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 보안

스마트 빌딩 해킹, 가능한가

J.M. Porup | CSO 2018.09.10
사무실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중에 무서운 일이 시작된다. HVAC(Heating, Ventilation, & Air Conditioning, 공조시스템)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지만 끼익거리는 소리에 사레가 들리고 만다. 지금까지 배관에서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조명이 깜박거리더니 꺼진다. 잠시 정적 후 공포가 사무실을 뒤덮는다.


Credit: IDG

자신과 동료 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엘리베이터로 달려간다. 문이 열리고 닫히지만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아이들은 건물을 가리키며 귀신 나오는 건물이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저예산 저질 헐리웃 영화 같이 들리겠지만 충분한 보안 대책이 없을 경우, 현실에서 발생할 법한 시나리오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디스 카윈(Edith Cowan) 대학 연구진이 새롭게 발표한 보고서는 스마트 빌딩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했다. 

건물도 해킹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조직은 이런 위험을 완화할 방법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다. 또한 시설 관리 측면에서 사이버보안과 물리적 보안이 결합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새로운 지침 문서는 조직이 직면한 보안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단계별 점검 목록을 제안했다.

BACS이란 무엇인가
BACS(Building Automation and Control Systems)는 지능형 건물 관리 시스템(IBMS)이라고도 하며, 냉난방과 조명, 엘리베이터, 소화 시스템, 보안 카메라를 포함한 접근 통제를 세부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질병 이름인 IBS와 헷갈리지 말자). 이른바 "스마트 빌딩"은 에너지 효율성이 더 높고 기존 인력 노동을 상당부분 자동화하므로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 당연히 채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보안 위험을 감안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층건물 자체를 하나의 초대형 IoT 토스터로 바꾸는 데는 그만한 가치가 분명 있지만, 경영진은 충분한 보안을 위한 투자 비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뭔가 잘못될 경우 토스터처럼 빵이 타는 정도의 피해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의 평판은 물론,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 기능도 타격을 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안 우려와는 별개로 스마트 빌딩 도입은 매년 15~34% 증가 추세이며 BACS 시장은 2022년에 1,040억 달러(117조 4,16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또 한 가지, 스마트 빌딩은 인터넷에 연결된다. 마음만 먹으면 쇼단(Shodan)에서 찾을 수 있다.

쇼단의 스마트 빌딩
스마트 빌딩 시스템의 모니터링 담당자는 보통 시설 보안 직원이다. 이 말은 윈도우 데스크톱과 웹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통제 시스템에 액세스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스마트 빌딩 보호에서는 엔드포인트 및 웹 서버 보안이 핵심이다.

머큐리 ISS(Mercury ISS)의 보안 연구원이자 컨설턴트인 에드 페럴은 "현대의 건물에 채택된 최소공통분모는 HTTP 인터페이스"라며, "따라서 공격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액세스할 수 있다. 해킹하기도 쉽지만 관리 감독하는 것은 더 쉽다"고 말했다.

쇼단에서 '델타웹(deltaweb)', '나이아가라(Niagara)', 그리고 'port=47808' 등을 검색하면 퍼블릭 웹 로그인 페이지가 있는 온갖 종류의 스마트 빌딩 통제 시스템이 나타난다. 심지어 일부는 텔넷이 활성화된 상태다.


Credit: Optergy Enterprise

보안 연구원 빌리 리오스와 테리 맥코클은 2012년 건물 자동화 및 제어 시스템에 폭넓게 사용되는 트리듐(Tridium)의 나이아가라 AX 프레임워크(Niagara AX Framework)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했다. 이 두 연구원은 비교적 간단한 기법을 사용해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를 다운로드할 수 있었고 이후 트리듐은 패치를 내놨다.

이런 웹 서버 및 웹 서버에 연결되는 데스크톱을 보호하는 것은 분명 보안 엔지니어의 역할이다.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다. 정보 보안과 물리적 보안이 이제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보 시스템을 해킹하면 시설에 대한 물리적 접근에 도움이 되며, 반대로 물리적 접근 권한은 핵심 정보 시스템에 침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여러 입주 기업이 있는 고층건물에서 통합된 정보 및 물리적 보안의 책임자는 정확히 누구일까.

"스마트 빌딩"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
제로데이 익스플로잇이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 빌딩" 보안의 골칫거리는 책임 전가다.

정보 보안, 물리적 보안, 시설 관리는 전통적으로 서로 별개의 부서이며 이 가운데서 현대 건물의 보안 전체를 온전히 책임지는 부서는 없다. 게다가 입주 기업이 많은 고층건물의 경우 보통 별도의 통합 업체가 소유주 대신 건물을 관리한다.

입주 기업마다 보안 요구 사항이 다르다. 10층에 입주한 정부 부처의 보안 요구 사항은 1층 임시 사무실의 보안 요구 사항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고유한 또는 높은 수준의 보안 요구 사항이 있는 기업이라면 임대 계약 시 이러한 부분을 포함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현대 "스마트 빌딩"에서 물리적 보안과 정보 보안의 융합에는 보안 엔지니어와 물리적 보안 팀, 시설 관리 주체, 그리고 예산을 좌우하는 고위 임원 간의 더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디스 카윈 대학의 보안과학 부교수이자 책임 연구원인 데이브 브룩스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직 관점에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이런 시스템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유일한 방법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조직 전반의 워킹 그룹을 구성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중간 관리자 간의 회의가 더 많아진다는 소식은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현대 고층건물 보안이 지닌 막대한 복잡함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워킹 그룹이다.

페럴은 "복잡하게 꼬인 보안에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음을 발견했다"면서, "머리를 모래에 파묻은 채 '문제가 있음을 모르는 한 우리에게는 문제 없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페럴은 이어 "순수한 보안 엔지니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사이버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 그리고 소셜 세계가 만나는 교차로다. 건물 자동화 및 제어 시스템은 그 교차로에서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지침을 제공하는 이 보고서의 목적은 경영진이 조직의 위험을 식별, 평가하고 이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는 데 있다.

스마트 빌딩을 위한 보안 점검 목록
정보 보안과 물리적 보안이 얽히고설킨 현대 스마트 빌딩의 압도적인 복잡함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 솔루션이 아닌 관리 솔루션이다. 브룩스는 "이 지침 문서는 조직 전반에서 질문을 시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관리 도구"라고 말했다.

브룩스는 "이 지침 문서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위해 작성됐다"면서, "다른 부서와의 소통 없이 혼자서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건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다. 과거 격리됐던 각 부서의 공조는 스마트 빌딩 보안 관리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이 지침 문서는 기업에서 위협 모델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시설에 적합한 보안 수단의 수준은 건물 시스템이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시설보다 훨씬 더 높다.

조직에 맞는 위협 모델을 확인했다면 그 이후의 점검 목록은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적절한 프로세스와 절차가 마련되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흔히 말하듯 보안은 제품이 아니라 프로세스다. 여기서 점검 목록의 초점은 컴퓨터 코드가 아닌 인적 조직에 있다.

그래서, 귀신이 나오는 고층건물은 실제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페럴은 회의적이다. 페럴을 "무슨 피해를 입힐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기업 평판의 하락이 가장 큰 피해일 것"이라며, "위험은 분명 존재하지만 공격의 위험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Tags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