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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뷰 | 홈팟, 디자인과 음질 좋지만… “애플답지 않은 미완의 스마트 스피커”

Jason Cross | Macworld 2018.02.19


완벽하게 배타적인 애플 전용 스피커
이처럼 훌륭한 사운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홈팟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시리에게 특정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라고 명령하거나, ‘이 아티스트의 다른 곡 듣기,’ 무드 및 장르에 따른 음악 듣기와 같이 다양한 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애플의 자체적인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가능하다. 아이튠즈를 통해 구매한 음악이나, 아이튠즈 뮤직 매치(Music Match) 및 애플 뮤직을 통해 업로드 된 음악이 필요하다. 또한 (애플 뮤직이나 팟 캐스트를 통하여) 별도의 구독 없이도 팟 캐스트를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다. 위에서도 말했듯 물리적인 인풋이나 아웃풋 경로가 없다. 비 애플 제품과 무선으로 연결하여 쓸 수라도 있었으면 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블루투스 5 하드웨어이지만 설정 중에만 블루투스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홈팟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시리도 애플 뮤직 외에 그 어떤 음악 서비스에도 연결되지 않는다. 스포티파이도, 판도라도, 유튜브도, 다 소용이 없다.



에어플레이 디바이스로 홈팟을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즉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 있는 음악을 홈팟으로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쓰임은 제한적이다. 에어플레이는 버퍼링이 심하고 고유의 레이턴시로 인해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재생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맥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려 하자 영상과 소리가 싱크가 안 맞는 문제가 발생했다. (4세대 또는 4K) 애플 TV의 오디오 아웃풋으로 홈팟을 사용하려 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영상 재생 앱처럼) 애플의 기본 비디오 플레이백 엔진을 사용하는 앱의 경우 오디오와의 싱크를 맞추기 위해 비디오 재생 속도를 늦추지만, (게임과 같은) 다른 소스들은 전혀 싱크가 맞지 않아 이용이 불가능한 정도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폐쇄적인’ 애플 제품은 유례가 없는 것이다. 다른 ‘팟’ 오디오 디바이스들은 보통 애플 제품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긴 하지만 타사 제품들과 연동해서도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아이팟은 윈도우 지원이 추가된 이후에야 판매량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MP3 파일도 어디에서 다운 받은 것이든 상관 없이 아이팟에 담을 수 있었다. 에어팟 역시 애플 기기에서 설정이 더 쉽고, 몇 가지 추가적인 기능을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드로이드 폰 등에서도 기본 스테레오 블루투스 헤드셋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자체적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이라 해도 에코 기기를 아마존 생태계 내에만 가둬 놓지는 않으며, 원하는 음악 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의 음악 서비스를 디폴트 제공자들 중 하나로 설정해 놓기도 했다. 구글의 홈(Home)과 어시스턴트(Assistant)도 마찬가지다. 다른 스마트 홈 기기들 역시 자사 생태계 밖에 있는 오디오 소스나 기존에 쓰던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도록 인풋, 아웃풋 잭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팟이 ‘애플 온리’를 외치는 것은 단순히 유별나다는 정도로 끝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애플 생태계 내부에서도 홈팟을 쓸 수 없는 경우까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홈팟을 통해 애플 TV에서 뭔가를 재생하도록 명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렉사는 파이어TV(FireTV)에, 구글 어시스턴트는 크롬캐스트/안드로이드 TV에 문제 없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홈팟은 충분히 애플 TV용 핸즈 프리 시리 리모콘이 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애플 TV조작에 홈팟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홈팟의 이처럼 폐쇄적인 태도에도 한 가지 장점은 있다. iOS 기기와의 연결만 허용하기 때문에 그 동안 필자가 써 본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설정이 훨씬 더 빠르고, 쉽고, 간편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었다. 에어팟을 설치해 봤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짜증 유발자로 전락한 시리
홈팟의 뮤직 디바이스로서의 한계점이 훌륭한 사운드 품질 덕에 약간 만회가 되었다 쳐도, 음악 외적인 스마트 스피커로서의 단점을 정당화 할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시리는 타사 가상 어시스턴트들에 비해 최소 1년에서 2년 가까이 뒤쳐져 있다. 가상 어시스턴트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키고, 세계 일류 기업을 등에 업은 시리는 웬일인지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날씨에 대해서나 물어볼 수 있을 뿐, 시리를 통해 우버나 리프트를 부르는 건 불가능하다.

