이드 게임을 하려면 무거운 컴퓨터와 10여 가지 바이브 베이스 스테이션 등이 꼭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하드웨어가 선사하는 경험은 무척 즐겁고 흥미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퀘스트에 대한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격이 싼 데다가 유지, 보수도 덜 까다롭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해킹도 더 적다. 뭐, 실제로 어떨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키노트 연설 중 오큘러스에서 공개한 혼합현실 모드도 맛보기로나마 볼 수 있었다. 마치, “노르웨이 팝 밴드 아하(A-Ha)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 영상 같았다.” 하얀색 배경에 검은 아웃라인들이 여기 저기 그려져 있고 VR요소들이 나타나는 모습에 적절한 비유이다. 개발자들이 이런 기능을 어떻게 이용할 지도 궁금하다.

결론
이 모든 감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기대 된다’ 이다. 사실 산타 크루즈 데모에서 오큘러스의 미래 지향점을 엿볼 수 있었기에 놀랄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퀘스트가 실제 제품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 관심사는 과연 이것이 VR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내 느낌은 오큘러스 퀘스트가 가장 대중적인 VR 헤드셋으로써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지나치게 싼 가격만 강조하지도, 비싼 하이엔드 모델을 자처하지도 않는 오큘러스 퀘스트는 부담 없는 중간 지점에 포지셔닝을 하고 무난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성능을 내세운 대중적 VR 헤드셋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떨 지는 물론 내년에 출시가 되어 봐야 알 일이다. 앞서 말했듯, 오큘러스 퀘스트는 출시가가 399 달러로 정해졌으며 2019년 봄 출시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출시 직후 바로 달려가 구매할 필요는 없다. 실사용자들의 배터리 수명, 성능 등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고 난 뒤에 사도 늦지 않다.

하지만 ‘퀘스트’의 발표로 VR이 훨씬 더 흥미로운 시장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editor@itworld.co.kr
 

2018.10.01

오큘러스 퀘스트체험기 : ‘대박’이 기대되는 무선 VR 헤드셋

Hayden Dingman | PCWorld
무선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는 VR을 주류 시장으로 끌어올 힘이 있어 보인다.

지난 해 처음 오큘러스 커넥트 4를 체험해 보고 나서 처음 든 감상은 ‘놀랍다’였다. 오큘러스 커넥트 4는 처음으로 우리에게 VR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보여준 헤드셋이었다. 당시 오큘러스 커넥트 4는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Project Santa Cruz)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와이어 없는) VR헤드셋이지만 풀 포지션과 핸드 트래킹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우리가 그토록 무선VR에 가까워져 있었는지 몰랐다”고 평가했었다. 사실, 이 감상은 지금도 변함 없다.

하지만 이제 내년 봄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선VR이,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라는 이름으로 399 달러의 가격표를 달고 우리 곁에 찾아 올 것이다. 오큘러스 퀘스트의 기술적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글을 통해 소개한 바 있지만, 어제 공개된 키노트 연설을 보고 난 뒤 몇 가지 데모 영상을 더 찾아 보았다.

결론은? ‘대박이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영광의 퀘스트
키노트를 못 본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해 주자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대체품이 아니다. 오큘러스는 퀘스트 라인을 제3의 디바이스 티어로 보고 있으며 하위 라인인 고(Go) 라인과 탑 티어인 리프트의 중간 라인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무선 독립형 헤드셋이 하이엔드 PC의 성능을 따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고 제품군 보다는 훨씬 강력하며, 바이저(visor)에 달린 4대의 카메라 덕에 인사이드-아웃 트래킹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혼합현실(Mixed Reality) 헤드셋에 했던 시도와 유사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헤드셋은 여전히 PC에 묶여 있었다는 점은 다르다.

그 밖에 다른 면에서 퀘스트는 ‘고’와 ‘리프트’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저 부분은 리프트보다는 약간 작고, 고와 비슷하다. 퀘스트 라인은 또한 리프트의 폴드 다운 헤드폰을 사용하는 대신 스트랩에 스피커를 내장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스트랩 그 자체는 리프트의 디자인과 더 유사하다. 단단한 패브릭과 플라스틱 재질로 본체로부터 제거된 후에도 모양을 유지한다.

터치 컨트롤러도 약간 손을 보긴 했다. 아마도 손 움직임 추적 기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컨트롤러의 링 부분이 컨트롤러 상단부로 이동하면서, 컨트롤러를 낮게 잡아도 카메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

그 밖에는 솔직히 말해 커넥트 4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이 모든 요소들은 산타 크루즈 프로토타입에 있던 것들이다.



