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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뷰 | 홈팟, 디자인과 음질 좋지만… “애플답지 않은 미완의 스마트 스피커”

Jason Cross | Macworld 2018.02.19


완전히 노출된 개인 아이클라우드 계정
이러한 시리의 한계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홈팟의 한계에도 일부분 기인하고 있다. 홈팟과 iOS 기기를 연결할 때 홈팟은 해당 기기의 아이클라우드 계정과 정보를 이용한다. 때문에 사실상 그 기기에 대고 말을 거는 모든 사람을 해당 기기의 소유자로 인식한다. 또 동일한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누구라도 당신의 계정 상에서 메시지를 보내거나 미리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 요청(personal request)’들은 스마트폰이 집에 있고, 동일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을 때만 작동하며, 완전히 비활성화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단지 홈팟이 계정 주인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서 기능 자체를 비활성화 해버리는 것이 올바른 솔루션은 아닐 것이다.

설령 개인적 요청 기능을 완전히 꺼 놓는다 해도, 홈팟과 근접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홈팟의 음악 재생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애플 뮤직에 기록되는 당신의 음악 선호 취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아이들이 계속해서 디즈니 음악을 재생할 경우 당신의 ‘음악 추천’ 목록은 만화 주제곡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홈 앱에서 이 기능을 비활성화 시킬 수는 있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홈팟을 직접 사용할 때에도 그 데이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 역시 현재로써 유일한 해결책은 기능 자체를 비활성화 시키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음악 추천의 경우,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해서 크게 손해 보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에서 수 주일 동안 애플 뮤직을 사용해 보고, 또 홈팟에서 몇 시간씩 음악을 들어봤지만, 애플의 음악 추천이 정확하거나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애플이 추천한 음악들 중 절반 가까이는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홈팟과 시리의 조합은 몇 가지 중요한 과제들을 어렵지 않게 해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음악 소리가 큰 방 건너편에서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을 때에도 홈팟은 거의 최고 수준의 정확도로 나의 명령을 인식해냈다. 소리지르지 않고 이야기해도 홈팟은 충분히 내 말을 알아 들었다. 물론, 그 어떤 디지털 어시스턴트도 “Forkin’ Bullshirt”을 재생해 달라는 요청을 정확히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그 정도의 언어 유희까지 이해하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니 상관 없다.

시리의 목소리는 매우 자연스럽고 친절한 느낌을 주며, 여성과 남성 옵션을 모두 제공하고, 또한 미국, 호주, 영국 액센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알렉사는 80년대 로봇 같은 목소리를 고수하고 있다.

미완성 교향곡
한마디로 말해, 홈팟은 아직 미완성 단계이다. 모든 스마트 스피커들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함께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홈팟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우선 작년 여름 애플이 약속했던 2가지 주요 기능들조차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2대의 홈팟을 같은 방 안에서 진짜 스테레오 설정으로 사용할 수도 없고, 여러 대의 홈팟을 연결하여 집 전체 오디오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플 측에 따르면 두 기능들 모두 올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도입될 것이라고 하지만, 경쟁사 제품들은 이미 이런 기능들을 다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프라이버시 및 보안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애플이 지나가는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으며 유저와 낯선 이의 목소리조차 구분하지 않는, 완전히 오픈된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도 의아하다. 뿐만 아니라 미리 알림, 메모, 메시지와 같은 개인적인 정보에 대한 액세스도 허용하고 있다. 애플은 아직까지 다중 음성 인식 기능이나 사용자 계정 기능 등을 도입할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가 없으며, 이런 상태의 제품은 애플 팬이라 할지라도 추천하기가 어렵다.

홈팟은 높은 하드웨어 완성도와 최고 수준의 사운드 퀄리티를 자랑하며,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사용자의 목소리를 정확히 잡아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 서비스 및 연결 옵션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홈키트 지원도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특히 시리는 다른 가상 어시스턴트들에 비해 엄청나게 뒤쳐져 있다. 게다가 홈팟에서 시리를 사용할 경우 아이폰에서 사용할 때보다 훨씬 쓰임이 제한적이다.

홈팟과 같은 메이저 제품이 이렇게 미완의 상태로 시장에 나온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특히나 애플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의외이다. 홈팟은 미숙한 상태로 시장에 나오기보다 몇 달 정도 더 리허설을 거친 후 출시되었어야 했던 제품임이 분명해 보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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