전화를 거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홈팟 역시 휴대폰과 연동이 되어 있지만, 홈팟을 통해 전화를 걸 수는 없다. (물론 아이폰에서 통화를 하면서 홈팟을 스피커폰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심지어 아침에 음악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고 싶어 “Walking on Sunshine”을 알람으로 지정하려고 해도, 그것조차 안 된다. 음악 재생 디바이스에서 알람으로 노래나 플레이리스트조차 지정할 수 없다. 아니, 최소한 디폴트 알람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가능한지조차 모르겠다.

스마트 스피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능인 타이머 설정조차 홈팟에서는 지난한 과정이 된다. 오로지 하나의 타이머만 설정이 가능하고, 타이머의 이름도 설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요리할 때 여러 개의 타이머를 동시에 설정하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데,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는 이 기능을 아무런 문제 없이 처리해 준다.

시리로 미리 알림을 설정하거나, 메모를 해 둘 수는 있지만, 아이폰에서처럼 캘린더에 액세스 해서 다음 일정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혹은 와츠앱과 같이 시리 키트(SiriKit)가 활성화된 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답장을 소리 내어 읽어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최근 메시지를 읽지 못할 것이다. 아이폰에서처럼 최근 이메일을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안 된다. 대체 왜 시리가 메모나 미리 알림과 같은 일부 기능들에는 작동하면서, 캘린더나 이메일 같은 기능들에는 작동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유일한 설명은 이러한 기본 기능들조차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아이폰에서도 시리는 일반적인 질문들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시리에게 ‘ㅇㅇ’에 대해 물어보면 거의 십중팔구 “ㅇㅇ에 대해 제가 찾은 정보입니다” 라며 일련의 링크들만 줄줄이 나열하기 마련이다. 결국 실망한 나는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그제서야 비로소 유의미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리에게 “빵 만드는 법을 알려줘”라고 물으면 시리는 ‘빵 만드는 법’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링크만 줄줄이 보내온다. 반면 어시스턴트나 알렉사는 단계별로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서 보여준다. 홈팟에서 시리를 사용하는 경우 상황은 설상가상이 된다. 시리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만 반복할 뿐이다. 이런 일이 빈번하다 보니, 빅 3 디지털 어시스턴트들 중에서도 홈팟은 꼴찌이면서 나머지 둘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홈팟에게 “로건(Logan)에서 울버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누구지?” 라고 묻자 “유타 주 로건에서 울버린이 등장한 영화에 대한 결과를 찾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문맥을 이해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알렉사나 어시스턴트가 훨씬 더 우수한 능력을 보여준다. 구글에 “로건에서 울버린 역할을 맡은 배우는?”이라고 똑같이 묻자 곧바로 ‘휴 잭맨’ 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후 “휴 잭맨이 몇 살이지?”라고 다시 물었고 그가 49세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반면 홈팟에게 “로건(Logan)에서 울버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누구지?” 라고 물었을 때에는 “유타 주 로건에서 울버린이 등장한 영화에 대한 결과를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쇼핑 리스트에 목록을 추가하는 것도 문제다. 시리에게 목록을 이야기해 주면 열심히 그것들을 쇼핑 목록에 추가하기는 하지만, 한 번에 하나씩만 가능하며, 그것도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일일이 ‘시리야’ 라고 불러야 했다. 한 번에 여러 식품을 추가하려 했더니(예를 들어 ‘우유, 달걀, 치즈, 그리고 버터를 리스트에 추가해 줘’) 4가지 식품이 모두 한 아이템으로(‘우유 달걀 치즈 버터’로) 등록 되어 있었다.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똑똑하게도 이 모든 아이템을 별개로 나누어 기록했다.



한편, 홈팟의 홈키트(HomeKit) 활성화 기기에 대한 컨트롤 수준은 무난한 편이다. 이들 기기들은 홈팟의 명령에 따라 지체 없이,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스마트 홈 지원 부문에 있어서도 홈키트는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훨씬, 훨씬 뒤쳐져 있다.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는 홈키트가 지원하지 않는 수백 가지 제품들을 생태계에 이미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홈키트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인증 기능이 더 많은 기기들을 지원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현재 홈팟은 홈키트만을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스마트폰 스피커를 사는 편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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