지난 해 공개된 데모 영상은 사실 아주 제한적이었다. 올 해 공개된 데모 영상도 제한적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번에 공개된 4개의 영상은 확실히 퀘스트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열성 팬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부터 테니스 스크램블(Tennis Scramble), 수퍼핫 VR(Superhot VR), 페이스 유어 피어(Face Your Fears,), 그리고 데드 & 베리드(Dead & Buried)의 순서로 데모 영상 리뷰를 해 볼까 한다. 가장 좋은 건 마지막까지 아껴 두었다.

오큘러스 퀘스트 : 테니스 스크램블 데모 평가
솔직히, 퀘스트 데모 영상에 테니스 게임을 이용한 것은 상당히 대담한 시도였다. 지난 해 산타크루즈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평했었다.

“손이 조금이라도 시야각 바깥으로 벗어나 움직이면 더 이상 카메라가 손 움직임을 추적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오큘러스 역시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 센서에 의존해 손 움직임을 투영한다. 따라서 손이 시야각 바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투영의 정확도는 떨어지게 된다.

우리 데모 영상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예컨대 테니스 게임 같은 것을 하게 된다면 손이 시야각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아마도 불편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콕 집어 ‘테니스’라고 말 한 것이 그대로 현실이 되다니. 마치 오큘러스 사에서 테니스 스크램블 데모 영상을 통해 나의 도전에 응해 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것은 문제가 되었다. 리프트나 바이브를 오래 사용해 본 사람은 손 움직임 추적이 저조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원래 테니스 게임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공을 쳐내야 한다. 오큘러스 퀘스트에서는 이러한 동작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공이 라켓에 제대로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가 아니라 공을 쳐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퀘스트에서도 시야각에서 벗어나는 손 움직임 트래킹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쓰다 보면 적응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헤드셋 만큼 빠릿빠릿한 느낌은 주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 퀘스트는 그렇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과연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얼마나 신경을 쓸까 생각해 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뭐 열성 팬들이야 그 차이를 느낄지 모르지만, 한 방향으로 만 움직일 수 있는(그리고 그마저도 버벅 거리는) 플레이스테이션VR도 잘 쓰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게다가 오큘러스 고나 기어 VR(Gear VR) 같은 경우 아예 핸드 트래킹 기능 자체가 없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쓰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퀘스트의 핸드 트래킹 기능이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기능상의 개선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오큘러스 퀘스트 : 수퍼핫 VR 데모 평가
퀘스트의 경우 설정도 훨씬 쉬운 편이다. 실제로 수퍼핫 VR을 보러 갔을 때 (내 생각에는 실수로 보여준 것 같지만) 설치 과정을 보게 되었다. 헤드셋을 착용하자 가디언(Guardian) 시스템을 재측정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가디언 시스템은 “벽에 너무 가깝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뜰 때 보이는 그 그리드 화면을 말한다.

현장에 나와 있던 기술자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나에게 헤드셋을 받아 가더니 그 자리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10초 정도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린 다음 재측정이 끝났다며 헤드셋을 돌려 주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가디언 시스템 재측정이 끝났다. 당시 체험할 때 바이저는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퀘스트의 사용 용이성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설정 과정은 리프트나 바이브 보다 수백 배는 더 간편해 보였다.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뒤뚱 뒤뚱 방 한 바퀴를 걸어야 하는 그 어색하고 민망한 과정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수퍼핫 VR은 오큘러스와 윈도우 MR 헤드셋을 비교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윈도우 MR은 작년 PAX 웨스트에서 필자에게 상당한 시련을 안겨준 데모이기도 하다.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훨씬 나았다. 테니스 스크램블과 마찬가지로 핸드 트래킹이 잘 안 된다고 느낀 순간도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핸드-투-핸드 전투 부문에서 그랬다. 그렇지만 퀘스트의 넓은 시야각 덕분에 이런 문제가 상당히 완화되는 듯 했고, 주변 시야에라도 들어와 있으면 아이템을 집어 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최소한 MR 헤드셋의 정면 카메라보다는 훨씬 나았다.

게다가 수퍼히어로 자체도 워낙 재미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말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 페이스 유어 피어 데모 평가
페이스 유어 피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여기 저기서 뭐가 튀어 나오고, 거미도 나오면서 놀래키는 호러 게임이라는 것 정도? 솔직히 이 데모가 기술적으로 뭔가를 보여준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물론 아날로그 스틱에 움직임이 매핑 되는 유일한 데모였지만 말이다.

굳이 추측해 보자면, 오큘러스가 이 데모를 통해 그래픽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3게임들은 모두 저사양, 만화영화 비주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 유어 피어는 최대한 ‘현실적’인 비주얼을 지향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리프트나 바이브 팬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은 없을 것이다. 오큘러스 퀘스트가 보여주는 환경은 모바일 게임 정도로 아주 단순하다. 이보다 비주얼이 훨씬, 훨씬 더 나은 VR은 얼마든지 있다. 레디 앳 다운(Ready at Dawn)의 론 에코(Lone Echo)같은 명작을 퀘스트에서 플레이 할 수 없다면 정말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대다수 사용자들이 이런 그래픽을 신경 쓸지는 역시 미지수다. 399달러라는 가격으로 훨씬 문턱을 낮추어 두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퀘스트의 경우 별도의 PC나 플레이스테이션, 심지어 스마트폰조차도 필요 없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 데드 & 베리드 데모 평가
그 동안 아케이드 스타일 VR게임에 대한 내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는데, 데드 & 베리드 데모로 그 애정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리프트나 바이브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룸 스케일의 경험을 지원할 것이다. 심지어 키노트 연설에서 오큘러스는 ‘룸 스케일 이상(Beyond Room-Scale)’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2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하나는 멀티-룸 가디언 시스템이다. 즉 오큘러스 퀘스트가 여러 가지 환경을 추적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거실에서 퀘스트를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침실로 이동해서 퀘스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두 공간 모두에서 퀘스트를 사용해 보았다는 가정 하에, 그 다음부터는 2번 설정할 필요 없이 두 공간 사이를 막힘 없이 오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데드 & 베리드는 퀘스트의 다른 장점을 잘 살린 게임이다. 베이스 스테이션이 필요 없는 퀘스트의 특성상 이론적으로 훨씬 더 넓은 공간을 트래킹 할 수 있다. 여기서 ‘이론적으로’라는 말을 굳이 끼워 넣은 이유는 데모에서 몇 가지 우회책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오큘러스 퀘스트가 출시되고 나야 알 것 같다.

어느 쪽이든, 데드 & 베리드 데모는 오큘러스가 ‘아레나-스케일(Arena-Scale)’ 경험이라고 부르는 환경에서 진행 되었다. 아레나 스케일은 4,000 제곱 피트가 넘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퀘스트의 트래킹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방에 테이프로 마킹을 하고, 데모 영상 안의 각종 구조물과 일치하는 위치에 박스를 쌓아 두었다. 덕분에 게임 속에서 손 떨림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물 위에 손을 올려 놓으면 실제로도 박스가 손에 닿아 보다 안정적으로 총을 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혼합 현실 데모는 예전에도 본 적 있지만, 베이스 스테이션이나 캘리브레이션 과정도 없이 이 정도로 유려하고 막힘 없는 혼합 현실 경험을 선사한 것은 퀘스트가 처음이었다. 사실 처음 데모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혹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 막바지에 가서는 아무런 망설임이나 거리낌 없이 그 공간 속을 활보하며 구조물(박스) 뒤에 숨기도 하고, 그 너머로 슬쩍 내다 보기도 하는 등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현재 대부분 VR아케이드 게임을 하려면 무거운 컴퓨터와 10여 가지 바이브 베이스 스테이션 등이 꼭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하드웨어가 선사하는 경험은 무척 즐겁고 흥미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퀘스트에 대한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격이 싼 데다가 유지, 보수도 덜 까다롭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해킹도 더 적다. 뭐, 실제로 어떨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키노트 연설 중 오큘러스에서 공개한 혼합현실 모드도 맛보기로나마 볼 수 있었다. 마치, “노르웨이 팝 밴드 아하(A-Ha)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 영상 같았다.” 하얀색 배경에 검은 아웃라인들이 여기 저기 그려져 있고 VR요소들이 나타나는 모습에 적절한 비유이다. 개발자들이 이런 기능을 어떻게 이용할 지도 궁금하다.

결론
이 모든 감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기대 된다’ 이다. 사실 산타 크루즈 데모에서 오큘러스의 미래 지향점을 엿볼 수 있었기에 놀랄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퀘스트가 실제 제품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 관심사는 과연 이것이 VR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내 느낌은 오큘러스 퀘스트가 가장 대중적인 VR 헤드셋으로써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지나치게 싼 가격만 강조하지도, 비싼 하이엔드 모델을 자처하지도 않는 오큘러스 퀘스트는 부담 없는 중간 지점에 포지셔닝을 하고 무난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성능을 내세운 대중적 VR 헤드셋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떨 지는 물론 내년에 출시가 되어 봐야 알 일이다. 앞서 말했듯, 오큘러스 퀘스트는 출시가가 399 달러로 정해졌으며 2019년 봄 출시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출시 직후 바로 달려가 구매할 필요는 없다. 실사용자들의 배터리 수명, 성능 등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고 난 뒤에 사도 늦지 않다.

하지만 ‘퀘스트’의 발표로 VR이 훨씬 더 흥미로운 시장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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